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용의 해' 보낸 이청용 "3연패했지만 올해 내 점수는 50점"
시즌 초 변수·감독 교체 등에도 꾸준함 뽐내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리그 우승은 내가 잘한 거보단 동료들이 잘해줬다…2관왕 못해 아쉬워."
한국 축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설' 이청용(36·울산 HD)이 2024년 한 해를 되돌아봤다.
2024년 올해는 갑진년으로, 푸른 용의 해였다.
자연스레 1988년생 용띠인 데다, 이름이 '청용(靑龍)'인 이청용에게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이청용은 2024시즌 K리그1 23경기에 출전해 4도움을 기록했다. 골은 없었지만 특유의 리더십과 필드 안 창의력으로 울산의 리그 3연패에 공을 세웠다.
울산으로선 시즌 도중 홍명보 감독에서 김판곤 감독으로 사령탑이 바뀌는 변수에도 3연패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특히 K리그에선 성남 일화(현 성남FC), 전북 현대에 이어 역사상 3번째로 3연패 팀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긴 순간을 함께 했지만, 최근 뉴시스와의 연말 인터뷰를 진행한 이청용은 "올해 내 점수는 100점 만점에 50점"이라고 평가했다.
푸른 용의 해지만…순탄치 않았던 시즌 초반
2023시즌 종료 후 구단과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찰이 생겼다.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팀을 떠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다행히 결별설에 그쳤고, 1월 말 팀의 일본 전지 훈련에 합류하면서 갈등을 봉합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1차 전지훈련을 소화하지 않았기에 시즌 초반에는 대부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청용은 "올해 초반 거취와 관련해 조금 불안정한 상황이 있었다. 이후 빠르게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감독이 바뀌는 변수까지 맞았다.
지난 시즌까지 팀에 2연패를 안겼던 홍 감독이 시즌 도중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사령탑 공백이 생겼다. 김 감독이 후임자로 왔지만, 시즌 중 새 사령탑에 적응하는 건 3연패를 노리는 팀에 쉬운 과제가 아니었다.
다행히 김 감독은 이청용을 신뢰하면서 팀이 분위기를 바꾸는 데 디딤돌로 활용했다. 이청용도 팀 내 형으로서 핵심 선수로서 새 새령탑의 믿음에 부응했다.
특히 지난달 1월 강원FC와의 리그 36라운드 홈 경기(2-1 울산 승)에서 공격수 주민규(34)의 결승골에 도움을 기록하면서 우승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이청용은 "3연패라는 목표를 향해 팀원들과 같이 가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던 시즌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원하는 목표를 이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반부터 큰 도움이 됐던 건 아니지만, 중반부터 후반기까지 팀 안팎에서 힘이 됐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만족하고 있다"며 웃었다.
리그 3연패를 달성했지만 본인의 시즌 점수를 단 50점밖에 주지 않은 건 2관왕을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울산은 리그를 제패한 기세를 몰아 코리아컵 정상까지 노렸다.
지난달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동해안 라이벌' K리그1 포항스틸러스와 2024 코리아컵 결승전을 치렀다.
선제골을 터트리는 등 2관왕을 이뤄내는 듯했으나, 내리 3골을 허용하면서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에 그쳤다.
이청용은 "리그 3연패를 확정짓고 코리아컵 우승을 하는 게 우리의 그 다음 목표였다. 최선을 다했다. 전반전 시작도 잘했지만, 결승전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며 "패배한 게 상당히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이번 시즌 후반기에 보여준 것, 김 감독님이 새로 오셔서 새로운 축구를 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더 발전할 게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분들께는 (2관왕을 못해) 죄송하지만,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봐)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이청용의 축구는 2025년에도 계속
휴식기 동안 지도자 교육을 받으면서 제2의 삶을 준비하는 건 물론, 지난 21일에는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부회장으로서 협회 자선 경기를 뛰는 등 축구로 줄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뽐내기도 했다.
이청용은 "당장 지도자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머지않아 은퇴를 하면) 축구 관련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지도자의 관점에서 축구를 생각해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청용의 말처럼 언제까지 축구 선수 생활을 할 수는 없다. 현대 스포츠 과학이 발달하면서 불혹까지 뛰는 선수들이 늘고 있으나,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실제 이청용과 함께 2010년대를 주름 잡았던 구자철(35·제주유나이티드)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축구화를 벗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이청용은 "올해도 그랬는데 매달, 짧게는 매주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 선수로서 나이도 많고, 큰 부상을 당하면 (어린 선수들보다)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경기 나갈 때마다 몸을 사리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저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그라운드를 떠날 때는 후회 없이 떠날 수 있게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그런 게 매 경기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고, 이번 시즌 (밖에서 팬 분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울산과의 계약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축구계에 따르면 구단과 선수는 동행 연장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지만, 인터뷰를 진행한 시점에 재계약이 확정되지 않은 터라 이청용은 조심스럽게 다음 시즌을 점쳤다.
이청용은 "(리그 4연패를 위해선) 지금 울산의 평균 연령이 높고,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그런 경험 있는 베테랑 선수들이 없었다면 아마 이번 시즌 우승은 우리 것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경험들이 모아졌기에, 울산이 구단의 역사를 쓸 수 있었다. (또 한 번의 우승을 도전하는 내년은) 좀 특별한 시즌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침 울산은 리그, 코리아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뿐 아니라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까지 나선다.
클럽 월드컵은 국가 대항전이 아닌 구단 대항전으로 치르는 월드컵으로, 울산은 도르트문트(독일), 플루미넨시(브라질),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공)과 한 조에서 조별리그를 치를 예정이다.
내년 6월부터 7월까지 미국에서 열리는 이번 클럽 월드컵은 6개 대륙의 32개 구단으로 확대된 첫 대회라 많은 관심이 쏠린다.
이청용도 "울산이 한국에서 유일하게 출전하는 팀이다. 선수단에도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고, 선수들은 물론 팬들께서도 자부심을 느끼실 상황"이라며 "(대회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시즌 초반에 팀을 좀 잘 만들어서 클럽 월드컵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클럽 월드컵을) 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뛰게 된다면 (잉글랜드, 독일 등 유럽에서 활약한) 내 경험으로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또 우리 팀의 어린 선수들이 그런 큰 대회에서 뛰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본다. 최대한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wlsduq1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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