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됐든 사과드린다”…고개숙인 민주당 광주시당, ‘긴급조치 사과’ 논란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4. 12. 2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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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소속 지방의원들 탈선…3줄 사과문 ‘후폭풍’
시민단체 “물의 일으킨 지방의원들 속히 제명해야”
민주당 광주시당 입장문 “시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주 지방의회 의원들이 회의 중 욕설을 하거나 여성 공무원에게 성희롱성 발언·욕설, 유흥주점에 출입하는 등 물의를 일으켜 지역 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과거 '성추행'과 '외유성 출장' 등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며 잠시 자정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광주 기초·광역의원들의 일탈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 지방의원에 대해 공천권을 행사한 민주당 광주시당은 22일 "최근 광주 지방의회 의원들의 비위와 관련해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향후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하겠다"며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광주시당이 시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과하는지를 두고는 '맹탕 사과''진정성 없는 긴급조치'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당 소속 지방의원들이 물의를 빚은 사안에 대해 경찰수사와 중앙당 지침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 임시방편으로, 달랑 3줄짜리 '어찌됐든 사과드린다'는 식의 입장문을 냈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월 17일 오후, 양부남 더불어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이 시당 대회의실에서 당원 뱃지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민주당 광주시당

'가지가지 한' 민주당 光州 지방의원들…무슨 일이?

최근 민주당 서구의원 2명과 광주시의원 1명이 각각 공개회의 중 욕설, 여성 공무원에 대한 성희롱 발언, 유흥주점 생일파티 참석으로 물의를 빚었다. 

서구의회 A의원은 지난 12일 의회 기획총무위원회에서 2025년 본예산 예비 심사 과정에서 자신의 질의를 마친 직후 'XXX 없이'라는 욕설을 했다. 당시 A의원의 욕설 장면은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여과 없이 전달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해당 의원은 해명 과정에서 '자신의 질의 시간 중 말을 끊은 상임위원장인 동료 의원에게 한 말이다'고 밝혀 논란을 키웠다. 이후 A의원은 모욕 혐의로 형사 고소를 당했고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서구의회 B의원은 지난달 29일 서구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자치 위원들이 동석한 가운데 여성 공무원에게 "승진하는데 외모가 중요하니 성형해야 한다"는 취지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B의원은 "'기왕이면 예쁜 사람이 됐으면 좋겠네'라고 한 것이 와전된 것 같다"며 "친분도 있는 해당 공무원을 비하하거나 희롱할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소속인 한 광주시의원은 비상계엄 사태로 민생경제와 정국이 모두 어수선한 상황에서 유흥주점을 출입한 사실이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C의원은 지난 16일 광주 상무지구 한 유흥주점에서 지인 10여명과 술자리를 했다.

해당 업소는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무대를 중심으로 좌석이 배열된 개방형 구조로, 일행 중에는 조직폭력배로 알려진 인물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C의원은 "생일파티에 초대받고 갔다가 중간에 떠났고 7080라이브카페로 불건전한 업소는 아니다"며 "일행 중에는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100자 분량 입장문'…"민주당 뭐하나?" 비판 여론 직면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 광주시당은 22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광주 지방의회 의원들의 비위와 관련해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향후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광주시당의 태도는 논란을 키웠다. 사과 기자회견 대신 불과 100여 자 분량의 3줄짜리 입장문에 그쳐 이번 사태를 신속히 진화하려는 모양새만 보였다는 뒷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뒤늦은 공개 사과가 시민 비난과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진정성 없는 긴급조치'라는 것이다. 

기자회견하는 광주 지역 시민단체 ⓒ민주노총 광주본부

이에 광주 시민·사회단체들은 민주당의 태도를 비난하며 물의를 일으킨 의원들의 제명을 촉구했다. 광주 시민·사회단체들이 23일 막말·성희롱 등으로 물의를 빚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제명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 등 지역 31개 단체는 이날 오전 민주당 광주시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력한 조치를 통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단체는 이어 "의원들이 유흥주점에 가거나 막말·성희롱을 할 당시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광장에 모였다"며 "이 사태를 의원 개개인의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라면 무슨 일을 해도 선거에서 뽑힐 것이라는 착각을 하지 말라"며 "광주시당은 해당 의원들을 제명하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 로고 ⓒ민주당 광주시당

"필터링 생략된 무작정 공천·묻지마 투표가 빚은 참사"  

광주 지방의원들이 잇따른 탈선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비판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공천 책임이 있는 민주당이 서둘러 징계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하고 어물쩍 넘어가기 일쑤라며 공당으로서의 각성을 촉구하는 분위기다. 

시민 김 아무개(53)씨는 "잇단 지방의원 탈선행위에 대해 당 차원의 즉각적인 징계 조치가 없다는 것은 그동안 열화같이 성원해준 시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민심을 붙잡기 위해선 이제라도 추상같은 기풍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지방선거가 지역민들의 압도적 지지 속에 치르다 보니 민주당 내 필터링이 생략됐다"며 "충성도를 기준으로 무작정 공천하고, 후보에 대해 유권자들의 묻지마 투표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참사가 빚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측은 '더디다'며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여론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광주시당 한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의원들의 경우 일탈행위 발생 인지 후 즉각 자체 진상 파악에 나서 중앙당에 보고했으며 현재는 중앙당 지침이나 경찰 수사 등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며 "모든 것은 당 윤리심판원이 결정할 사안이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기자회견 대신 입장문 발표 등 소극적 대응 논란에 대해서는 "비위 연루 의원들에 대한 진상 조사와는 별개로, 당이 공천한 소속 의원들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만큼 일단 시민들에게 선제적으로 사과를 드린 것이다"며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이고 당 차원의 징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섣부르고 과한 측면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지만 지역 시민단체 안팎에선 형식적 사과라며 부글부글 끓었다. 일단 시민들에게 근본적 성찰없는 '민심 수습용 사과'부터 내질렀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사실관계나 징계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왜 입장문에 시민에게 사과드린다고 적었느냐"고 반문하며 "진정성 없는 입장문을 내는 것보다 차라리 그간의 진상조사 경위를 소상히 밝히는 해명문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가 비상 상황에서 선출직 공직자와 당직자들에게 '언행 주의령'을 내렸던 민주당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엄중히 조치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징계 안건을 회부받으면 경고, 당직 자격정지(1개월∼2년), 당원 자격정지(1개월∼2년), 제명 등 징계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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