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넌의 도깨비와 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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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는 예술의 영역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참석자 중 몇 명이 그가 섀넌임을 알아보았다.
섀넌은 젊은 시절 오랫동안 주식투자에 심취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섀넌은 투자자산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주식 50 대 현금 50으로 계속 조정해서 균형을 맞춰주면 중장기 수익률이 복리로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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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는 예술의 영역이라고들 한다. 몇 가지 변수로 설명이 불가할 정도로 복잡다단한 요소가 거미줄처럼 얽혀 ‘복잡계’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를 수학으로 풀어낸 사람이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이다.
섀넌은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비롯해 주고받는 모든 정보를 0과 1이라는 이진법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정보 이론을 수립한 사람이다. 컴퓨터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1985년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일화는 지금까지 회자된다. 왜소한 몸집의 백발 남성 한 명이 회의장에 조용히 나타났는데 처음에는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참석자 중 몇 명이 그가 섀넌임을 알아보았다. 삽시간에 입소문이 퍼져 사람이 몰려들었다. 이에 학회장은 연단에 올라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수학자 중 한 분이 오늘 왕림하셨다, 한 말씀 부탁드린다’고 연설을 청했다. 마지못해 올라간 섀넌은 조용히 주머니에서 공 세 개를 꺼냈다. 저글링이 시작됐다. 그가 한참 동안 저글링을 하고 내려간 뒤 조용해진 객석에서 누군가가 방금 일어난 일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해달라고 소리쳤다. 의장은 “물리학회에 뉴턴이 잠깐 다녀간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이 섀넌이 저글링을 좋아했던 것은 언뜻 놀이로 보이는 손장난도 수학과 물리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섀넌은 젊은 시절 오랫동안 주식투자에 심취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고안한 투자방법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섀넌의 도깨비’(Shannon’s Demon)라고 불리는 포트폴리오 배분이다.
주식은 향후 경로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랜덤워크 이론이다. 그러나 섀넌은 투자자산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주식 50 대 현금 50으로 계속 조정해서 균형을 맞춰주면 중장기 수익률이 복리로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보자. 투자자 A는 1000만원을 주식 500만원, 현금 500만원으로 나눠 투자를 시작한다. 1개월 차에는 주식이 50% 급락해 주식 250만원, 현금 500만원이 됐지만 남아 있는 현금으로 주식을 매입해 주식 375만원, 현금 375만원으로 균형을 맞춘다. 그런데 2개월 차에는 주식이 2배 올라 주식 750만원, 현금 375만원이 됐다. 다시 주식, 현금을 각각 562만5000원씩으로 나눠 균형을 맞춘다. 이렇게 50번을 반복하면 수익률은 1266%까지 불어나게 된다.
이러한 리밸런싱 기법은 대중의 의견이나 추세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크게 하락했을 때는 사고 많이 올랐을 때는 파는 단순하고 기계적인 접근법이 실제로 큰 수익을 남길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가 됐다.
최근 국내외 정치적인 불확실성으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금융시장 환경이 지속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어떻게 귀중한 자산을 보전하고 운용할지 고민이 많아진다. 그러나 고인이 된 천재 수학자의 아이디어는 우리에게 투자의 기본을 환기한다. 부화뇌동하지 않고 원칙에 충실할 것, 비쌀 때는 팔고 쌀 때는 사는 거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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