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만 빌려도 신상 박제, 더 악랄해진 불법추심의 덫

김다은 기자 2024. 12. 24.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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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급전 대출은 상환 기간이 짧다. 빚을 지고 눈 깜짝할 사이에 빚 독촉이 시작된다. 정하영씨(가명)가 수십만 원 소액을 빌린 시점부터 사망한 시점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한 달이다.
서울 하월곡동 미아리텍사스 골목 벽에 불법사금융 신고·제보 홍보물이 붙어 있다. ⓒ김흥구

지난 9월, 30대 여성 정하영씨(가명)가 불법추심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빌린 최초 금액이 얼마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가 작성한 유서에는 ○○○ 40만원, △△△ 50만원, □□□ 80만원 등 대출업자의 이름과 대부분 100만원 이하인 채무금이 적혀 있었다. 9월22일 지방의 한 펜션에서 삶을 마감한 그의 유서에는 “다음 생이 있다면 다음 생에서도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라는, 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그는 유치원을 다니는 여섯 살 딸, 뇌졸중과 심장병을 앓는 70대 아버지의 생활을 책임지던 가장이었다. 정씨는 6년 전 남편과 이혼하고 어린 딸의 양육을 맡았다. 일터는 서울이지만, 대전에 거주하는 아버지와 딸을 돌보기 위해 수시로 서울과 대전을 오갔다. 생계를 위해 정씨가 마지막으로 일했던 곳은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 성매매 집결지, 이른바 ‘미아리텍사스촌’이다.

11월25일과 30일, 취재진이 미아리텍사스촌을 찾았을 때 허물어진 대문 곳곳에 붉은 페인트로 ‘공가’라고 적혀 있거나 건물 사이에 ‘이주대책을 마련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지난해 11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뒤부터 미아리텍사스촌이 포함된 신월곡1구역은 빠른 속도로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었다. 내달 철거를 앞둔 성매매 집결지는 스산한 분위기였다. 복잡하게 얽힌 골목에는 ‘현관 이모(업소에 소속돼 호객을 하는 여성)’들만 혼자 혹은 서넛씩 모여 빈 골목을 지키고 있었다. 건조대에 수건이 걸려 있는 업소가 몇 곳씩 눈에 띄었지만 인기척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정하영씨와 같은 업소에서 일했던 박미애씨(가명)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어린데도 힘든 내색 없이 늘 밝은 모습만 보여주던 동생”으로 정씨를 기억했다. 하지만 올해 여름부터 정씨가 업소에 나와 일하는 날수가 부쩍 줄어들어 걱정이 됐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이 일하던 업소는 ‘일비’를 받는 곳이었다. 손님을 접대해 벌어들인 당일 수입의 일부를 아침 퇴근시간에 현금으로 지급받았다. 정씨가 ‘미아리성노동자이주대책위원회(미아리이주대책위)’에서 활동하며 집회에서 했던 말들은 그가 알뜰하게 수입을 모아 가족을 부양하는 데 써왔음을 짐작하게 한다. 미아리이주대책위는 매주 목요일 성북구청 앞에서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집회를 연다. 집회에서는 정하영씨의 빈자리를 대신해 정씨가 생전에 했던 말들을 적은 피켓을 세워둔다. 그곳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얼마 전 이혼 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제 옷을 사 입어보았습니다. 만원도 안 되는 그 옷을 사 입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사치는 아닐까 고민하며 오롯이 날 위한 7900원짜리 티셔츠 한 장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그런 정하영씨는 올여름, 평소보다 분주했다. 딸이 유치원에서 걸린 수족구병이 심해져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한 데다 아버지도 수술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주말에만 대전에 내려가던정씨는 그즈음부터 이전보다 자주 일을 쉬고 고향에 내려갔다. 일하는 날은 한 달에 대략 열흘. 박씨는 정씨가 목숨을 끊기 두세 달 전부터 수입이 크게 줄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생활비가 부족해진 정씨는 업주나 집결지 ‘언니’들이 아닌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폐 끼치지 않으려는 씩씩한 성격’이 오히려 고금리 사채시장의 문을 열게 한 것이다. 그렇게 올해 8월께, 정하영씨는 ‘소액 급전 대부 시장’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넘기고 수십만 원을 빌렸다.

박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일수업자들에게 여기저기 명함을 뿌리고 다니는 대부업자들에 대한 소문을 듣기도 했다. “369(삼육구)라고 부른대요. 보통 돈을 빌리면 일주일 후에 상환해야 하는데, 그 기간을 못 맞추면 이자가 3배씩 늘어난다는 거예요. 하영이 말로는 상환기간에 못 맞추면 내야 하는 연장비가 10분에 10만원씩 뛴다고 겁을 줬대요. 동네에서 대부업을 오래 해온 일수업자가 저더러 ‘걔네는 진짜 악랄하고 얄짤없는 놈들’이라고도 하더라고요.”

