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손정의 ‘AI 동맹’이 한국에 던지는 세 가지 주문 [송의달 LIVE]

송의달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2024. 12. 23.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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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6일 낮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78)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사저인 이곳에서 트럼프와 손정의(孫正義·67)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기자회견 단상에 올랐다. 두 사람은 하루 전인 15일 아침식사를 포함해 7시간을 함께 보냈다.

2024년 12월 16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기자회견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이날 깜짝 손님으로 등장한 손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 임기 동안 미국에 1000억달러를 투자하고 1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2018년 12월 6일 이후 8년 10일만의 재회동이었다./AP연합뉴스

현존하는 세계 최고 권력자와 세계 최고의 풍운아(風雲兒) 기업인이 8년 만에 재회해 디지털 문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에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2016년 12월 6일 당시의 ‘500억 달러 투자·5만명 일자리 창출’이던 약속이 이번엔 ‘1000억 달러(한화 약 143조 7800억원)·10만명’으로 두배 늘어난 게 달랐다.

◇8년 만의 재회와 두 번째 AI 동맹

이날 발표는 단순한 투자 계획을 넘어 미국 역사와 세계사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계 최고의 별종(別種) 정치인’과 ‘세계 최고의 모험(risk-taker) 기업가’가 ‘AI 동맹’을 대내외에 연속으로 천명한 것 자체가 고무적인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16년 12월 6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난 뒤 "손 회장이 미국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5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로비에서 트럼프와 손정의가 반갑게 악수하며 환담하고 있다./조선일보DB
도널드 트럼프가 2018년 12월 대통령 당선인 시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난 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 "미국에 500억 달러를 투자해 5만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손정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조선일보DB

처음 의기투합했던 2016년 12월과 비교할 때 8년 동안 AI 기술은 급진전했다. 여기에다 각기 정치와 비즈니스 방면에서 시행착오와 시련을 겪고 이를 이겨낸 트럼프와 손정의는 한층 성숙해졌다. 따라서 이번 2차 동맹의 성공 가능성은 훨씬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정의의 투자는 미국내 AI 및 첨단 산업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미국 제조업 부활을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중(美中) 신냉전 대결 구도에서 승부의 균형추를 미국으로 기울게 할 수 있다.

일본의 미국 직접투자(FDI)가 2023년 말 기준 누적 7833억 달러(미국 상무부 집계)인 상황에서 ‘2028년까지 1000억 달러 투자’는 다음달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에 강력한 원군(援軍)이다. 그래선지 190cm의 장신인 트럼프는 30여cm 키 차이에도 불구하고 손정의와 어깨동무까지 했다.

◇美 경제 신뢰 반영...美·中 신냉전에 영향

두 사람의 공동 기자회견은 “환상적이다. 탱큐. 고맙다” 같은 단어가 6분여 동안 30여차례 난무하는 또 다른 칭찬 경연장이었다. 손정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대승리(great victory)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승리로 미국 경제에 대한 나의 신뢰 수준이 엄청나게 높아졌다.(My confidence level to the economy of United States has tremendously increased with his victory)(…) 트럼프는 두 배 대통령이다.(President Trump is a double down president) 그래서 나는 (8년 전의) 두 배로 (투자액 등을) 늘리려 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이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트럼프는 손정의에게 “(투자금액을) 2000억 달러로 늘려줄 수 있겠나(Would you make it $200 billion?)”라고 물었다. 그러자 손정의는 “당신의 리더십과 나와 당신과의 파트너십, 당신의 지원으로 그렇게 만들겠다(Your leadership, my partnership with you, with your support, I will try to make it happen)”고 답했다.

손정의가 “그는 탁월한 협상가(He is a great negotiator)”라고 칭송하자, 트럼프는 “손 회장은 탁월한 사람이며 믿기지 않는 일을 했다.(He is a brilliant guy and did an unbelievable job) 일본 국민과 세계인들은 그를 매우 자랑스러워한다”고 했다. 생방송 중계에도 개의치않고 두 사람의 덕담(德談)은 거침 없이 이어졌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자택 마러라고에서 2024년 12월 15일 트럼프(왼쪽부터)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배우자 아키에 여사,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만나고 있다./'X'(옛 트위터)

손정의: “나는 진짜 노력할 겁니다. 당신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만.”(I will really try. And I need your support though)

트럼프: “당신은 나의 지원을 받을 겁니다.”(You’ll have my support)

손정의: “좋습니다.”(All right)

트럼프: “우리나라도 지원합니다.”(You have our country’s support)

손정의: “오, 환상적입니다.”(Oh, fantastic)

트럼프: “마사(손정의의 영어 애칭), 많이 고마워요.”(Thank you, Masa, very much)

손정의 : “환상적입니다.”(Fantastic)

트럼프 : “고맙습니다.”(Appreciate it) 손정의 : “탱큐, 탱큐”

단상에서 손정의가 내려간 뒤, 트럼프는 “이는 놀라운 일이다. 그는 훌륭한 신사이며, 훌륭한 리더이자, 훌륭한 투자자(It’s amazing. He’s a great gentleman, a great leader, and a great investor)”라고 했다.

