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포항 감독이라서 행복한 사람” 포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 박태하의 이야기 [이근승의 믹스트존]
박태하(56)에게 포항은 삶의 터전이다.
경상북도 영덕 출신 박태하는 포항에서 30년째 살고 있다. 박태하는 자신의 젊은 날을 포항 스틸러스에 바쳤다. 박태하는 1991년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01년까지 포항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K리그 통산 기록은 263경기 출전 46골 37도움.
박태하는 더 오래 뛸 수 있었다. 박태하는 2001시즌 리그 25경기에서 1골 6도움을 기록하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당시 경험이 풍부한 박태하를 원한 팀이 있었다. 하지만, 박태하는 ‘포항 원클럽맨’을 택하며 은퇴했다.
박태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 FC 서울 코치로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 이후엔 옌볜 푸더(중국), 중국 여자 대표 B팀·U-19 대표팀(겸직)에서 감독 생활을 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뒤엔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으로 K리그 현장을 누볐다.
박태하는 2023년 12월 자신의 젊은 날을 바친 팀의 감독으로 돌아왔다.
박태하 감독은 2024시즌 포항의 K리그1 6위(파이널 A), 코리아컵 우승이란 성과를 냈다. 박태하 감독은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포항맨’ 박태하 감독의 이야기다.
포항은 제게 특별한 팀입니다. 박태하의 젊은 시절을 포항에서 보냈잖아요. 그런 포항에서 감독 제안이 왔을 때 ‘이건 운명이다’란 생각이 들었죠. 포항이라서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내 젊은 날을 바친 팀에 감독으로 돌아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습니까. 특히나 저는 포항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은퇴까지 했습니다.
포항 지휘봉을 잡는다는 건 제게 아주 영광스러운 일이었어요. ‘이 팀을 위해 모든 걸 바쳐보자’란 각오로 포항 감독 생활을 시작했죠.
Q. 박태하 감독만의 색깔을 입히기엔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쉽지 않았지. 발을 디디고 나니 현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웃음). 2023시즌을 마치고 많은 게 바뀌었잖아요. 팀에 들어와서 하나하나 확인해 보니 걱정이 점점 커졌습니다. 팀이란 게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시간이 필요한 건 사실이었지만 상황에 맞춰야 했습니다. 우린 2월 14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 전북 현대와의 맞대결로 새 시즌에 돌입했어요.
Q. 상당히 빨랐던 포항 감독 데뷔전이었습니다.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까.
걱정이 컸죠. 특히나 ‘실점이 많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있었어요. 첫 경기에서 0-2로 졌습니다. 홈에서 치른 전북과의 ACL 16강 2차전에선 1-1 무승부를 기록했죠. 결과엔 만족할 수 없었지만, 희망을 봤어요.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팀에 변화가 클 때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보면 감이 오거든요.
Q. 어떤 감이요?
선수들이 뛰는 걸 보면 알아요. ‘올 시즌 한 번 해볼 만하겠다’란 느낌이거나 ‘올 시즌은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란 감이죠. ACL 16강 2경기를 치르고 포항이 확실히 명문이란 걸 느꼈습니다. 선수들이 프로다웠거든요. 운동장에 나선 모든 이가 온 힘을 다했습니다. 팬들을 위해 모든 걸 쏟아내는 것이 당연한 팀이란 걸 확인했기에 자신감이 붙었던 것 같아요.
덧붙여서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 건데요. 포항이 포항만의 색채와 문화를 유지할 수 있는 데는 선임 선수들의 역할이 대단히 큽니다. 변화가 어느 때보다 컸던 한 해였잖아요. 큰 위기도 있었고요. 하지만, 이 모든 걸 이겨내고 마지막엔 우승컵까지 추가했습니다. 선임자들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중심을 잘 잡아준 결과이지 않나 싶어요. 모든 선수가 선임자들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치러낸 한 해였습니다.
구단 레전드라고 해서 결과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니잖아요.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니까. 특히나 감독은 결과로 말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책임지는 자리이기도 하죠. 선수들 덕분에 어려운 순간들을 넘기지 않았나 싶어요. 리그 6연패에 빠졌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분위기가 정말 안 좋았어요.
선수들이 온 힘을 다한 것은 물론이고, 우리 팬들이 정말 큰 힘을 주셨습니다. 우리 팬들은 우리가 6연패에 빠졌을 때 비난 대신 응원을 보내주셨어요. 선수단 버스를 막는 게 아니라 ‘버스맞이’를 해주신 겁니다. 그때의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큰 감동이었습니다. 우리 팬들이 버스를 기다리면서 응원가를 불러주셨거든요. 감정이 올라와서 버스에서 바로 내리질 못했습니다.
포항이란 구단이 얼마나 역사가 깊은 팀인지 다시 한 번 느꼈어요. 그런 팀의 감독이란 것에 감사했습니다.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했고요.
