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수첩에 ‘사살’ 표현 있었다···국수본부장 “사실에 부합”
12·3 비상계엄을 사전 기획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정치인·언론인·종교인·판사 등이 체포 대상으로 적시됐으며, 이들에 대한 ‘사살’이라는 표현까지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게 “노 전 사령관 수첩에는 정치인·언론인 등을 체포한다는 의미로 ‘수거 대상’이라고 적었다”라며 “여기에 ‘사살’이라는 표현이 있었느냐”라고 물었다.
우 본부장은 이에 대해 “지금 말씀하시는 게 거의 저희가 조사하는 사실에 부합한다”고 답변했다. 우 본부장은 현재 경찰청 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윤 의원은 이에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다. 내란 모의에 가담했던 사람의 수첩에 ‘사살’이라는 표현이 나온다”라며 “이게 말이 되느냐”라고 말했다.
앞서 국수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일명 ‘노상원 수첩’에 대해 설명했다. 노 전 사령관이 거주하던 경기 안산의 한 점집에서 확보한 것으로, 약 60여페이지 분량의 수첩에는 계엄과 관련한 내용이 다수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수첩에는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이 체포를 뜻하는 ‘수거 대상’으로 적시됐다. 판사 등 일부 대상자는 실명이 기재돼 있었다고 한다. 이들에 대한 수용 및 처리 방법에 대한 언급도 담겼다.
이 수첩에는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한다’는 표현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우 본부장은 이날 “오물풍선이라는 표현도 (수첩에) 있었나”라는 윤 의원 질의에 “수첩에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야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 사태 전에 북한 오물풍선이 날아온 곳을 타격해 국지전을 유발하려 했다고 주장해 왔다. 수첩에 오물풍선과 관련한 내용이 적혔다면, 계엄의 ‘비선 기획자’로 지목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사전에 해당 내용을 논의한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날 행안위에서는 경찰이 지난 21일부터 약 28시간 동안 남태령 고개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봉준 투쟁단’ 트랙터 행진을 막은 조치가 과도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회 민주당 의원은 “경찰 태도대로라면 문 앞에서 광화문 집회 나가려는 사람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라며 “집회 현장에서 트랙터를 갖고 난동을 부릴 거라는 전제가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박정현 민주당 의원도 “28시간 대치 상황을 만든 경찰이 안전을 해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도 “불필요하게 경찰과 시위대 간 감정적·물리적 대립이 심해지면서 충돌이 일어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트랙터가 전 차선을 점거하다보니 교통안전을 위해 차벽을 설치했다”며 “제한 통고 조치는 적법했다. 사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현일 경찰청 수사기획계장은 당시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으며 “‘체포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방첩사 요청에 ‘체포’ 표현이 쓰였다는 의혹을 재확인했다. 다만 이 계장은 형사 5명 명단은 제공했지만 “안내 인력”이었다며 국회의원 등 주요인사 체포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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