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본부장 만나 통합 대상 뽑자” 김구라 일침 부메랑 됐다 [TV와치]

이해정 2024. 12. 2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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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2019 SBS 연예대상

[뉴스엔 이해정 기자]

"방송 3사 본부장들이 만나서 돌아가면서 대상 뽑아야 한다. 이제 바뀔 때 됐다."

방송인 김구라는 5년 전 '2019 SBS 연예대상' 시상식 후보 8명 중 한 명으로 뽑힌 뒤 작심 발언을 한 인터뷰로 화제가 됐다. 국민 프로그램이 너무 많고 경쟁력이나 기대감이 적으니 차라리 3사 중 가장 잘한 두 명 정도만 뽑아 양강 대결 구도로 만들자는 거다. "광고 때문에 그런 건 안다"며 사려 깊은 일침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 21일 '2024 KBS 연예대상'시상식에서 가수 이찬원이 대상을 수상하며 자격 논란을 야기했고, 같은 날 열린 '2024 SBS 연기대상'에서는 장나라가 세 번째 대상 불발 끝에 대상 주인공이 되며 감동을 안겼지만 쪼개기 수상, 참석상의 여운은 찜찜한 뒷맛을 남겼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은 대상 후보 지성이 무관에 그쳤고 13.6% 시청률로 사랑받은 '지옥에서 온 판사' 박신혜는 급조된 '디렉터즈 어워드'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재벌X형사' 안보현, '열혈사제2' 김남길이 '최우수 연기상'을 나눠가지며 수상의 권위마저 격하시키는 관례도 반복됐다. 최우수 연기상을 미니시리즈 장르/액션, 시즌제 드라마, 미니시리즈 휴먼/판타지 등 세 부문으로 쪼개는 꼼수로 상 퍼주기를 용이하게 했다. 올해 시즌제 드라마는 '열혈사제2', '7인의 부활'이 두 편인 터라 결국 참석상으로 변질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우수 연기상 역시 미니시리즈 장르/액션, 미니시리즈 휴먼/판타지, 시즌제 드라마 등 세 부문으로 구성해 배우들에게 고루 트로피를 나눠줬다. 신인상은 4명이 공동 수상, 조연상은 무려 10명의 공동 수상자가 나오는 촌극을 빚었다. 이쯤 되니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 수상하지 못한 사람이 '뭔가 있는' 듯한 의구심마저 들 지경이다.

권위를 의심받는 건 '2024 KBS 연예대상'도 마찬가지다. '불후의 명곡' '하이엔드 소금쟁이' '추석특집쇼 이찬원의 선물' '신상출시 편스토랑' '셀럽병사의 비밀' 등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찬원에게 대상으로 개근상을 준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찬원이 아니라 줄 만한 프로그램, 그 프로그램을 이끈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올해의 예능인상'을 배출한 '신상출시 편스토랑'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1박2일4'는 모두 2019년 첫 방송을 시작한 장수 프로그램이다. '올해의 프로그램상'을 수상한 '불후의 명곡'은 12년째 자리를 지키며 진짜 '불후'한 예능이 됐다. 이런 와중에 올해의 예능인을 뽑고 올해의 프로그램을 가리려니 시청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결국 그 나물에 그 밥, 매년 나눠먹기식에 그친다.

남아있는 KBS MBC SBS 3사 시상식에서도 쪼개기, 공동 수상의 그늘이 드리워져있다. 의미 없는 트로피 남발, 볼 거리 없는 축하무대만 반복하고 있으니 시상식을 보면서 연말을 마무리하는 풍토가 사라진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22일 오전 9시 공개된 유튜브 채널 '뜬뜬'의 '제2회 핑계고 시상식'이 11만 동시 시청에 이어 누적 400만 조회수(24일 오후 2시 기준)를 기록하는 등 연말 최고의 시상식으로 떠오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불편한 드레스 입고 앉아있는 3사 시상식보다 논현동 사무실 구석에 20명 남짓 모여 하는 토크쇼 겸 시상식이 재밌었다는 의미다. 예능이나 드라마가 고이는 것도 문제지만, 고인 작품 모아다 더 고이게 하는 시상식은 더 문제다. 5년 전 김구라의 일침을 무시한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지금, 당시엔 기분 나빠했던 3사 본부장들도 이젠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뉴스엔 이해정 ha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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