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없는 尹 정부의 시계는 왜 그대로 돌아가는가

한정연 기자 2024. 12. 2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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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다시 열린 탄핵의 문 : 2부 7편
“尹 복귀 예상?” 고위관료 태세 전환
한덕수 “정책 일관성 지키겠다” 선포
최상목 “추경 대신 내년 예산 조기집행”
이복현, 내년 4월 상생 프로그램 발표
피치,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 제기

# 주인 없는 '윤석열 정부'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되고 내란 혐의로 수사 대상까지 올랐지만, 그의 국무위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도 갖지 못한 국회 몫 헌법재판관의 임명조차 거부할 태세다. 경제부총리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만은 아니라면서 다시 남탓을 하기 시작했다. 금감원장은 강력한 은행 관치를 재개됐다.

# 정작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발송한 탄핵 심판 관련 서류는 일주일 넘게 받지 않고, 공수처의 소환 요구에도 불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상한' 행보다.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의 기계적 일관성은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덕수 권한대행은

한 나라의 대외신인도는 무조건 일관된 정책을 취한다고 좋아지지 않는다.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일관성은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신용등급은 대체로 혼란의 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하향 조정된다.

피치는 가장 최근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아프리카 가봉을 언급하면서 2023년 군사 쿠데타 자체가 아닌 "과도정부가 대통령 선거 계획을 2025년 8월로 미루면서 정치적 불안정이 이어졌다"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무디스는 2016년 터키(현 튀르키예)의 실패한 쿠데타가 아닌 "(쿠데타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쿠데타 시도 수습 과정에서 심화한 정치적 분열"을 신용등급 하향의 이유로 꼽았다. 그런데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들은 아직도 이런 원리를 깨닫지 못한 것 같다.

■ 한덕수의 이상한 강수=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23일 재계 이익단체장들 앞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다음날 나왔다. 한 대행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8회 국무회의에서 "특검법 처리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특검법 거부는 물론이고 대통령도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임명 거부'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참고: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은 대통령, 3명은 대법원장, 3명은 국회의 몫이다. 지금 문제가 되는 건 국회 몫 3명을 한덕수 권한대행이 임명하느냐 임명하지 않느냐댜. 통상 국회의 몫 3명은 당연히 임명된다.]

국민들은 비상계엄을 회의록도 없이 의결한 12월 3일의 53회 국무회의, 이를 해제하기 위해 모였다는 12월 4일 새벽 54회 국무회의를 아직도 잊지 못했지만, 이 정부 국무위원들은 정말 빠른 회복력을 보여줬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대통령조차 행사한 적 없는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덕수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를 여야의 타협‧협상할 일로 규정한 것을 꼬집으면서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24일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규정상 당연히 임명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권한대행만이 아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복현 금융위원장도 갑작스럽게 내년을 이야기하면서 '윤 정부의 정책'을 기계적으로 이으려는 행보를 내딛고 있다.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들의 뜻밖의 움직임에 국제사회는 빠르고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 바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란 답이다. 신용평가회사 피치의 제레미 주크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는 2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정치적 위기가 오래 지속하거나 분열로 정책 결정 효율성이 약화되면, 장기적으로 (신용등급) 하방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최상목의 변명=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다시 강경한 모습으로 복귀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동의하지만, (추경보다는) 본예산을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며 "(조기 추경을 주장한) 한국은행 총재의 의견은 귀하게 듣지만, 내년 상황에 따라서 참고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최 부총리는 환율 급등을 언급하면서도 "전부 국내 (계엄과 탄핵 등 정치적) 요인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정확한 분석이 아니다"며 "환율의 일방적인 급변동을 강력한 시장안정조치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항상 정직하게 반응했다. 환율은 서울외환시장에서 3일 밤 10시 30분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1402.50원으로 뛰기 시작해서 1시간 40분 만에 1443.09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고비마다 환율은 우리의 지정학적 위기를 투명하게 반영했다. 7일 국민의힘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하자 환율은 9일 1420원대에 근접했다.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 서류를 5일째 수령 거부한 일이 문제가 되자 환율은 1440원대를 돌파했다. 24일 한덕수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법 등에 거부권을 시사했을 땐 종일 1450원대를 넘어섰다.

한덕수 권한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 | 뉴시스]

■ 이복현의 관치=윤 대통령의 '경제계 복심腹心'이라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내년 사업을 챙기기 시작했다. 윤 정부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권 폭리를 제어하기 위해 '횡재세(일회성 분담금)' 대신 선택했던 '상생금융 기금'을 통해서다.

법으로 정하지도 않았고, 정부가 강제하지도 않았지만,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만들었다는 바로 그 기금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이 또한 윤석열 정부의 금융정책 일관성을 보여주려는 시도로 읽힌다.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에서 '피벗' 대신 정책의 고수를 택한 셈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상황을 살펴보자. 지난 2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0개 은행 은행장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소상공인 25만명의 대출금 14조원의 이자 7000억원을 경감해주는' 내용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은행들의 공동 분담으로 기금을 만들고 내년에 시작한다.

역시 내년 4월에 시작하는 119플러스라는 채무조정 프로그램도 함께 발표했다. 법으로 집행하는 횡재세였다면 사용 내용 등을 상세하게 밝혔겠지만, 상생금융을 사용할 땐 증빙이 필요 없다. 모럴 해저드를 불러일으킬 만한 태생적 결함을 갖고 있다는 거다. 이복현 원장은 윤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부터 은행장들을 불러 모은 간담회 발언을 통해서 은행들의 금리 결정에 개입하는 등 관치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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