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겠다' 학생 말에 방검복 입고 출근한 교사…법원 "협박·모욕 아냐"

박효주 기자 2024. 12. 2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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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교사를 '칼로 찔러 죽여버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출석 정지를 내린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교보위는 A군 발언이 협박죄와 정신적 상해죄,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전제로 출석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모두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만큼 교보위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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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특정 교사를 '칼로 찔러 죽여버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출석 정지를 내린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뉴스1에 따르면 전주지법 제1-2행정부는 전북의 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군 부모가 학교를 상대로 낸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 했다고 이날 밝혔다.

2023년 9월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A군은 체육 담당인 B 교사로부터 수업에 불성실하다는 이유로 훈계를 들었다.

화가 난 A군은 수업이 끝난 뒤 교실로 이동하는 과정에 '(B 교사를) 칼로 찔러 죽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당시 A군 발언은 같은 반 학생 일부가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군 발언을 전해 듣게 된 B 교사는 '살해 협박을 당했다'며 약 일주일간 방검복을 입고 출근했다. 당시 그는 인증사진을 찍어 주위에 알리기도 했다. 방검복은 '남편에게 무서운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고 걱정한 B 교사 배우자가 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당 학교는 교보위를 열고 A군에 대해 출석정지 7일과 심리치료 21시간 징계를 내렸다. 당시 교보위는 A군 행위는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한 정신적 상해·모욕으로서 명백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군 부모는 이 같은 결정에 반발, 전북도교육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기각되자 법원에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학생 측은 "당시 A군이 혼잣말로 '칼로 찔러 죽여버리고 싶다'고 말한 사실은 있다. 하지만 B 교사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단순 혐오 감정 내지 일시적 분노 표시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B 교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 표현에 해당한다거나 고의로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볼 수 없기에 교원지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상해죄나 모욕죄, 협박죄로 의율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했다.

법원은 A군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감정적으로 흥분해서 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B 교사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이는 협박 행위에 해당하거나 협박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발언이 B 교사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표현이 포함돼 있다고 보이지 않은 만큼, 모욕죄를 구성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이 발언 자체가 B 교사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장애를 초래하는 실행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출된 증거만으로 B 교사가 주장하는 불안 및 우울병 장애가 A군 발언으로 생긴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상해죄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교보위는 A군 발언이 협박죄와 정신적 상해죄,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전제로 출석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모두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만큼 교보위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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