미국의 최근 실질 경제성장률 추이는 한국 경제 성장률을 웃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트럼프와 美 상승세에 힘 실어준 손정의

그는 “(손정의의 발표는) 미국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증표”라며 “올해 대선 후 미국내 중소기업 낙관(small business optimism) 지수가 최근 41%포인트 상승해 3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손정의의 발표가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 스타트업, 개인 투자자에게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미국의 기세를 한층 높일 것이라는 얘기이다.

일본경제신문(日本經濟新聞)은 이날 발표와 관련,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AI용 반도체 개발, 로봇, 에너지 등 복합적인 산업을 손정의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제안했을 것”이라며 “AI에 필요한 인프라스트럭처를 중심으로 10만명의 일자리 창출은 의미 있는 숫자”라고 분석했다.

손정의는 실제로 2024년 6월 소프트뱅크그룹 정기 주주총회에서 “10년 뒤 인간보다 1만배 똑똑한 ‘초인공지능(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ASI가 현실화해 로봇과 연결되면 생산·청소·쇼핑 같은 물리적 작업을 인간 대신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손정의는 2016년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을 견인차로 지목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 회장이 2024년 6월 21일 도쿄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손 회장은 "인간 지능의 1만 배에 달하는 초인공지능(ASI)을 10년 내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AFP연합뉴스

하지만 2024년 9월 말 기준 소프트뱅크그룹의 총 투자 가치(1360억 달러)를 감안할 때, 1000억 달러의 신규 투자는 상당한 재무적 부담이다. 2019년 이후 손정의가 주도한 주요 투자 결정이 기대 이하 성과를 냈고,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유니콘급 AI 스타트업들의 평균 고용 인원이 785명에 불과한 독특한 고용 구조도 장벽이다.

이 때문에 손정의는 이날 트럼프에게 “(트럼프와 미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손정의의 대미(對美) 투자 발표는 미국과 자유민주 국제 진영의 AI 선도(先導)와 우위를 앞당기는 ‘신(神)의 한 수’로 작동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를 미국에서 본격 구현하겠다는 손정의의 구상은 AI와 관련된 비즈니스를 하는 스타트업들과 중소기업의 생태계 성장 가속화와 글로벌 대기업들의 미국으로의 투자를 앞당길 전망이다.

◇시련·수모 이긴 불사조(不死鳥) 같은 인물

이는 미국내 기업들의 혁신 추구와 신규 고용 확대라는 선순환(善循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갖은 수모를 견뎌내고 당선돼 4년 대통령 임기를 다시 시작하는 트럼프와 극한의 비즈니스 부침(浮沈)을 수차례 겪은 손정의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동지(同志)적 관계에 있다. 두 사람은 정치와 기업이라는 직업 차이를 초월해 여러 공통점을 갖고 있다.

2021년 1월 14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 대한 연방하원의 탄핵 소추안 표결 결과가 미국 연방의회 TV방송 화면에 나오고 있다. 연방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탄핵 소추안을 찬성 232명, 반대 197명의 과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연합뉴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위기를 이겨내고 오뚝이처럼 되살아난 불사조형(不死鳥型) 인물이다. 부동산·카지노 등 사업을 하다가 최소 4차례 파산을 경험한 트럼프는 45대 미국 대통령 재임 중 연방하원에서 두 차례 탄핵 소추를 당했다. 퇴임 후엔 형사범으로 4차례 기소되는 곤욕을 치렀다.

손정의는 창업 1년 반 만인 1983년 봄 ‘만성간염 5년 시한부 생존’ 판정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 ‘인터넷 거품’ 붕괴로 개인재산 및 주가(株價) 100분의 1로 폭락, 2019년 비전 펀드(Vision Fund)의 연이은 투자 대실패 같은 어두운 터널을 통과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기업인 빌 쟁커와 2007년에 공저로 발간한 저서(사진 왼쪽)와 손정의가 직접 쓴 자신의 좌우명 '뜻을 높게'의 일본어 글씨/sns

그러면서 두 사람은 ‘큰 생각(think big)’의 달인(達人)이다. ‘뜻을 높게(志高く)’라는 좌우명을 갖고 있는 손정의는 “돈을 많이 벌려는 욕심이나 주주(株主) 이익 증대를 넘어 인류에 기여하는 ‘크고 높은 꿈’을 품으라”며 “리더는 공격력, 수비력, 지식을 갖추어야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높은 뜻’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큰 생각’과 <孫子兵法>, 골프의 달인(達人)

1987년 첫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11가지 원칙’ 중 첫번째로 ‘크게 생각하라’를 꼽은 트럼프는 2007년 발간한 <사업과 인생에서 크게 생각하라(원제목 Think Big and Kick Ass in Business and Life)>에서 ‘큰 생각’의 전형으로 1983년 완공한 트럼프타워 내 인공폭포를 꼽았다.