서울 시내에 부착된 대출 관련 광고물 ⓒ연합뉴스

연이율로 따지면 2600%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비대면 대출이 확산되면서 소액 급전 대출 시장도 커졌다. 금액이 적은 만큼 상환기간도 짧다. 하루만 돈을 빌리는 1일 상품도 있지만 대부분 5일이나 7일 안에 빚을 갚아야 하는 상품이다. 채무자들은 ‘적은 돈이니 일주일이면 갚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돈을 빌리지만, 문제는 지금 당장 수중에 없는 그 ‘적은 돈’이 일주일 만에 생기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도 고금리 이자가 붙은 더 큰 돈이.

이때의 ‘고리대 승수효과’는 대부업체가 수익을 벌어들이는 제1의 원리다. 예를 들어 40만원을 빌려 일주일 후 이자를 더해 60만원을 갚는 대출상품(연이율 2600%)을 이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일주일 내에 돈을 갚지 못하면 빚은 40만원에서 150%로 커진 60만원이 된다. 이제 채무 원금은 60만원으로 재설정된다. 고리대 승수효과는 이자가 원금에 포함되면서 빠르고 기하급수적으로 채무를 불리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 채무자는 60만원을 빌려 일주일 후 90만원을 갚아야 하는 대출상품을 이용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여러 업체에 걸쳐 대출을 돌려가며 막을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더 높은 연이율이 붙어도 피할 방법이 없어진다. 결국 한번 소액 급전 시장에 들어온 채무자는 처음 진 빚을 갚기 위해 대출과 상환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대출 시스템 속으로 빨려 들어가버린다.

상환 기간이 짧다는 것은 채무자가 추심업자를 빨리 만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빚을 지고 눈 깜짝할 사이에 빚 독촉이 시작된다. 정하영씨의 경우도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씨가 돈을 빌린 시점부터 불법추심이 시작되고 끝내 사망한 시점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한 달이다. 수십만 원에 불과했던 그의 최초 빚은 한 달여 만에 수천만 원으로 불어났다고 알려진다.

집결지에서 일하는 정하영씨의 동료 30여 명이 대부업체로부터 처음 추심 문자를 받은 시점은 9월 초다. 같은 시점에 가족은 물론이고 정씨의 딸이 다니던 유치원 관계자들에게도 협박을 담은 추심 문자가 보내진 것으로 알려진다. 정하영씨의 동료는 협박 문자와 함께 180만원짜리 차용증 문서를 들고 있는 하영씨 사진이 같이 전송됐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을 정씨에게 알려주자 그는 “정신이 완전 나간 것” 같았고, 이내 “빚은 갚고 있고 금방 해결할 수 있으니 추심 문자를 보낸 번호를 차단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가 목숨을 끊기 열흘 전 했던 말이다.

이 과정에서 불법 대부업체들이 활용하는 또 다른 영업비밀을 알 수 있다. 바로 ‘모욕 주기’이다. 차용증을 들고 사진을 찍은 채무자의 모습을 주위에 퍼트리겠다고 하며 협박 하는 것은 과거에도 존재했던 추심 방법이다. 하지만 이때는 주로 가족과 친인척 등 채무자와 가까운 인물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양상이 달라졌다. 최근 불법 대부업체들은 채무자의 휴대전화에 있는 개인 연락처를 백업받거나, 추심용 SNS 계정을 만들어 채무자의 온·오프라인 관계망에 채무 사실을 퍼트리겠다고 협박한다. 이른바 ‘신상 박제’다. 해당 계정에는 채무자가 자필로 쓴 차용증을 들고 자신이 변제해야 할 금액을 말하며 ‘죄송하다’고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이 전시된다.

<레이디 크레딧>의 저자인 김주희 덕성여대 차미리사교양대학 교수는 불법 추심에 더 취약한 이들은 누구인지를 함께 묻고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사IN 이명익

〈시사IN〉은 대부업자들이 추심을 위해 만든 ‘박제 계정’을 살펴보았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20~30대 젊은 채무자들이 상의를 벗은 상태로 차용증을 들고 있거나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들고 있는 모습이 계정의 게시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영상 속 채무자들은 자신의 가족과 지인들 이름을 하나씩 나열하며, “제가 지금 갚을 여력이 안 되니 저로 인해 (대부업체에서) 연락이 간다면 대신 변제해주시면 제가 빌린 돈을 꼭 갚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한다. 차용증에 기재된 대출금은 대부분 수십만 원 수준의 소액이며 그중에는 10만원도 있었다. 해당 계정을 관리하는 운영자는 채무자들의 영상에 ‘지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돈을 빌렸으니 당사자를 고소할 수 있게 자료를 제공하겠다. DM(쪽지)을 보내라’라고 적어놓거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채무 이유, 예컨대 ‘성폭행을 하고 합의금을 내야 해서’ ‘유흥업소에 가려고’ ‘몰래카메라를 찍다가 걸려 벌금을 내야 해서’ 돈을 빌린 다음, 갚지 않고 있다는 설명을 적어놓기도 했다.

