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행, 헌법재판관 임명하고 ‘쌍특검 수정 카드’ 내밀 듯
박지원 2024. 12. 26. 06:02
내란·김여사 특검 거부권 놓고
공개일정 없이 장고모드 이어가
대법 “권한대행 대법관 임명가능”
“권한대행 탄핵도 대통령 기준”
헌재연구원, 2015년 해석 내놔
공개일정 없이 장고모드 이어가
대법 “권한대행 대법관 임명가능”
“권한대행 탄핵도 대통령 기준”
헌재연구원, 2015년 해석 내놔
야당이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 발의를 일단 보류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켜보겠다는 엄포를 놓은 가운데 한 권한대행은 성탄절인 25일 공개 일정 없이 심사숙고를 이어갔다.
총리실은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등과 관련해 ‘헌법·법률·국가의 미래’라는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예단 없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더 이상의 구체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총리실은 ‘쌍특검법(내란 일반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와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 임명에 대해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정치적 현안”이라고 보고 있다. 여야가 특검법 처리와 헌법재판관 임명에 관해 서로 엇갈리는 의견을 제시하는 가운데 한 권한대행은 국회가 타협안을 마련해줄 것을 역제안했지만 야당은 이를 책임 회피로 보고 탄핵안 추진 카드를 뽑아 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새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에 대해서도 헌법을 위배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은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실에 제출한 관련 답변에서 “탄핵소추안 의결 이전에 대법원장의 제청, 대통령의 제청 수용 및 대통령의 인사청문 요청이 완료됐고,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국민의 의사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국회의 인사청문을 통한 동의 절차도 거쳤다면 삼권분립 등 헌법상 제원칙에 위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같은 의견은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를 두고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는 와중에 나온 입장이라 눈길을 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절차는 통상 국회 본회의에서 동의안이 넘어오면 대통령이 이르면 해당 날짜에 그대로 임명하는 식으로 진행돼왔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임명절차는 일종의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 권한대행이 행사 여부를 고민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대법원에서도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법관 임명이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을 명분은 한층 약해졌다.
그럼에도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를 두고 장고를 이어가는 것은 정치적인 계산이 바탕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기 힘들다고 할지라도,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법안이나 쌍특검법 처리 등을 두고 야당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탄핵 압박을 받아온 한 권한대행 입장에서 다른 난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협상카드로 헌법재판관 임명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당초 24일까지 특검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즉각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겠다고 경고한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켜보겠다며 탄핵안을 발의하지 않고 인내심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오랜 숙고 끝에 야당에 일종의 ‘선물’로 내어주는 모양새를 취하며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와 맞교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권한대행과 총리실은 이미 내란 일반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의 위헌성을 강조하며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거듭 내놓은 바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 산하 헌법재판연구원이 2015년 발간한 ‘주석 헌법재판소법’을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는 대통령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해석을 내놨던 것이 확인됐다. 야당이 주장하는 과반(151표)이 아니라 대통령 기준인 3분의 2(200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권한대행자가 탄핵 대상자인 경우는 대통령직을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이 대행하는 경우, 국무총리직을 국무위원이 대행하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며 “대행되는 공직 및 본래의 공직 모두 탄핵 대상인 경우, 권한대행자의 탄핵소추 발의 및 의결의 정족수는 대행되는 공직자의 그것을 기준으로 한다”고 못 박았다.
박지원·이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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