그는 당시 거금인 200만 달러를 추가로 들여 1층 로비에 80피트짜리 대형 인공폭포를 설치해 트럼프타워 전체를 최고의 관광 명소로 만들었다. 트럼프는 “일을 크게 벌이는 편이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 크게 생각하는데 가장 큰 적(敵)은 당신 자신이다”고 했다.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있는 트럼프 타워 내부. 황금색 벽면을 타고 폭포수가 흘러내리고 있고, 황금색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2015년 6월 16일 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 온 뒤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 등 이벤트를 벌였다./sns

<손자병법(孫子兵法)>을 애독한다는 점도 닮았다. 트럼프는 2009년에 쓴 <챔피언처럼 생각하라(원제목 Think like a Champion)>에서 “내가 추천하고자 하는 책은 손무(孫武)가 쓴 병법서 <손자병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기원전 6세기에 쓰여진 이 책은 몇 세기 동안 수많은 지도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으므로 반드시 읽어보라.”

손정의는 5년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고 3년 반 동안 투병하던 중 3000여권의 책을 읽었는데 <손자병법>은 그 중 한 권이다. ‘손의 제곱 법칙’이라고 이름붙인 비즈니스 법칙을 창안해 쓰고 있는 그는 이렇게 말한다.

“<손자병법>은 오늘날에도 참신한 암시가 가득 담겨 있는 실천서이다. 나는 손자병법에 관한 책을 닥치는대로 읽었다. 나를 강하게 성장시켜줄 시련이라고 생각하고 이 책을 공부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손자병법에서 딴 총 25개 글자로 만든 제곱병법을 자신의 인생 및 비즈니스 지침서로 삼고 있다. 사진은 '제곱병법'의 25개 글자/sns

두 사람이 골프광(狂)이라는 사실도 똑같다. 트럼프는 2016년 당시 핸디캡 3의 실력자이며, 손정의는 미국 명문 골프장인 오거스타 코스를 72타(이븐파)로 라운딩하는 수준이다. 손정의는 자택 지하에 시뮬레이션 기계를 설치해놓고 스스로 발명특허를 얻은 기술로 유명 골프 코스를 분석하며 연마한다.

◇①“인류와 AI문명 미래는 미국에 있다”

손정의 회장의 행보에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그가 한때 최고 유망 시장으로 평가한 중국과의 인연을 끊고 ‘미국 시장 올인’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사실이다. 손정의는 2000년에 마윈(馬雲)의 알리바바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 34.4%를 가진 최대 주주가 됐다.

2014년 알리바바의 기업 상장으로 그의 보유 자산(578억 달러)은 3000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손정의는 중국공산당의 규제와 예측불가능한 시장 환경을 이유로 2021년 중국 투자 중단을 선언한 뒤 알리바바 지분을 모두 팔았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2018년 12월 열린 공산당 행사에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마윈은 2017년 10월 공개 석상에서 금융 당국을 비판한 뒤 정부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AP연합뉴스

차량공유회사 디디추싱(滴滴出行) 같은 중국 기업에도 투자했던 손정의의 ‘중국 손절과 미국행’은 인류와 AI문명의 미래가 미국에 있다는 동물적 감각과 직관적 판단의 산물이다. 그의 결단(決斷)은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게도 의미심장한 깨달음을 던지고 있다.

물론 트럼프·손정의의 AI 동맹이 현실 비즈니스 무대에서 성공하려면 여러 난관을 넘어야 한다. 외형적인 양적 확대 이상으로 질적(質的) 성장과 핵심 기술 확보,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②韓 기업·정부, AI혁명 기회로 도약해야

한국 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기회’를 붙잡고 이익(利益)으로 만들어 한 두 단계 도약하는 지혜와 담대함을 발휘해야 한다. 소프트뱅크의 대규모 미국 투자는 AI 반도체 생산의 강자(强者)인 SK하이닉스, 삼성전자 같은 기업들에게 큰 기회가 된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내 AI·테크 분야 수주와 생산시설 확충, 현지 고용 창출 등으로 이익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 정부는 한미일(韓美日) 3각 안보군사 협력 등을 지렛대로 한국 기업들이 미국, 일본을 상대로 전략적 거래(strategic deal)를 할 수 있는 외교적·경제적 공간을 마련하면서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

미군이 운영하는 해외 주둔 기지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최신인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에서 주한 미군 2보병사단 소속 병사들이 ‘인디언 헤드’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흰 별 안에 인디언 추장의 머리가 그려져 있는 ‘인디언 헤드’는 이 부대의 상징물이다./조선일보DB

우리 기업들은 여기서 수동적인 추종자(追從者)가 아니라 능동적인 주도자(主導者)로서 한미일 경제 협력 활성화 및 고도화와 글로벌 투자자들의 미국행을 이끄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 한국 기업과 정부는 차세대 첨단 업종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린치핀(linchpin·꼭 필요한 구심점)에 해당하는 분야를 면밀하게 포착·발굴해 미국·일본과 공동개발·육성 노력을 펼쳐야 한다.

