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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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라도 부당한 명령에는 거부할 수 있죠? 이게 법에 나와 있죠?" 12·3 계엄 내란이 발발하고 이틀쯤 지났을 때, 필자는 한 방송에 패널로 나갔다.
대한민국 법 그 어디에도 '군인은 정당한 명령에만 복종하고, 부당한 명령에 거부할 수 있다'라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장병의 기본권을 명시한 최초의 기본법'을 추구했던 위 법안 21조는 "군인은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한다였다.
군인복무기본법 25조를 "군인은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정당하고, 직무상 범위에 속하는 명령에 한해 따른다"라고 개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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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성 | 변호사·사회학자
“군인이라도 부당한 명령에는 거부할 수 있죠? 이게 법에 나와 있죠?” 12·3 계엄 내란이 발발하고 이틀쯤 지났을 때, 필자는 한 방송에 패널로 나갔다. 진행자는 위와 같은 질문을 했고, 필자는 “거부할 수 있죠, 법에 있습니다”라고 했다. “다만, 항명하는 순간 항명죄로 몰리게 되고, 이후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구조라 당사자로서는 고통스럽습니다. 박정훈 대령이 바로 그 사례죠”라고 덧붙였다.
부끄럽지만, 틀린 이야기였다. 판례를 통해 확인된 법리가 있지만, 명문 조항은 없다. 대한민국 법 그 어디에도 ‘군인은 정당한 명령에만 복종하고, 부당한 명령에 거부할 수 있다’라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몇차례 입법 시도가 있었을 뿐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부당한 명령에 거부할 권리’를 법에 새겨야 한다. 우리나라를 지키는 진정한 힘은, 부당한 명령 앞에서 주저하고 또 거부하는 군인임을 전 국민이 목도했다.
먼저, 팩트체크. ‘부당한 명령에 거부할 권리’는 우리 법에 없는가? ‘군형법’ 44조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은 처벌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정당한 명령이 아니면 거부할 수 있다’를 도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과도한 해석이다. ‘처벌되지 않는다’와 ‘거부할 권리를 가진다’는 엄연히 다르다.
군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기본법으로 2015년에 제정된 ‘군인복무기본법’은 어떤가? 위 법 25조는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정당한’이 아니라 ‘직무상’이다. ‘사적인 업무지시’(상관 가족 관련 심부름 등)에는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직무상 명령에만 따라라’ 정도의 규정으로는, ‘비상계엄이니 국회에 진입해라’와 같은 위헌·위법한 명령에 대한 복종을 막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2000년대 이후 군인의 권리에 관해서 두번의 입법적 국면이 존재했다. 첫번째는 2005년 벌어진 논산훈련소 인분 사건, 28사단 내무반 총기난사 사건 이후였다. 이 국면에서 노무현 정부는 2007년 7월 군인복무기본법안(정부안)을 발의했다. ‘장병의 기본권을 명시한 최초의 기본법’을 추구했던 위 법안 21조는 “군인은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한다였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임기 말 발의된 위 법안은 제대로 된 논의의 기회도 없이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었다.
두번째 입법적 국면은 2014년 발생한 ‘윤 일병’, ‘임 병장’ 사건이었다. 이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국회에 입법청원안을 제출했다. “군인은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명령이나 국제법에 반하는 명령, 직무상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명령을 이행하지 말아야 함”과 같은 입법 요구였다. 이 국면은 앞서 확인한 2015년 군인복무기본법의 제정으로 이어졌지만, 군기 저하 등을 이유로 ‘정당한 명령만 따른다’라는 내용은 법률에 들어오지 못했다.
필자는 12·3 계엄 내란사태는 세번째 입법적 국면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쿠데타가 실패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군인들의 주저함, 불복종이었다. 이 불복종이 얼마나 중요한지, 군대가 괴물이 되는 걸 막을 수 있는 방파제인지 모두가 절감했다. ‘처벌받지 않는다’가 아니라 ‘거부할 권리가 있다’라는 입법을 해야 한다.
입법의 1차적 효용은 교육이다. 필자는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에서 베트남인 피해자를 대리해 국가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전 참전 군인 중 한분이 용기를 내 2022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셨다. “증인은 국제인도법이나 전쟁법을 교육받으신 적이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증인은 비무장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교육받은 적이 었었나요?” “없었습니다.” 교육의 부재는 당시 비극의 원인 중 하나였다.
군인복무기본법 25조를 “군인은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정당하고, 직무상 범위에 속하는 명령에 한해 따른다”라고 개정하자. 이 조항의 개정 이유로 12·3 계엄 내란을 명시하자. 군인 교육에 이 조항의 입법 취지와 적용 사례를 반드시 넣자. 이 교육 속에서 민주주의 사회 속 군대와 명령의 의미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환기하자. ‘복종하는 군인’이 아니라 ‘고민하고 판단하는 군인’만이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헌법 5조 2항)를 온전히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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