[기획] 끝내 韓대행도 `탄핵`… 출구 꽉 막힌 정국

김세희 2024. 12. 2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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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에 즉각
가결 정족수 놓고는 '의견분분'
헌정사 첫 '대행의 대행' 전망도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안이 야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한 대행이 이날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을 조속히 임명해달라는 야당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해서다.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한 대행의 결정은 이례적이다. 다만 정부여당과 야당의 치킨게임으로 탄핵정국만 되풀이된다면 국정 마비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한 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한 뒤, 국회 본회의에서 의사국장 보고사항으로 보고했다. 본회의에 보고된 법안은 발의 시점을 기준으로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까지 상정여부가 결정된다. 당장 27일 오후부터 한 대행 탄핵안의 표결이 가능하다.

민주당이 탄핵안을 발의한 이유는 한 대행이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을 보류해서다. 앞서 민주당은 24일 의원총회에서 특검법 및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 거부 의사를 시사한 한 대행에 대한 탄핵안 발의를 결정했으나, 이후 '26일까지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를 밝히라'며 이날까지 보류했다. 그러나 한 대행은 본회의 직전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황교안 권한대행이 지난 2017년 탄핵 심판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박근혜 당시 대통령 파면이라는 헌재 결정이 나온 이후 재판관을 임명한 사례를 들었다.

다만 한 대행이 버티는 상황이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현행법상 대통령 또는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하는 기한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국회에서 선출하는 3명의 재판관은 별다른 이의 없이 국회의 결론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전임 재판관 임기 만료에 따른 재판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최근 국회 몫으로 임명된 재판관 6명(강일원 김기영 김이수 안창호 이영진 이종석)은 모두 선출안이 통과된 다음 날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탄핵을 주도하는 야당이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행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도 그 다음 권한대행 순번인 최상목 부총리가 바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지는 불투명하다. 야당은 이럴 경우 '12·3 비상계엄'에 관여한 국무위원들을 줄줄이 탄핵한다는 각오다. 국정 마비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민생 경제가 흔들리고 국가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권한대행 탄핵 가결 정족수에 대한 의견도 분분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에 준하는 재적 3분의 2(200명)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민주당은 국무총리 탄핵 정족수인 재적의원 과반(151명) 찬성이라고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 산하 연구기관인 헌법재판연구원과 국회 입법조사처도 정족수를 두고 이견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론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한 대행이 헌법 위반으로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 직무상 행위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과 법률은 권한대행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통설에 따르면 권한대행은 현장 유지와 소극적인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며 "따라서 인사청문회와 본회의를 거친 헌법재판관 후보에 대해선 반드시 임명장을 수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임 교수는 헌법 111조를 근거로 들었다. 헌법 111조는 '대통령은 국회 몫 재판관 3명을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 교수는 "국회에서 선출한 3인을 대통령이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는 규정을 담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 대행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이라며 "이 문제를 두고 민주당이 계속 국무위원을 탄핵한다면 국정 혼란과 경제문제에 대한 책임론이 민주당을 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오히려 이 정국에서 혼란을 자처하고 있다는 여론에도 휩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대행은 자신의 역할을 정의하고 여야 합의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얘기했기 때문에 잘잘못을 판단하긴 쉽지 않다"며 "다만 여당인 국민의힘이 무조건 불참할 게 아니라 상임위 등에서 적극 자신들의 입장을 개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을 향해선 "탄핵을 거듭 남발하면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하는 원인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중도층의 지지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 합의 과정에서 여당이 불참했고 본회의 표결까지 거쳤는데 한 대행이 합의안을 갖고 오라는 게 다소 의아하긴 하다"면서도 "다만 이런 치킨게임이 지속되면 민생이 파탄나는 악화일로로 갈 수 있다. 거대 야당의 이재명 대표가 브레이크를 밟든 어떤 형식으로는 제동을 걸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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