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고립의 확증편향성을 줄이려면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2024. 12. 2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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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계엄과 탄핵이슈를 놓고 다투다 단톡방에서 탈퇴하고 페이스북 친구를 삭제하면서 고립되는 분이 많다.

생각이 좀 다르다고 해서 인간관계까지 끊는 것은 과한 처사가 아닐까 싶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 돌이킬 수가 없다.

그 고립과 외로움은 대화와 인간관계를 끊는 것과 같다.

윤석열 대통령의 무모한 비상계엄도 고립되고 외로운 상태에서 내린 결정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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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주변에 계엄과 탄핵이슈를 놓고 다투다 단톡방에서 탈퇴하고 페이스북 친구를 삭제하면서 고립되는 분이 많다. 생각이 좀 다르다고 해서 인간관계까지 끊는 것은 과한 처사가 아닐까 싶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 돌이킬 수가 없다.

계엄 이후 시민들도 정치양극화로 홍역을 치렀다. 정치권이 연일 다투는 것을 본 일반 국민들도 양극단으로 갈라지면서 우정이 깨지는 고통을 겪었다. 단톡방에서 탈퇴하고 고립되는 현상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란 책을 쓴 한나 아렌트의 시각에서 보면 '대화의 종결이자 인간관계의 단절상태'다.

아렌트에 따르면 '대화의 반대는 침묵이 아니라 고립이나 외로움'으로 외로움과 고독은 다르다. 외로움은 내 안의 자기 자신, 혹은 상대와의 대화가 없는 고립된 상태고, 고독은 혼자 있어 외로워 보이지만 내 안의 자신 및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상태다.

대화 중 몇 초 침묵했다가 대답하면 '속으로 고민하는구나' 싶어 더 신뢰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대화를 하면서도 숙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침묵은 중요하다. 위험한 것은 고립과 외로움이다. 이것은 더이상 대화할 수 있는 자신과 상대자가 필요 없는 상태, 즉 자기 마음속으로 대화 상대자들을 불러들이고 상상을 해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태다.

단톡방에 같은 생각을 하는 여럿만 있어도 위험하다. 왜냐면 생각이 같아서 대화가 불필요하면 확증편향성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는 고립이나 외로움과 같이 위험한 것이다. 그 고립과 외로움은 대화와 인간관계를 끊는 것과 같다. 아렌트의 말대로 생각과 처지가 다른 여러 사람이 함께 대화하면서 복수(複數)로서 존재할 때 인간이 되는 것인데 이것을 끊는 것은 결국 인간됨을 포기하는 것과 같아서 위험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무모한 비상계엄도 고립되고 외로운 상태에서 내린 결정일 가능성이 크다. 고립된 상태의 확증편향성 없이는 설명하기 힘들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사유로 꼽은 부정선거 의혹만 봐도 그렇다. 극우 유튜버들이 제기하는 부정선거론에 꽂혔을 가능성이 크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편식증을 말한다. 이런 확증편향은 일반 국민들의 상식과는 거리가 먼 자기들만의 독선과 아집으로 당론을 만드는 경향이 강한 정치권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확증편향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권은 당론채택 시 쓴소리를 전담하는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나 편향을 저격하는 레드팀(red team)을 운영하면 좋다. 시민들은 우선 단톡방에서 탈퇴하거나 페이스북 친구를 삭제해 고립되는 것을 멈춰야 한다. 대화가 힘들면 침묵이나 고독을 즐기는 게 좋다.

말할 때는 자신의 생각을 절대적인 진리로 취급하기보다 다양한 의견 가운데 '하나의 의견' 정도로 삼으면서 최종결론이 아닌 수정 가능한 잠정결론으로 취급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창작법으로 알려진 '다성악적 대화법'(polyphony)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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