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 양심고백 "전공의 선발에 비리…절반 탈락, 환자 볼모 잡는 짓"
"자격 미달 이유로 들지만 사직 전공의들 때문"
선발 기준 없이 '인사' 문화 성행…정부 관리해야

"전공의(레지던트) 1년 차 선발에 절반을 탈락시킨 것은 전례 없는 일입니다. 기존 사직 전공의들이 돌아오길 기대하면서 고의로 한 짓이 분명합니다. 치료를 한없이 기다리고 있을 환자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현직 의대 교수 A씨)
지난 20일 2025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 결과가 발표된 후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현직 의대 교수 A씨는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가 부족하다면서 '자격 미달'이라 뽑지 않았다는 것은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내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인원은 3594명에 지원자는 314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최종 확보 인원은 181명으로 합격률(지원자 대비 합격자 비율)은 57.6%에 그친다.
A씨는 "복귀하고 싶은 전공의들을 일부러 떨어트려 기회를 박탈한 것은 그 자체로 2차 가해이자 의정갈등에 피해를 보는 환자들에게도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어 "전공의 선발에는 오래된 부정과 비리가 존재한다"며 부패한 채용 과정을 폭로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9일 "지원자에게 지원 철회를 안내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며 "부당한 사유로 불합격하는 사례가 없도록 모집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공의 선발 기준이 있지 않나.
▶전공의 수련 과정은 평가 기준이 있다. 하지만 '전공의 선발'에는 별도 기준은 없다. 사실 수련 과정 평가도 복지부가 주관하는 게 아니라 대한병원협회에 위임한 상태로 관리만 하는 수준이다. 그마저도 안 하다 보니 전공의 선발 과정이 부패한 건 당연한 일이다.
-채용 과정이 궁금하다.
▶일반 기업의 경력직 채용처럼 필기, 면접·실기시험을 거친다. 진료과 교수가 전공의를 뽑느냐 마느냐를 좌우하는데 이 과정에 선배 전공의들로부터 평판을 듣고 참고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인기과로 손꼽히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이나 정재영(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경쟁률은 '빅5' 병원도 1대 1 수준에 머문다. 의정 갈등 이전에도 인기과 경쟁률은 2대 1이 안 됐다. 보통 인기과는 5명 정도 소수만 뽑는데, 10명도 지원하지 않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는 총 3345명 모집에 3588명이 지원해 지원율 107.4%를 나타냈다. 지원율이 가장 높은 순서로 정신건강의학과 178.9%, 안과 172.6%, 성형외과 165.8%, 재활의학과 158.8%를 기록해 실제로 경쟁률은 2대 1이 채 되지 않았다.

-이유가 있나.
▶사전에 내정자가 있다. 의료계에서 소위 '인사'라고 불리는 부정 선발 관행이다.
-'인사'가 무엇인가.
▶담당 교수를 찾아 인사를 하면서 본인의 지원 사실을 알리는 행위다. 교수들이 이 자리에서 "너는 써봤자 안 된다"는 식으로 지원 자체를 차단한다. 미리 내정자를 정하는 것이다. 지원을 강행한다 해도 필기를 통과한들 면접, 실기를 넘지 못하고 떨어진다. 의대 교수의 권력은 전공의 선발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도 전공의들의 '인사'가 있었을까.
▶있었다. 그런데 미리 찾아 지원 의사를 밝혀도 거절한 교수가 많다고 들었다.
-내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지원자 총 314명 중 선발자는 181명이다. 합격률 57.6%로 절반 정도가 떨어졌다. 자격 미달이라 뽑지 않았다고들 한다.
▶올해는 지원 인원이 적다. 낮은 경쟁률에 전공의들이 선망하는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빅5'에 지원이 몰렸을 것이다. '빅5' 교수들은 강경파가 많고 아직도 이들이 정부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 사직서 제출, 집단 휴진을 이끈 자들이다. 서울대병원은 23개 진료과 중 22개 진료과 헤드(과장)가 내년도 전공의 선발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모두 자격 미달이진 않을 것이란 건가.
▶전공의 선발 기준은 앞서 말한 대로 없다. 나는 필수과라 이전에도 전공의 지원율이 낮았다. 이력이 안 되고 정말 맘에 들지 않은 전공의라도 '있는 게 없는 것보다 낫다' '잘 키워서 함께 일하자'는 마인드로 뽑는다. 전국에서 3000여명만이 의대에 간다. 그런 수재들을 교육해 전문의로 키우는 것이 교수들의 책무다. 의대 증원 이전에 입학한 의대생들이 인턴을 거쳐 전공의에 지원했는데, 그럼 애초 절반이나 떨어질 정도로 교수들 스스로 교육을 부실하게 했다는 얘기인가. 전공의가 없어 환자를 받지 못한다는 의대 교수들이 오겠다는 지원자마저 절반이나 떨어트렸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의도적이라면 이유가 뭘까.
▶사직 전공의가 돌아올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전공의 정원(T.O)은 연차별로 각각 정해져 있다. 레지던트 1년 차 정원이 5명인데, 내년에 2명을 뽑으면 사직한 5명 중 2명은 못 돌아온다. 고년차 전공의(3년, 4년)일수록 T.O에 더 예민하다. 아래 연차가 올라오는 것만으로도 T.O가 채워져 돌아올 자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의대 교수도 오랜 시간을 보낸 고년차 전공의가 전문의 획득까지 1년 이상 기다리게 되는 걸 꺼린다. 또 전공의를 더 뽑아 외래·수술 진료가 이전처럼 정상화되면 정부의 의료 개혁을 막을 방법이 없어질까 봐 걱정하는 것도 있다.

