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복귀'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尹, 더 철저하게 검증했어야 했다"

박재령, 윤수현 기자 2024. 12. 2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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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언론장악' 맞서 싸워온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5만 회원' 달성한 뉴스타파, "지속 가능한 후원제 입증해"
내년 새로운 대표 체제 꾸려질 예정… "복 많은 대표였다"

[미디어오늘 박재령, 윤수현 기자]

▲ 지난 23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만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사진=윤수현 기자

“단순 가짜뉴스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치밀하게 기획된 공작뉴스… 치밀하게 계획된 1급 살인죄와 과실치사죄는 천양지차로 구별되는 악질 범죄로 극형에 처해지는 범죄” (2023년 9월11일,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

비상계엄으로 대표되는 윤석열 정권의 무지막지함을 언론계는 이미 맞닥뜨리고 있었다. 비판 보도를 향한 권력의 '입틀막' 시도가 그만큼 폭력적이었다는 뜻이다. 뉴스타파는 그 최전선에서 언론의 방식인 기사와 기록으로 맞서 싸웠다. 내란 이후 탄핵 국면으로 넘어간 지금 정권과 싸움에선 뉴스타파가 판정승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

검찰총장 시절의 거짓말 의혹부터 '윤석열'이란 인물을 치밀하게 검증 보도했던 뉴스타파다. 무지막지했던 정권의 말로를 뉴스타파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23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만난 김용진 대표는 “윤석열이란 개인을 적대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저널리즘 원칙에 따라 고위공직자를 검증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10년 넘게 맡은 뉴스타파 대표를 내려놓고 현장으로 돌아간다는 계획도 밝혔다.

“윤석열과 대립? 그런 생각은 별로 가진 적 없다”

-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부터 검증 보도를 내며 대척점에 섰던 뉴스타파다. 최근 발생한 내란 사태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윤석열 개인하고 우리가 딱히 뭐 대립했다는 생각은 한 적 없다. 고위공직자이니 검증을 한 것뿐이다. 다만 그때만 하더라도 이 사람이 이렇게 엉망인 줄은 몰랐다. 그때 훨씬 더 철저하게 검증해서 이 사람이 공적 지위에 오르지 못하도록 했어야 했는데 저널리스트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것 같아 오히려 후회하고 반성하는 마음이다.”

▲ 지난 23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만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사진=윤수현 기자

- 뉴스타파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 최전선에 있었다. 압수수색도 당했고 여당에선 '사형죄'를 운운하기도 했다. 공권력의 작용을 가장 강렬하게 체감했을 때가 언제였는지 궁금하다.

“작년 9월 뉴스타파를 잡겠다며 대통령실, 정부 부처들이 총동원됐고 여당에선 '사형죄', '국가 반역죄' 등 공세가 쏟아졌다. 어떤 측면에선 코믹했다. 너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니까. '이 사람들 수준이 이렇구나' 생각했는데 이 부당한 공권력이 (압수수색으로) 우리 뉴스룸과 기자들을 짓밟고 들어올 때는 실감이 나더라.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 보도로 촉발된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은 현재 공판이 한창 진행 중이다.

“정부 단위에서 뉴스타파를 상대로 이렇게 한 건 역사상 처음이다. 고소·고발을 통한 사건이라기보다 검찰에서 일종의 인지 사건으로 한 것인데 이렇게까지 언론에 하는 건 제 기억상 없었다. 물론 (뉴스타파가) 형사고발을 당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 수사기관 단위에서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 실제로 수사를 당해보니 어떤가. 취재하고 비판하던 입장에서 당사자가 되면 느낌이 다를 것 같다.

“언론도 이렇게 다루는데 다른 일반인들한테는 얼마나 가혹하게 하겠나. 검찰 출입을 하면 기자가 약간 검찰에 동조되는 게 있다. 검찰이 나쁜 놈들을 잡는데 저널리즘 차원에서 뭔가 좀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예전부터 그런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알았는데 이번에 훨씬 더 절감하게 됐다.”

희대의 '대통령 명예훼손' 공판 진행중… “재판부도 갑갑해하더라”

- '윤석열 명예훼손' 공판 과정이 뉴스타파 등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공소장에 뉴스타파 보도의 무엇이 허위인지 특정되지 않고 범죄혐의 사실과 무관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재판부가 질타하자 검찰이 잇따라 공소장을 변경하기도 했다.

