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통째 날아갈 뻔…권력 지키려 목숨을 수단처럼 쓰다니”

최윤아 기자 2024. 12. 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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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주둔 해병 6여단이 11월27일 케이(K)-9 자주포 해상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해병대 제공

12·3 내란사태의 ‘비선 기획자’로 지목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서 ‘북방한계선(NLL) 북 공격 유도’라고 적힌 메모가 발견되는 등 내란 세력의 ‘북풍 공작’ 준비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북한과 국지전을 유도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는 의혹이 짙어지는 가운데, ‘한반도 화약고’라 불리는 백령도 주민은 “권력 유지 수단으로 주민 목숨을 이용했다는 게 분개를 넘어 허탈하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장태헌 백령도 주민자치회장은 26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인천시 옹진군에 속한 백령도는 서해 북방한계선 바로 밑에 있는 섬으로, 북한 황해도까지 거리가 17㎞에 불과하다.

이어 장 회장은 “지난 10월 말 백령도에서 띄운 무인기(드론)가 평양에 갔다 왔고, (이어 북한이) 원점을 없애버리겠다고 했다는 뉴스를 봤을 때만 해도 ‘북한의 터무니 없는 주장이겠지’ 했다”며 “요새 속속 드러나는 뉴스를 보니, 그게 딱 계엄을 합리화하기 위한 작전의 일부 수순이었지 않나 생각이 들면서 정말 끔찍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빨리 당국이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10월27일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같은 달 13일 평양에서 잔해가 발견됐다는 무인기가 “10월8일 23시25분30초 백령도에서 이륙”해 “(평양) 외무성 청사와 지하철도 승리역 사이 상공, 국방성 청사 상공에 정치선동오물(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발표했다. 국방성 대변인은 무인기의 비행 경로를 표시한 지도와 비행 이력을 기록한 표를 ‘증거’로 제시하며 “공화국에 대한 주권침해행위가 재발하는 경우 모든 화난의 근원지, 도발의 원점은 우리의 가혹한 공세적 행동에 의해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회장은 “북한이 이런 입장을 냈을 때부터 주민들은 상당히 불안해했다”며 “백령도가 통째로 날아갈 판이라고 생각하니까 끔찍한 일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우리 군은 이러한 북한의 주장에 대해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확인해 줄 가치도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국내에서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국과 미국은 군사정찰위성과 각종 정찰기 등을 이용해 북한 전역을 마음대로 지켜볼 수 있기에, 남북 무력충돌 위험을 감수하며 평양에 무인기를 보낼 이유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12·3 내란사태 이후 급변했다. 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한이 지난 10월 ‘한국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고 주장한 것이 실제로 우리 군의 작전에 따른 것이며 이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제보를 군 내부에서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도 12일 자료를 내고 “소음이 커 전투용 부적합 판정을 받은 무인기 기종을 북한에 들키려고 투입한 것이고 북한의 보복 군사 행동을 유발해 남북 국지전을 일으키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지난 10월 이후 ‘평양에 무인기를 보냈느냐’는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전인 지난달 북한과의 국지전을 유도하려고 북한이 쓰레기 풍선을 띄우는 곳을 원점 타격하라고 합동참모본부(합참)에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합참은 “국지전을 유도하기 위한 원점 타격 지시는 없었다”면서도 “군은 다양한 작전 상황에 대한 토의를 수시로 실시한다”며 ‘원점 타격’ 논의 자체가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장 회장은 “백령도 주민들 모르게 이뤄지는 일들이 너무 많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한 달 전쯤인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국정원이 백령도 일대에서 레이싱 드론을 이용해 북한 쓰레기 풍선을 격추했다는 주장을 담은 이날 한겨레 보도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이어 “군, 정부 당국이 안보 비밀이라는 명제 하에 주민 모르게 이뤄지는 일들이 너무 많다”며 “도대체 백령도의 앞길은 어떻게 될 것인지 불안함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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