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생도들 “계엄 선배, 사관생도 신조를 조롱거리 만들어...택시 승차 거부도”

장윤 기자 2024. 12. 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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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에 육사 출신 장군들이 주도적으로 관여한 가운데, 소셜미디어상에서는 육사를 조롱하는 패러디물이 확산되고 있다./X(옛 트위터)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계엄 사태 이후 사관생도 신조를 인용하며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이라고 말한 사실이 황당합니다. 사관생도 신조를 조롱거리로 만든 거죠.”

본지가 인터뷰한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을 주도한 선배들이 육사의 명예를 무너뜨렸다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한 김 전 국방장관은 육사 38기, ‘계엄 2인자’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육사 41기,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작성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육사 48기로 입교했다.

김 전 국방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지난 4일, 속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관생도 3항을 인용했다. 육사 3학년 생도 A씨는 이에 대해 “사관생도 신조를 욕되게 한 장본인이 무슨 염치로 사관생도 신조를 입에 올리느냐”고 했다. 사관생도 신조는 ‘우리는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생명을 바친다’ ‘우리는 언제나 명예와 신의 속에서 산다’ ‘우리는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 3개 항으로, 육사 교내에는 사관생도 신조탑도 있다. A씨는 “육사 11기 전두환 대위가 5·16 군사정변 당시 육사 생도들을 회유해 시가행진을 시킨 적이 있다”며 “계엄이 성공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고 했다.

육사 2학년 생도 B씨는 “외박 중 육사 제복을 입은 채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승차거부를 당했다는 동기생이 있다”고 했다. B씨는 “한 기수에 별을 다는(장군이 되는) 사람은 10%도 못 된다”며 “후배들 이런 꼴 당하게 하려고 별 다셨냐”고 했다. B씨는 “외부에서는 비상계엄 사태에 육사 출신 장군들이 대거 참여한 것을 보며 ‘육사를 폐교하고 육군3사관학교에 통합하자’는 말도 한다”며 “육사가 ‘엘리트 군인’ 양성 기관이라는 자부심이 망가지고 있다”고 했다.

2학년 생도 C씨는 “선배들이 비상계엄을 주도했다는 사실에 사기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지만, 학교도 생도들도 최대한 평상시대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C씨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생도들은 외박이 취소될까봐 걱정했는데 모두 정상적으로 외박을 나갔다”며 “나도 평상시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연애하려 한다”고 했다. C씨는 “계엄 이후로 격려 연락을 주신 장성급 선배들도 계신다”며 “이번 계엄 사태에 연루된 선배들처럼 되지 않기 위해 정신 바짝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육사 생도 후배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한 예비역 중장은 “몇몇 후배들은 교장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하는 것도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현 육군사관학교장인 소형기 소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참모장이었다. 육군사관학교에 따르면 소 교장은 비상계엄 이후로도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계엄 사태는 사관학교 진학을 희망하던 수험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어릴 때부터 군인이 되고 싶었다”는 수험생 정모(17·서울 서대문구)양은 “군인이 정치에 관여하고 이용되는 사태를 보며 육사 입시를 계속 준비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사관학교 전문 입시 학원은 “예년대로라면 12월 한 달간 수강 희망 문의가 10여건씩 접수됐지만 이달 문의는 두세 건에 그친다”고 했다. 경기 수원시의 다른 사관학교 전문 입시 학원도 “수년째 학원 규모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이번 계엄 사태 여파로 학원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고 했다. 육사 입학처에 따르면 올해 7월 진행된 1차 시험 경쟁률은 29.8대 1로 지난 2020년 44.1대 1보다 낮아졌다.

한편 육사를 ‘손절’하는 지자체도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23일 연 송년 기자회견에서 “육사 이전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육사 충남 이전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김 지사는 임기 내에 육사 이전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김 지사는 “육사보다 이전 효과가 더 큰 다른 국방기관 유치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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