“특히 반부패수사부, 이전엔 특수부라고 했는데 이 수사 조직은 정말 상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지금 사건에서 예단을 갖고 그들이 설정해 놓은 목표는 망상 수준이다. 사건 초기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보면 '김용진이 이렇게 마음을 먹었다'는 대목이 무수히 많다. 거의 독심술 수준이다. 나하고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 공소장을 보면 3분의 2 이상이 이재명 대표 등 범죄사실과 무관한 얘기들이다. 배경이나 경위 이런 것들을 끌어모아 그럴듯하게 만드는 거다.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가 명확하게 없으니까. 재판부도 갑갑해하는 게 보인다.”

▲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2023년 9월14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앞에서 검찰 압수수색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팀을 꾸린 수사가 이런 식으로 마무리되면 검찰 입장에서도 망신일 텐데 왜 이렇게까지 한 걸까.

“일단은 일을 벌여놨으니 중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작년 9월 대통령실이 (뉴스타파를 향해) 공세를 펼칠 때 서울중앙지검이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13명 정도 투입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흥미로운 건 사건 초기 수사하던 검사들은 지금 (재판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부패수사부의 막내급, 젊은 검사들이 (대신) 들어온다. 우리는 섭섭하지(웃음). 우리 심문한 사람들 나오면 반갑게 맞을텐데. 기소 이후부터는 검찰에서 흥미가 좀 떨어진 느낌이다.”

- 무죄가 나오면 그때 뉴스타파를 '반국가세력'으로 몰았던 세력들이 책임을 질까.

“국민의힘? 당연히 책임 안 질 것이다. 한 의원은 요즘 뭐 1년만 지나면 국민들이 다 잊어먹는다고 말하시던데. 반성과 사과를 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에 대한 책임은 우리가 나서서 물을 것이다. 실제로 준비를 하고 있다.”

- 지난 10월엔 뉴스타파 기자 3인(김용진·봉지욱·한상진)의 압수수색 경험담을 엮어 책(압수수색)도 냈다. 반응이 어떤가.

“일반 사회과학·정치 분야에 비해서는 조금 더 팔렸다고 하는데 아직 나온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웃음). 사실 뭐 책의 흥행을 떠나 압수수색의 불법성, 위험성을 국민들에 알리자는 취지였다. 휴대폰이나 노트북 이런 정보저장매체 자체를 반출해 나가는 것이 원칙이 아닌데 다 가져가지 않나. 한상진 기자의 경우 명백하게 판사가 기각한 노트북도 다 해체하고 이메일 열어보고 했다. 그것도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11월 검찰이 불법적으로 뉴스타파를 수사했다며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에 대해선 언론윤리 위반 지적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뉴스타파 전문위원이었던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인터뷰 후 김만배씨에게 책값으로 1억6500만 원을 수수했다.

“뉴스타파도 사과 메시지를 냈다. 보도 시점에 우리가 몰랐다고 해도 결과론적으로 그렇게 됐으니까. 다만 이제 금액의 적정성을 우리가 판단할 위치에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은 든다. 전문위원이라는 특수성도 있고 변호사 자문을 받았을 때도 사인 간의 거래라 뉴스타파가 거론할 위치가 아니라는 의견이 있었다. 그럼에도 보도 시점에 그 부분이 알려지지 않은 건 부적절했다. 보도 여부를 판단할 변수 하나를 놓친 것이니 아쉬운 지점은 분명하다.”

- 뉴스타파 진상조사위도 전문위원의 계약관계를 놓고 “뉴스타파에 법률적 책임을 귀속시킬 정도의 관계를 형성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다만 진상조사위는 이외에도 대선에 임박했던 보도 시점과 '통했지', '봐줬지' 등 주술관계의 오류도 같이 지적했다.

“전체적으로 진상조사 보고서는 경청하지만 일부는 동의하기 힘들기도 하고 그렇다. 하나 언급하고 싶은 건 법원에서도 명확하게 이 보도의 본질이 '윤석열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으로 봤다는 것이다. 지금 재판도 크게는 그런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작 우리 보도엔 '윤석열이 (조우형에) 커피를 타줬다'는 이야기가 없다. (당시 여당과 언론매체들은 일제히 뉴스타파가 '윤석열 커피' 허위보도를 냈다고 비판했다.) 맥락이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해를 위해 긴 분량의 녹취를 편집한 것이다. 통상적인 방식이라 보도의 본질을 바꾸지 않았다. 보도의 시점이 문제라는 것도 결과론적인 부분이다. 3일 전이든 3시간 전이든 어떤 후보에 대해 검증할 만한 내용이 있으면 지금 다시 돌아가도 (보도)했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였어도 마찬가지다.”

