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노하우 총동원해 날았다”…韓 초음속전투기 보유국 만든 민관 합심의 힘
양산 1호기 세워놓고 작업
항공전자장비 탑재후 완성
개발일정 단축, 한국이 유일
국내기술진 경험·지식 축적
해외수출 앞둔 FA-50, T-50i
KAI 사업장서 계속 조립 중
지난 12일 방문한 경남 사천의 KAI 사업장에서 만난 이상휘 항공기 생산실장은 “시험비행 전체를 지휘하는 임무통제실에서는 수십 명의 엔지니어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기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한다”며 “비행 중에 이미 상당량의 데이터는 텔레메트리(자료전송장치)를 통해 임무통제실로 전송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속도에서 진동이 생기는 문제 등에 대해 미세 수정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산라인의 가장 뒤쪽은 아직 비어 있었다. 이 실장은 “동체자동결합시스템(FASS)이 들어설 자리”라며 “예전에는 사람이 눈으로 보면서 동체 결합을 했는데, 이제는 1000분의 1인치(0.025㎜) 오차만 허용하는 자동화 시스템으로 동체를 조립한다”고 말했다. FASS에서 중앙 전방 후방 동체를 결합한 후 조금씩 앞으로 이동하면서 엔진과 각종 장비가 장착되는 순서로 공정이 이뤄진다.
KAI 사업장의 고정익 생산시설과 회전익 생산시설에선 이미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제작하고 있었다. 약 3만㎡ 넓이의 고정익 생산시설에는 KF-21은 물론 폴란드와 말레이시아에 인도할 FA-50, 인도네시아로 향할 T-50i 기체들이 줄지어 조립되고 있었다.
회전익 생산시설에선 국산 개발 1호 기종인 수리온의 수출형과 파생형, 그리고 내년 초 육군에 첫 납품될 소형공격헬기(LAH) 양산 1~3호기가 마지막 테스트를 받고 있었다. 수리온과 LAH 개발 과정의 산증인 격인 김진수 헬기비행시험팀 수석 조종사는 “헬기 개발은 최초라서 설계, 제작도 어려웠지만 시험비행 시 막막한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면서 “미국 시험비행학교 교수들로부터 자문을 구해 가며 어려움을 돌파하곤 했다”고 말했다.
KF21 개발로 한국은 세계 여덟째로 독자 모델의 초음속 전투기를 보유하게 됐다. 지난 20여 년간 축적한 기술과 산업 제조 능력이 바탕이 됐다. 강은호 전북대 방위산업연구소장(전 방위사업청장)은 “정부와 연구기관, 개발 업체 모두 개발 과정에서 맡은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일정을 단축시켜 전투기 개발에 성공한 사례”라며 “KF-21 개발에 앞서 우리나라 방위산업이 축적해온 기술 노하우 생산관리 시스템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근원”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당초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를 수입하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이전받겠다는 방침이었다. 미국 정부는 포괄적인 기술 이전을 승인했지만, 핵심 기술에 대한 록히드마틴의 이전 신청을 불허했다. 결국 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비롯한 주요 항공전자장비의 기술 이전은 허가받지 못했다. 전투기 성능을 좌우하는 레이더를 비롯한 장비의 생산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상정하고 있던 터라 사업 진행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했다.
방위산업계 관계자는 “국산 항공기 개발이라는 정부의 결정이 내려진 뒤였지만 당시 미국 당국의 입장은 요지부동이었다”면서 “국내 엔지니어들의 역량을 믿고 그대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강 연구소장은 “기술 이전으로 개발에 차질이 빚어질까 걱정이 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리스크가 있었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 국내 기술진이 쌓아 놓았던 경험과 지식이 KF-21 개발이라는 모멘텀을 만나 성과를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KAI가 2000년대 초부터 T-50 국내 생산을 준비하면서 얻은 기체 제작 기술은 KF-21에서 구현했고, 항공전자장비도 기계식 레이더를 비롯해 기초부터 국내 기술을 쌓아간 결과 AESA 레이더를 89%까지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KAI의 관계자는 “외국 기술을 들여오면 시간과 비용이 단축되는 건 맞는다”면서도 “국내에서 개발을 하면 돈과 시간이 들지만 결국 기술은 남는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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