◇③한국에 절실한 글로벌 정치인·기업가

그런 점에서 트럼프와 손정의의 회동은 한국에 새로운 과제를 일깨우고 분발을 촉구한다. 그것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메말라가는 역량있는 정치인과 기업가의 존재 및 육성의 긴요함이다. 동아시아만 해도 손정의 회장을 비롯해 올해 4월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 후보자를 직접 만나 환담한 아소다로(麻生太郞·84) 전 일본 총리, 8년 동안 집권하면서 세계적 명성과 평판을 얻은 차이잉원(蔡英文·68) 전 대만 총통 같은 글로벌 리더들이 있다.

2024년 4월 24일 뉴욕시내 맨해튼에 있는 트럼프 타워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직접 만나고 있는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 그는 석달 전인 2024년 1월에도 트럼프 타워를 찾았다가 만나지 못하고 두 번째 방문 끝에 목적을 달성했다./조선일보DB
프랑스 시사주간지 '르 푸앵'의 2020년 12월 초 표지. 세계를 이끄는 5명의 글로벌 정치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차이잉원 당시 대만 총통을 르 푸앵은 꼽았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2021년 12월 24일 '중국에 맞설 수 있는 지도자'라는 제목의 차이잉원 총통 특집 기사를 게재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2015년 6월과 2020년 10월 차이잉원을 표지인물로 심층보도했다./조선일보DB

하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국내 무대에서만 큰 소리치는 내수(內需)형 정치인들과 글로벌 협상·인수합병(M&A) 무대에선 뒤꽁무니 빼는 소심(小心)한 기업가들이 대부분이다. 일례로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기준 94조원 넘는 순(純)현금성자산을 갖고 있다.

막대한 자산을 활용해 삼성전자는 기술력과 인력을 고도화하고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업그레이드하는 게 마땅하지만, 위기론(危機論)에 갇힌 채 스스로 존재감을 상실해 가고 있다. 한국 정치권에 글로벌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정치인도 보이지 않는다.

‘세계 최고 AI 전도사’를 자임하면서 실패를 두려워 않고 세계를 휘저으며 극한의 열정(熱情)으로 비즈니스 최전선을 개척하는 손정의 회장과 이를 반기며 미국 부흥으로 필사적으로 접목하려는 트럼프 당선인의 뒤켠에 야성(野性)과 패기(覇氣)를 잃어가는 코리아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필자는 2017년 4월 21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시오도메(汐留) 빌딩 26층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실 옆 회의실에서 손정의 회장을 만나 30분동안 단독 인터뷰했다. '30년 넘게 비즈니스 성공을 거두고 있는 3가지 비결'을 묻자, 손 회장은 "비전이 첫 번째, 전략이 두 번째, 전술이 세 번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제대로 이뤄지려면 내면에 열정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앞서 찍은 기념사진이다./송의달

※참고한 자료:

Donald Trump 저서 : The Art of the Deal(1987): 거래의 기술(2004), Think Big and Kick Ass in Business and Life(2007): 도널드 트럼프 억만장자 마인드(2008), Think like a Champion(2009): 최선을 다한다 하지 말고 반드시 해내겠다 말하라(2010)

소프트뱅크 신규 채용 라이브 편찬위원회, 손정의의 자기가 원하는 인생 특강, 지금 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2013), 板垣英憲, 孫の二乘の法則: 손정의 제곱법칙(2015), 井上篤夫, 志高く: 孫正義正伝 :뜻을 높게-손정의 평전(2022), 송의달, 세상을 바꾼 7인의 자기혁신노트(2020)

“Donald Trump Press Conference with SoftBank CEO” Rev. (Dec. 16, 2024), “ソフトバンク孫氏 「米経済成長に自信」 15兆円投資表明” 日本經濟新聞 (2024年 12月17日), “Trump and SoftBank CEO Unveil $100 Billion Investment in U.S.” Wall Street Journal (Dec.16, 2024), “Masayoshi Son is back in Silicon Valley-and late to the AI race” Economist (Oct. 10, 2024), “The mystery of Masayoshi Son, Softbank’s great disruptor” Financial Times (Sept. 21, 2024)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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