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경남-안산을 통해 시도민구단 존재 이유를 묻다 [단상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년전만해도 K리그1에 있었던 성남FC. 지난해만해도 K리그2에서 4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경남FC.
그리고 2017년 창단 이후 딱 한번 5위를 해본 2019년을 빼곤 늘 K리그2에서도 최하위권인 안산 그리너스.
2024시즌 이 팀들을 통해 시도민구단이 왜 존재해야하는지 회의를 느낄 수밖에 없는 축구팬들이다.
▶한때 K리그 최다우승팀이던 성남, 6개월새 감독 3번 바꾸며 최하위
K리그 최다우승팀이던 성남 일화를 토대로 시민구단으로 재창단했던 성남FC. 강등도 당했지만 남기일 감독 아래 다시 승격도 하고 이후 다시 강등도 되며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언제나 K리그에서 존재감은 가지고 있던 성남이다.
하지만 2023년 1월 새 대표이사가 오고 나서 팀은 추락만 거듭했다. 일반적으로 강등된 팀은 K리그2에서 다음해 곧바로 승격후보로 언급된다. 그러나 성남은 2023시즌 13개팀 중 9위에 그치며 성남 구단 창단 이래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한다.
바닥을 찍고 나니 그 밑에 지하가 있다고 했던가. 2024시즌 성남은 K리그2 13개팀 중 13위 꼴찌로 한때 K리그 최다우승팀에서 한국 프로 축구팀을 통틀어 최하위의 치욕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만다.
팀 행정을 보면 이같은 성적이 납득된다. 2018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끝으로 감독직을 떠나있던 이기형 감독을 2023시즌 감독으로 앉힌 것부터 의문이 많았다. 이기형 감독이 선수로써는 뛰어났지만 지도자로써 행적이 뛰어나지 않았기에 2부로 강등된 성남을 수습할 수 있을지 우려가 많았고 결과는 구단 역사상 최하위성적이었던 2부 9위였다.
2023시즌 종료 후 이기형 감독은 경질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성남 프런트는 이기형 감독을 안고가는 선택을 했다. 이해하기 힘들어도 기존 감독에 믿음을 준다는 명분이라면 이해해볼 여지가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2024시즌 시작 후 1무2패를 기록하자 단 3경기만에 이기형 감독을 경질하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한 성남 프런트다. 아예 믿어줄거면 믿어줘야지 시즌 시작 3경기만에 감독을 경질한다는건 최악의 선택이었다. 이미 동계훈련을 이기형 감독이 진행했고 선수단 구성 역시 이기형 감독이 관여했는데 성남 프런트는 스스로 겨울에 했던 모든 일들을 없애고 날려버렸다.
그러면서 최철우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에 앉혀다가 정식감독으로 시켰는데 이마저 이상했다. 감독대행 6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정식 감독이 되는데 성남 구단은 이에 대한 어떠한 발표도 하지 않았다. 최철우 감독 입장에서도 첫 프로 감독직이라 축하받을 일이지만 구단에서 자신의 감독 취임을 부정하는듯한 태도로 오히려 언론에서 구단을 질타할 정도였다.
질타가 계속되자 그제야 정식 감독임을 인정한 구단의 지지를 못받은 최철우 감독은 8월 성적부진을 이유로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새감독 후보군을 모색하는데도 이상했다. 많은 후보가 지원했음에도 '적격자 없음'이라는 황당한 사유로 감독 선임을 미뤘고 9월 겨우 전경준 감독을 선임했다. 한시즌에 3번째 감독이 왔는데 팀이 잘될 리가 없었고 성남은 36경기 중 고작 5승만 거두며 K리그2 최하위이자 구단 역사상 최하위를 기록하고 만 2024시즌이다.
3월에 이기형 감독이 경질되고 이후 최철우 감독, 9월 전경준 감독 선임까지 6개월간 감독이 3명이 들어오는 상황은 성남 구단 행정이 얼마나 한심한지 보여주는 예시일 뿐이다.
▶차라리 설기현 그리워하는 경남
2017년 K리그2 우승, 2018년 K리그1 준우승이라는 동화같은 얘기까지 갈 필요가 없다. 2020년 설기현 감독 부임 후 경남은 강등 직후 시즌임에도 3위를 차지해 승강플레이오프까지 갔다가 경기막판 실점하며 아쉽게 승격에 실패했다.
