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홍준표 미국 입국 못 하게”···보수층 퍼지는 ‘CIA 신고 운동’[팩트체크]
12·3 비상계엄 사태와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보수 성향 시민 사이에서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지지한 연예인 등 유명인을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신고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유명인을 ‘종북세력·반미주의자’로 몰아 CIA에 신고함으로써 그들의 미국 입국심사를 까다롭게 하거나 무비자 입국 프로그램 발급을 막자는 것이다.
이들이 벌이는 운동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CIA에 신고해 미국 입국을 금지 또는 번거롭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관철될 가능성은 없다.
2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최근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지지한 연예인들을 CIA에 신고했다는 인증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들은 가수 아이유와 뉴진스도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한 자신의 팬들에게 ‘선결제’ 방식으로 음식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CIA에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사실상 윤 대통령의 탄핵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자신의 ‘조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CIA 신고 대상에 올랐다.
이들의 의도는 CIA에 해당 인사들을 종북세력이나 반미주의자로 신고해 입국심사를 까다롭게 만드는 등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영국 정보기관인 MI6, 일본 공안조사청 등 다른 해외 정보기관에 신고했다는 글도 보인다.
미국 전문가들은 CIA에 신고하면 미국 입국이 제한된다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라고 일축했다. 미국 입국심사는 CIA가 아닌 국무부와 국토안보부 등에서 담당하며, 개인의 정치적 성향은 공식적으로 비자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미대사를 지낸 안호영 경남대 석좌교수는 “CIA가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일진 모르겠지만 이런 얘긴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CIA가 인적 정보를 수집한다고 해도 집회 지지를 이유로 출입국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입국시 불이익은) 미국 국익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다는 구체적인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진보적 성격의 집회에 참석하거나 음식 대접을 했다는 것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라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보수 시민들의 ‘CIA 신고 운동’은 2016년에도 등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극우 성향 커뮤니티의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탄핵을 지지한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을 CIA에 ‘반미주의자’라고 신고하는 유행이 일었다. 2018년 주한 미국 대사관은 이런 활동에 대해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밝혔다.
미 대사관 측은 이 사안에 관한 질의를 여러번 받아 사안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IA는 같은 신고내용을 반복적으로 보낸 누리꾼들의 e메일 주소는 ‘수신거부’ 조치를 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외교부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질의에 나와 ‘탄핵 집회에 참석한다고 ESTA 발급이 안 나오느냐’는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게 가능하겠느냐. 그 나라들의 주권 사항”이라고 답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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