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 안가 찾은 장관차 블랙박스 작동에도 "미설치" 거짓말

이윤석 기자 2024. 12. 2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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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카메라에 차량 블랙박스 작동 모습 담겨
"전원선 뽑혀 있었다"는 등 황당한 변명
안가 갔던 인물들 차량 블랙박스 "중요한 증거 자료"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 다음 날 저녁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을 찾았던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측이 차량 블랙박스가 있음에도, 국회 법사위 측에 "설치가 안 돼 있다"고 거짓 답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안가를 찾았던 다른 인물들 역시 '블랙박스 영상 제출 요구'에 "블랙박스 전원선이 뽑혀 있었다"는 등 믿기 어려운 답변을 했습니다.

지난 4일 저녁, 이상민 당시 행안부 장관의 관용차가 대통령 안가를 향해 이동 중인 모습.
안가 비밀회동 차량 블랙박스 '작동 중' 불빛

지난 4일 저녁, 이상민 당시 행안부 장관은 제네시스 G90 관용차를 타고 대통령 안가로 이동했습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완규 법제처장 등과 비밀리에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들의 모습은 취재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이상민 당시 행안부 장관의 관용차 블랙박스가 작동 중인 모습. 차량 최초 출고 때부터 달려 있는 빌트인캠 방식 블랙박스로, 추가로 비용을 내야 하는 '선택 옵션'이다.
취재진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건태 의원을 통해 참석자들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행안부 측은 "차량에 블랙박스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확보한 다른 영상엔 파란 불빛이 깜빡이며 블랙박스가 작동하는 모습이 선명했습니다. 차량 최초 구매 때 내장형으로 설치된 블랙박스였습니다.

블랙박스 사진 보여주며 추궁하자 "이런 게 있었네?"

사진을 보여주며 "왜 거짓말을 했느냐"고 질문하자, 행안부 측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당시 녹화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해당 블랙박스는 차량 구매 시 따로 선택해야 하는 옵션입니다. 돈을 내고 추가로 구매한 기능인 만큼 "정말 몰랐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지난 4일 저녁,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관용차가 대통령 안가 회동이 끝난 이후 이동하는 장면. 블랙박스가 작동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당사자들 변명도 비슷했습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기아 EV9 관용차를 타고 안가를 방문했습니다. 별도 설치된 블랙박스가 녹화 중인 표시가 선명했습니다. 박 장관 측은 "통상 2~3일 치만 저장돼 제출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아무리 용량이 작은 메모리카드를 사용하더라도 2~3일 정도만 저장이 된다는 건 주행 거리가 상당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경찰청장·서울경찰청장 안가로 직접 불러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12·3 비상계엄 당일 저녁 안가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 사항을 전달받았습니다. 이들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특히 더 중요한 배경입니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측은 "관용차 블랙박스 전원선이 뽑혀 있었다"고 해명했다.
조지호 경찰청장 측은 "블랙박스가 없다"고 답했고,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측은 "블랙박스 전원선이 연결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블랙박스 전원선이 뽑힌 상태로 인수인계를 받아, 이후에도 선이 빠진 상태로 운행했다고 했습니다. 누구보다 블랙박스 영상의 중요성을 잘 아는 경찰 조직의 수뇌부가 블랙박스도 없이 차량 운행을 해왔다는 겁니다.

"블랙박스 영상과 내부 음성 기록 등 조속히 확보해야"


지난 4일 저녁, 대통령 안가 근처에서 비공개 회동이 끝나길 기다리는 수행원의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들이 안가로 이동할 때 어떤 말을 했고, 누구와 함께했는지 등은 매우 중요한 증거 자료입니다. 이건태 의원은 "이번 내란 사태에서 안가는 사실상 본부 역할을 했다"면서 "안가에 갔던 인물들이 줄줄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차량에 블랙박스가 없었다고 거짓말을 하는 건 심각한 증거 인멸에 해당한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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