이후 2021년 6위, 2022년 4위, 2023년에도 4위로 계속 플레이오프는 진출했다. 그러나 이상한 기류는 2023년부터 감지됐다. 관료출신인 새 대표이사가 2023년 3월 부임하고 5월에는 새 단장이 부임한 경남 프런트는 2023시즌 막판 아직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는 설기현 감독에게 플레이오프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든 상관없이 2024시즌을 함께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아직 플레이오프도 안한 감독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한다면 그 감독이 플레이오프를 이겨야할 필요성을 느끼기나할까. 4년이나 감독을 한 사람에게 예의가 부족한 처사로 축구계에 많은 비판을 자아냈고 경남이 플레이오프에서 이기지 못하고 승격하지 못한건 당연해보였다.
이후 경남이 설기현 감독과 함께가지 않고 충남 아산에서 그동안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박동혁 감독을 선임한건 언뜻보면 괜찮은 선택처럼 보였다.
하지만 파고들면 최악의 선택이었다. 패스를 통해 풀어가고 공격적인 설기현 축구와 선수비 후역습과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하는 박동혁 축구는 서로 대척점에 있는 스타일이다. 아무래도 설기현 감독이 4년이나 있으면서 설 감독 축구에 적응된 선수들이 많은 경남에서 박동혁 감독의 스타일은 구현되기 쉽지 않았다.
결국 경남 프런트가 플레이오프전 재계약 불가 통보까지 하며 설기현을 내치고 데려온 박동혁 감독을 2024시즌 9월초까지 27경기 5승에 그치며 경질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4위까지 했던 경남은 새로운 프런트가 선수단-코칭 스태프 선임을 한 2024시즌 K리그2 13개팀 중 12위로 구단 역사상 최하위를 기록하고 만다.
지난 11월 시즌 종료 후 경남은 이을용 감독을 선임했다. 선수로써는 레전드였지만 FC서울, 제주 유나이티드를 거치며 거듭 감독까지 오르지는 못했던 지도자 경력. 내년이면 50세의 나이에 첫 프로 감독 지휘봉을 잡았지만 어떤 지도력을 가지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뛰어난 선수 경력과 여러 프로팀 코치 경력이 있음에도 그동안 감독직을 잡지 못했던 이을용이라는 미지수에 2025시즌 운명을 맡긴 경남 프런트다.
▶늘 돈 안쓰는 안산, 이젠 새단장 등장에 언론-에이전트와 전면전
2017년 창단 이후 딱 한번 K리그2 5위를 해본 2019년을 빼곤 매년 하위권에만 맴도는 안산. 안산은 과연 팀을 운영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되는 일이 여럿있었다. 실제로 2017년 국내 최고 연봉 선수였던 김신욱이 15억4000만원을 받을 때 안산 국내 선수 30명 연봉 총합이 12억7510만원이었다. 안산은 이후에도 늘 K리그 팀연봉 최하위로 예산을 쓰지 않는 팀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선수단 계약 방식도 워낙 특이한데 대부분의 선수가 1년 계약만 맺어 팀을 뛰고 간혹 다년 계약 선수 중 타팀에서 이적료가 나오는 제의가 오면 대부분 이적을 허락하는 식으로 팀운영을 하다보니 축구계에서는 '차라리 상무가 1년반은 뛰니 안산보다 더 한팀에서 오래 뛴다'는 얘기를 할정도였다.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연봉과 계약이 바닥 수준이다보니 안산이 K리그2에서도 늘 하위권인건 어찌보면 당연했을지 모른다.
2025시즌을 앞두고는 또 선수 계약 문제로 시끄럽다. 막 부임한 새 단장이 이미 전력강화위에서 구성한 다음시즌 뛸 30명의 선수 중 일부를 쳐내고 자신이 선발한 선수를 계약하려고 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언론-에이전트협회-안산 구단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난 것. 안산 구단은 특정 언론에 사과를 요구하는건 물론 에이전트협회 역시 비난했는데 이를 본 안산 서포터즈들이 구단 사무실에 근조화환을 보내는 등 새 단장의 행정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결국 성남-경남-안산 모두 누가 대표이사, 단장 등으로 왔느냐에 따라 그동안의 구단의 행보와는 상관없이 팀이 완전히 기우는 것이 성적으로 드러난다. 결국 시도민구단이라는 것이 구단주인 시장과 도지사 측근이 프런트로 임명되는데 축구와 무관한 인사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나름 시장-도지사의 측근이 될 정도로 사회에서 성공한 인물들이다보니 자신의 성공과 그에 따른 고집을 축구단에 주입시키며 축구를 쉽게 여기다보니 이같은 행태가 계속해서 시도민구단에서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 축구계의 시각이다.
시도민구단에는 세금이 투입된다. 어떤 프로스포츠에도 세금이 투입돼 운영되는 곳은 없다. 혈세가 투입된다면 그만큼 더 가치를 해야하지만 축구와 무관한 운영이 반복되는 시도민구단들의 행정은 정말 시도민구단이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 회의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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