-사직 전공의는 복귀 안 한다고 한다. 교수들도 잘 알지 않나.
▶겉으로는 환자를 지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의대 교수들이 환자를 볼모로 잡고 있다. 아직도 사직한 전공의를 1~4년 차 모두 홈페이지에 게시해 둔 빅5 병원도 있다. 사직 전공의들은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절반가량은 개원가에 취직했다. 그런데 왜 자격 미달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면서 용기 내 지원한 전공의에게 2차 가해하고 피해를 주는 건가. 더 많은 환자를 보고 싶어도 지원자가 없이 못 받는 과도 있다. 환자들이 너무 안쓰럽고 불쌍하다. 더 많이 볼 수 있는데…미안하기만 하다.
-양심고백 하는 이유도 환자 때문인가.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는데도 억지로 보지 않는 짓을 적어도 의대 교수라는 사람들이 하면 안 된다. 이대로라면 내년 인턴, 레지던트 2~4년 차 모집도 망할 것이다. 지원해도 뽑지 않으면 그만이다. 아직도 의료계 블랙리스트, 의사 커뮤니티 내 신상털이 같은 범죄 행위를 옹호하는 의사가 많다. 휴학한 의대생이나 사직한 전공의는 학교와 병원에 돌아가고 싶어도 블랙리스트가 족쇄처럼 자신을 옭아맬 것이라 걱정한다. 면허번호를 보고 복귀 전공의와 전문의는 채용하지 않거나 기수열외 시킬 것이라 호언장담하는 선배도 많다. 전공의 선발은 빙산의 일각이다. 범죄 행위마저 두둔하고 침묵하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을 볼 때 의사단체 내부의 자정작용은 기대하기 어렵다. 외부에서 힘을 써서라도 의대에서부터 전공의까지 이어지는 의사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와 부패한 관행을 바꿔야 한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정부가 수련병원 평가 기준을 통해 채용 과정을 대학 입시만큼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전공의는 단 1개 병원, 단 1개 진료과만 지원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사전에 '인사'를 통해 줄을 서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전공의가 교수로부터 목에 줄이 매인다. 전공의가 여러 병원과 진료과를 지원하고, 더 좋은 곳을 선택해 갈 수 있도록 복지부가 전공의 지원·채용률 등을 예산 지원에 반영해야 한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전국 9개 병원 전공의를 한꺼번에 뽑고 이후 일정 기간씩 무작위로 돌린다. 미리 '인사'를 가는 문화가 없어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성적이 좋은 인재들도 지역 병원까지 내려간다. 인턴, 레지던트, 임상 강사(펠로), 교수 선발 시 채용 기준 등 가이드라인을 복지부가 제시할 필요도 있다. 채용 신고 센터도 수시로 운영해야 한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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