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 보살님 유명하죠"…'계엄모의' 수첩 발견된 점집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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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 기획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그동안 역술인으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운영한 점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점집 주변 일부 주민은 그를 '보살님'으로 기억하며, 손님들이 점집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도 여러 번 목격했다고 전했다.
23일 오전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에 있는 노 전 사령관 점집은 문이 굳게 닫힌 채 인기척이 없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 18일 내란 실행 혐의로 구속되기 전까지 주로 이곳 점집에서 생활해 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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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 기획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그동안 역술인으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운영한 점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점집 주변 일부 주민은 그를 '보살님'으로 기억하며, 손님들이 점집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도 여러 번 목격했다고 전했다.
23일 오전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에 있는 노 전 사령관 점집은 문이 굳게 닫힌 채 인기척이 없었다. 불 꺼진 창문에는 커튼이 처져 있었고, 창문 틈새로 나온 전선에는 CCTV가 연결돼 출입문 쪽을 비추고 있었다.
점집은 다세대주택의 반지하에 자리 잡고 있다. 문제의 '햄버거 회동' 장소와는 직선거리로 1㎞ 남짓 떨어져 있다. 최근까지 '아기보살'이라고 적힌 명패가 외벽에 붙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사라진 상태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향냄새가 자욱하게 느껴졌다. 계단을 내려가 반지하에 도착하면 오른쪽으로 노 전 사령관의 점집 입구가 보였다. 입구에는 '안산시 모범 무속인 보존위원'이라고 적힌 스티커와 함께 붉은색 '만(卍)'자가 여러 개 붙어 있었다.
입구 옆에는 제사 등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북어 더미, 말라버린 잡채 그릇, 정체를 알 수 없는 붉은 국이 담긴 냄비가 놓여 있었다. 북어 중 일부는 여전히 입속에 현금이 들어 있기도 했다.
계단 아래 공간에 마련된 창고에는 사탕과 향초가 담긴 종이상자, 막걸리와 소주병 등이 가득 쌓여 있었다. 사탕이 담긴 큰 유리병에는 '소원 성취'라는 글귀도 쓰여 있었다.
창고 한 칸에는 '부정 푸는 법'이라고 적힌 종이가 동봉된 마른 쑥 봉지도 가득 놓여 있었다. 종이에는 "본 부정풀이는 부정을 푸는 데 효과가 뛰어난 방법을 종합적으로 응용해 만들었다"며 "성물을 적당한 장소에서 불살라 버리고, 소금이나 팥을 뿌려 퇴송하시면 부정이 사라진다"라고 쓰여 있었다.
'아기보살'과 연관된 물품인 듯 곳곳에 장난감과 사탕류도 눈에 띄었다. 북어 옆에는 먼지 쌓인 자동차 모형이 여러 개 놓여 있었고, 창고에도 용도를 가늠하기 힘든 초콜릿과 사탕, 젤리 등이 많이 보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노 전 사령관의 점집 후기에 따르면 점집 내부에도 어린이 한복과 장신구, 장난감 등이 많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 18일 내란 실행 혐의로 구속되기 전까지 주로 이곳 점집에서 생활해 온 것으로 보인다.
한 이웃 주민은 "이 근처에 점집이랑 역술원이 여러 곳 있는데 그중에서도 잘 맞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며 "점집 문 앞에서 손님이 한참 동안 서서 기다리는 것을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인근 상점 주인은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보살님이 제사용품을 들고 자주 오가서 동네 사람들도 많이 안다"며 "예전에 군에 있던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곳 점집에서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군부대가 배치될 목표지와 군부대 배치 계획 등이 적힌 수첩도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수첩에는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메모가 있었고,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회 봉쇄'라는 표현이 적시됐다고 한다.
또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으로 지칭하고 판사 등 일부 대상자는 실명이 기재돼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노 전 사령관은 이달 1일에 이어 계엄 당일인 3일에도 전현직 군 관계자들을 자택 인근 상록수역 롯데리아에서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리아 '햄버거 회동'에서는 자신이 지휘하는 별도의 수사단을 꾸리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 자리에는 김용군 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본부장과 국방부 조사본부 차장 김모 대령 등 전현직 국방부 조사본부 장교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st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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