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안됩니다!' 결정 번복…선관위 흑역사 줄소환 [정치 인사이드]
'중립성' 논란 자초했다는 지적 잇따라
선거 부실 관리·자녀 특혜 채용 논란도 재조명
'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OOO도 내란 공범이다' (허용)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 (불허 → 허용)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 게시를 불허했다가, 편파 논란에 휩싸이자 입장을 번복했다. 엄격하게 중립을 지켜야 하는 선관위가 며칠 만에 입장을 뒤바꾸면서 신뢰성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선관위가 과거 선거철마다 내렸던 판단이 적절했는지 등을 둘러싼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은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게시하려던 현수막을 선관위가 허가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선관위는 조국혁신당이 정연욱 의원의 지역구(부산 수영)에 내건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 공범이다!'라는 문구의 현수막 게시는 허용했지만, 정 의원이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게시하려 한 것에 대해서는 '게재 불가' 방침을 내렸다.
선관위는 당시 이 대표 비판 현수막의 경우 조기 대선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공직선거법상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게시 불허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탄핵 심판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벌어질 것을 전제로 해서 불허 결정을 내렸다"며 "'내란 공범'이라는 현수막은 허용하고, 국민의힘 현수막은 불허하는 선관위의 이중잣대"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후 선관위의 결정은 번복됐다. 선관위는 23일 저녁 긴급회의를 열고 이 대표를 겨냥한 현수막 게시를 불허했던 결정을 뒤집었다. 선관위는 "현재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부분이 단순한 정치구호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공직선거법 254조가 규정한 '특정 후보의 당선 또는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을 적용하기로 했다가, 적용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꾼 셈이다. 선거법을 별다른 원칙 없이 입맛대로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선관위와 관련한 각종 흑역사가 줄소환 되고 있다. 우선, 이번의 경우처럼 '공정성 시비'가 붙었던 문구가 재조명됐다.
'100년 친일 청산 투표로 심판하자' (2020년 4월 총선, 민주당 게시, 허용)
'민생 파탄, 투표로 막아주세요' (미래통합당, 불허)
'일(1) 합시다' (2021년 4·7 보궐선거, 민주당, 허용)
'무능', '내로남불', '위선' 등 단어, '보궐선거 왜 하죠' (미래통합당, 불허)
선관위는 미래통합당이 쓰려던 문구에 대해 각각 '문재인 정권을 연상하게 한다', '특정 정당(민주당)'과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로 사용을 불허했다.
'소쿠리 투표' 등 부실 관리 문제도 재조명됐다. 지난 20대 대선 사전투표에서는 투표용지를 투표함이 아닌 지퍼백이나 소쿠리, 쓰레기봉투 등에 담는 광경이 시민들에게 포착되며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20대 대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 2022년 3월 5일, 전국 곳곳의 사전투표소에서는 유권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며 항의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당시 유권자들은 "대선 투표 관리가 동네 반장 선거만도 못 한다", "투표용지가 담긴 쇼핑백이 야외에 방치된 모습은 정말 충격"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었다.
지난해에 터진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논란도 선관위의 위상에 먹칠을 했다. 선관위 전·현직 고위직 4명의 자녀가 경력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선관위는 이들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재발 방지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선관위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줬다.
이런 상황에서 선관위는 최근 '부정선거' 주장을 하는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입법을 추진하려다 보류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 선거 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선관위가 '셀프 성역화'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에 대해 KBS 라디오에서 "선관위는 이번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많은 지적을 받아왔다"며 "선관위가 그동안 87년 헌법 체제 이후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헌법기관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부정 채용 (근절)이라든지 자체 혁신 노력을 (하지 않고) 방치해 왔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건뿐만 아니라 선관위가 자체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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