11년 뉴스타파 대표 내려놓고 현장으로… “복 많은 대표였다”

- 2013년 뉴스타파 대표로 오셨으니 이제 11년이 좀 넘었다. 대표를 맡으며 가장 아쉬웠던 점과 보람찼던 점을 하나씩 꼽자면.

“우리가 이런 형태의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주변에서 다 회의적으로 봤다. '무슨 후원제로 운영이 가능하냐', '1000명 정도만 모여도 기적이다' 등의 반응이 나왔는데 지금은 프로젝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매체가 됐다. 광고와 협찬을 받지 않고 시민들의 풀뿌리 후원만으로 운영하는 모델을 입증해냈다는 것, 그것이 가장 보람 있는 일이다. 아쉬운 점은 10년 넘게 했지만 아직은 만족할 만큼 '스피커' 자체가 커지진 않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하는 데는 아직 미흡하다고 본다.”

▲ 2023년 뉴스타파 '회원의 밤' 유튜브 갈무리.

- 최근 후원자가 5만 명이 넘었다고 들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4만5000명이었는데 유의미한 성장세다.

“조세도피처 프로젝트나 이건희 회장 스캔들 등 큰 건을 보도할 때면 유의미한 성장세가 있었다. 지금보다 더 큰 폭의 성장세도 있었던 것 같긴 하다. 아무래도 뉴스타파가 압수수색 당하고 탄압받으니 지지와 연대의 의미에서 많이 도와주시지 않았겠나. 구속됐으면 만 명은 더 늘어났을텐데(웃음).”

- 일각에선 후원자가 많아질수록 언론이 불편부당성을 지키기 어려워진다는 분석을 하기도 한다. 특정 성향의 지지를 가진 사람들의 입김에 언론이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해외에 많은 독립매체 대표들하고 이야기를 해봐도 소액을 후원하는 다수 시민들이 있을 때가 제일 안정적인 모델이라고 한다. 실제로 뉴스타파가 문재인 정부 때 검찰총장(윤석열) 보도를 내서 상당히 많은 후원자가 빠지지 않았나. 근데 얼마 안 가 우리 보도가 잘못된 게 아니었다는 게 입증이 되니 다시 재가입 많이들 하셨다. 단기간으로는 출렁거릴 수 있겠으나 그런 정파성에서 분리된 보도가 장기적으로는 신뢰 자산으로 남는다. 그런 걸로 뉴스타파가 흔들릴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 2013년 김용진 대표가 뉴스타파 대표로 올 당시 사진.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올해가 뉴스타파 대표로서 마지막인가. 내년에 대표자추천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다.

“작년 '회원의 밤' 때 이미 (마지막이라고) 얘기했다. 이후 예기치 못한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내년에는 새로운 대표 체제가 될 것이다. 그동안 밀렸던 취재거리도 있고 평기자로 현장으로 돌아가려 한다. 현장으로 돌아간다는 걸 너무 거창하게 듣진 말고(웃음). 그래도 지금까지 다른 언론사 대표처럼 광고나 영업에 신경 안 썼던 건 정말 복 받은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런 소회는 나중에 또 기회가 있으면 자세히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다.”

- 올해 5개 언론사(뉴스타파·미디어오늘·시사IN·오마이뉴스·한겨레)와 함께 '언론장악 공동취재단'을 기획·운영했다. 팀을 꾸리게 된 경위와 의미를 짚어본다면.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이 너무 심각하니까 이 주제는 팀을 꾸려서 체계적으로 취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있었다. 매체 종류가 겹치는 것보다는 안 겹치는 매체 위주로 생각했다. 뉴스타파는 아무래도 영상이고 한겨레는 일간지, 시사인은 주간지, 오마이뉴스는 인터넷매체 등 오디언스(독자)가 다양하지 않나. 미디어오늘은 자타가 공인하는 매체감시언론이니까(웃음) 당연히 생각했고 그렇게 팀을 짜게 됐다. 다행히 거절하지 않고 흔쾌히 동참해주셔서 6개월 동안 좋은 보도를 많이 냈다. 혼자 하는 것보다 파급력이 곱하기 50은 되지 않았을까 싶다.”

▲ 지난 23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만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사진=윤수현 기자

- 창립 초기부터 언론사끼리의 연대와 협업을 강조하던 뉴스타파다. 운영 방식이 서로 다르고 경쟁하는 매체들이 협업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계속 시도하는 이유가 뭔가.

“협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필수라고 생각한다. 한 언론사가 어떤 큰 사안에 대해 자기들이 완결성을 가지고 자기 울타리 내에서 다 안다고 하는 건 너무 오만한 생각이다. 비단 언론장악 아이템뿐 아니라 다른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 무너진 언론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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