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하던 서울 오피스 `균열`…어려워진 기업들 짐 쌌다
서울 도심의 오피스 임대료가 치솟자 이른바 '3대 업무권역'을 벗어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자 비용 절감을 이유로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으로 사무실을 이전하는 기업들의 행렬이 이어진 것이다. 경기와 인천 등으로 '탈서울 현상'까지 나타났다.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이 가장 선호했던 도심업무지구(CBD)와 강남업무지구(GBD), 여의도업무지구(YBD) 등 서울 주요 업무 권역에서 외곽 권역으로 이동했다. 이들 권역 내 3분기 오피스 임대료가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영향으로 읽힌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에 따르면, 서울 3대 업무 권역의 3분기 오피스 평균 임대료는 약 3.3㎡(평)당 약 12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상승했다. 이는 2021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GBD권역이 12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0% 상승했다. 종로·중구를 아우르는 CBD는 12만원으로 1.7%, YBD는 10만5000원으로 5.1% 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이후에도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강한 사무공간 수요로 견조하게 성장하던 서울 오피스 시장에서 임대료도 크게 올랐던 것이다.
기업들은 사무실 임대 비용이라도 절감하기 위해 이사 채비에 나섰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기업 알스퀘어의 '2024 3분기 오피스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서울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2.9%를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0.3%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소폭이지만 3분기 연속 증가세다.
특히 대형 임차사들이 이주를 시작한 3분기 CBD 오피스 공실률은 3.1%로 전 분기 대비 0.5%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이 임차해 있던 초대형 빌딩의 공실률은 2.5%로 0.7%포인트 상승하며, 서울 주요 권역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지난 2017년부터 서울역 인근 중구 남대문로 서울스퀘어에 입주해 있던 SK스퀘어의 이커머스 자회사 11번가는 경기 광명시 데시앙 유플래닛 타워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중구 청계천로 시그니쳐빌딩에 입주했던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도 미니스톱 인수 이후 본사를 강동구 이스트센트럴타워로 이전했다. 강동구는 오피스 선호 지역이 아니지만 CBD보다 임대료가 저렴하고 롯데그룹 본사가 위치한 송파구와 가깝다는 점에서 새 둥지로 낙점됐다.
을지로에 있는 하나금융그룹 본사는 2025년 인천 청라국제도시로 이전한다. 이 밖에 중구 크리스탈스퀘어에 임차 중인 KB국민카드와 서대문역 돈의문 디타워를 임차 중인 DL그룹, 종로 그랑서울 타워1의 주요 임차인인 SK그룹 계열사 등도 CBD 밖으로의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을지로 대신파이낸스센터에 입주하고 있던 위워크도 영업 종료로 인해 5개층이 임차 가능한 면적으로 출회한다.
서울 내에서도 오피스 최선호지인 GBD에서의 이탈도 심심찮게 나타났다. 현재 강남과 송파에 사무실을 운영 중인 쿠팡은 광진구 구의동에 공급 예정인 이스트폴타워로 이전을 앞두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에 있던 SSG닷컴은 입주 2년만에 영등포시장 사거리에 위치한 신축 오피스 빌딩 KB영등포타워로 이전을 결정했다. 강남구 삼성동 인터파크 본사는 제2판교테크노밸리로 이전한다.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인 롯데하이마트도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본사에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후보지로 서울 서남부권 보라매역 일대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YBD는 대형 신축 건물의 준공이 이어져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금융권 기업들의 선호가 높은 지역으로 권역 외 이탈이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올해 유안타증권도 을지로 시대를 마치고 여의도 앵커원 빌딩으로 이전했다. 상상인증권은 지난해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여의도 파크원빌딩으로 본사를 이전했고, 강남구 골든타워의 애큐온캐피탈 본사도 지난해 여의도로 옮겨왔다. 기업 중심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법무법인 대륜도 서울본사를 종로구에서 여의도로 이전했다. 수요가 주춤하면서 임대료 상승세는 둔화됐다. 지난 3분기 서울 오피스 평당 명목 임대료는 9만7000원으로, 전 분기 대비 0.9% 증가에 그쳤다.
상업 부동산업계에서는 이같은 임대료 절감을 위한 이전 수요가 앞으로도 다수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주요 임차사들에서 경영 악화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과 조직 통폐합 등이 현재도 진행되고 있어서다. 우량 장기 임차인을 찾으려는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경자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대체투자팀장은 "임대료 부담이 높은 권역부터 임차인 이탈로 공실이 상승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만성적인 수요 초과를 겪던 GBD 권역은 2023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공실이 상승, 2024년 3분기 2.7%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우려할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임대료 인상 여력은 크게 축소됨을 의미한다"면서 "초저금리와 낮은 물가 상승률로 인해 여러 임차인이 공간을 나눠 임차하는 멀티 테넌트(임차인)와의 단기 임대차 계약을 선호했던 거래 시장이 이제 우량 테넌트와의 중장기 임대차 계약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통상 공실률이 늘어날 때 단일 우량 임차인과의 장기 계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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