등록 대부업체, 불법으로 통하는 회전문

심지어 돈을 빌리지 않았는데도 온라인상에 신상이 박제되는 경우도 있다. 1000여 명이 참여한 대출 관련 텔레그램 정보방에 들어가 관찰해보니, ‘잽이 박제 사진’이라는 것이 종종 올라왔다. ‘잽이’는 여러 차례 대출 문의만 하고 실제로 대출을 하지 않는 이들을 부르는 은어로, 업자들은 대출 문의 과정에서 노출된 휴대전화 번호·주소·주민등록번호·얼굴 사진·계좌번호 등을 채팅창에 올리고 그들과 나눈 대화를 갈무리하여 보여주며 비웃었다. 채무자가 맺고 있는 온·오프라인의 사회관계와 평판은 모두 대부업체에는 협박을 할 수 있는 ‘담보’가 된다.

불법추심의 피해는 누구나 당할 수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취약한 사람들이 있다. 김주희 덕성여대 차미리사교양대학 교수는 ‘모욕과 협박에 더욱 취약한 이들은 누구인지’를 함께 묻고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인 이자제한법·채권추심법·대부업법을 비롯해 채무자와 채권자가 직접 연락하지 못하게 한 금융위원회(금융위)의 ‘채무자 대리인 제도’가 정하영씨를 지켜주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주희 교수는 정씨가 가진 ‘중첩된 취약성’에 주목했다.

“정하영씨는 어린 자녀가 있는 엄마였다. 자녀가 있는 엄마는 협박에 대단히 취약하다. 그는 아픈 아버지를 부양하는 딸이기도 했다. 치료비를 마련해야 하는 의무를 모두 홀로 지고 있었다. 심지어 성매매 여성이라는 점 역시 정씨를 협박하기 좋은 ‘담보’였다. 정씨는 그간 생계비를 마련해왔던 일터마저 철거되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의 관계 자원에 의지해 해결책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중첩된 취약성이 추심업자들에게는 ‘다양한 협박거리’가 되었고, 정씨에게는 불법추심을 겪으면서도 제도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한 배경이 되었다.”

11월13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 종합상담센터에서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한 민생현장 점검회의’가 열리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2023년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는 1만2884건으로 2022년 대비 24.5%가 증가했다. 이에 지난 9월, 금융위원회는 ‘불법 사금융 근절과 대부업 신뢰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자료에 가장 먼저 나오는 제도개선 방안은 ‘미등록 대부업자‘라는 명칭을 ‘불법 사금융업자’로 변경하자는 것 등이다. 또한 불법 사금융이 증가한 원인으로 등록 대부업체의 영업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으며, ‘우수 대부업자’를 지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불법추심에 이르는 출발점에는 미등록 대부업만 있는 게 아니다. 등록 대부업도 같은 길로 이어지는 하나의 문이다. ‘불법금융 근절을 위한 전국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의 박수민 이사장은 “이미 대부업체는 등록과 미등록이라는 구분이 무의미할 만큼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영업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등록 대부업’은 안전하다는 인식만 확산시키려 한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대출 중개업체 또는 등록 대부업체에서 대출 상담을 받는다 해도, 이후 개인 브로커 혹은 미등록 대부업자에게 개인정보가 넘어가 불법 대출 피해자가 되는 사례가 만연한데도 당국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불법 사채 피해자를 지원해온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특히 등록 대부업체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는 개인이 1000만원만 있어도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 대부업체를 운영할 수 있다. 대부중개업체는 이런 금액 기준마저 없다. 등록 기준이 너무 낮기 때문에 소규모, 부실 업체들이 난립한다. 정부는 공적 금융을 투입해 저신용자를 지원하는 대신 너도나도 민간 대부업체를 만들 수 있게 함으로써 피해자를 방치하고 있다.” 송태경 사무처장은 등록 대부업체의 순자산액 요건을 3억원으로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12월3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는 개인 자산 기준이 1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그나마 강화된 대부업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20% 최고금리를 초과할 경우 이자 전체가 아닌 최고금리 위반 부분에 한해서만 무효화하는 등 한계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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