Q. 포항 팬들이 버스맞이를 해준 게 9월 22일 강원 FC와의 홈경기를 앞두고서였잖아요. 포항 팬들의 힘이 전해진 것이었을까요. 포항은 이날 강원을 2-1로 제압하고 리그 6연패에서 탈출했습니다.
진짜 어렵게 이겼지. 경기 종료 2분 전 양민혁에게 동점골을 헌납했잖아요. 하지만, 경기 종료 30초를 남기고 조르지가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이겼습니다. 그 경기를 통해서 확실하게 느낀 건 포항은 코칭스태프, 선수들, 프런트, 팬 모두 하나 된 팀이란 거예요. 제가 ‘정신 차리고 잘해야 한다’는 다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우리 팬들 얘기가 나왔으니까 하나만 더 언급하자면, 코리아컵 결승전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잖아요. 우리 팬이 아주 많이 찾아주셨습니다. K리그가 크게 발전했다는 걸 우리 팬들이 보여주셨어요. 중립 경기장인데도 홈에서 치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뛸 힘을 주셨어요. 팬들이 계셔서 우리가 극적인 역전승으로 또 하나의 우승컵을 추가할 수 있었습니다. 팬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Q. 포항 감독으로 첫 시즌을 마쳤습니다. 2024년 한 해를 돌아보면 어떻습니까.
행복하지. 마지막엔 우승컵까지 들었잖아요. 이보다 더 감사할 수 있을까 싶죠. 올 시즌 초반으로 돌아가면 시작이 아주 좋았습니다. 초반 3~4개월 동안엔 따스한 햇살 밑에서 지냈죠(웃음). 한편으론 늘 경계했어요. 주변에서 ‘우승 경쟁’이란 얘기를 했지만, 저는 늘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죠.
정말 그랬습니다. 부상 선수가 하나둘 늘어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죠. 우리 팀이 스쿼드가 두꺼운 건 아니니까. 저는 어떤 팀을 맡든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생각합니다. 그래야 충격이 덜 하거든요. 최악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런 일이 발생하면 판단이 흐려지게 됩니다. 우리가 초반에 잘 나갈 때도 늘 ‘위기는 올 것’이란 생각을 했어요.
6연패 기간에도 경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게 무너진 적은 없었어요. 대부분 한 골 차 패배였죠. 실점 상황을 보면 허용하지 않아도 될 걸 내준 게 많았고요. 올해 많이 배웠습니다. 중국에서 이와 같은 일이 많아서 대비는 했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면 쉽지 않거든요.
또 리그 6연패 기간에 제주 유나이티드와 코리아컵 준결승전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 경기는 잡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연패 중이란 게 크게 와닿진 않았던 것도 있어요. 리그 6연패를 당했을 때 경각심이 최고조에 달했죠. 하나 아쉬운 건 ACLE에서도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는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보니 그러지 못한 겁니다.
패한 경기를 돌아보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는 결론이 나왔거든. 그런 게 조금 화가 났지. 그래도 마지막엔 코리아컵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고, 올해 홈에서 치른 마지막 경기(ACLE)에서도 승리하면서 아쉬움을 조금은 털어내지 않았나 싶어요. 팀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시즌이 끝난 것 같습니다.
Q. ‘시즌이 계속 이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선수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리그 경기가 조금 더 남았으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분위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경기력, 결과 모두 좋았죠. 올해 아쉬웠던 부분을 잘 분석해서 내년엔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동계 훈련엔 부상 선수들이 돌아올 거거든요.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 내야죠. 우리 팬들을 위해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행복할 수밖에 없는 게 고향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잖아요. 감독이란 직업이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또 나의 젊은 시절을 바쳤던 팀 감독을 역임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구단의 선택을 받아야 할 수 있는 일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다는 건 아주 큰 복입니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래서 저는 하루하루 더 열심히 살려고 합니다. 저를 선택해 준 포항을 위해 온 힘을 다하려고 해요. 올해 우리 팬들에게 큰 감동도 받았습니다. 제가 팬들에게 보답해야죠.
Q. 포항에서 생활하며 가장 좋은 건 무엇입니까.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게 최고 좋죠. 30년 이상 살아왔던 곳이니 친한 사람도 수두룩하고요. 젊을 때부터 자주 다녔던 식당 같은 곳도 마음껏 다닙니다. 올 한 해 마무리가 아주 좋다 보니 더 행복한 것 같아요.
Q. 포항 주민으로서 포항 자랑 한 번 해주시죠.
진짜 살기 좋은 곳입니다. 세계 어디에도 포항처럼 산과 바다가 모두 있는 곳은 찾기 어려워요. 30분 내로 산, 바다를 갈 수 있다는 건 아주 귀한 거거든.
Q. 포항이란 팀은 물론이고 도시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중국에서 생활했을 때 매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중국에 있을 때도 3개월에 한 번씩은 들어왔어요. 물론 쉽진 않았지. 중국에서 감독을 맡고 있었잖아요.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중국에선 외국인 감독이다 보니 성적이 무조건 필요했습니다. 선수들도 한국에서보다 더 챙겨야 했죠.
내 감독 생활의 시작이었죠. 첫발을 내디뎠던 순간이었습니다. 처음 옌볜으로 향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대가 심했어요. 그 당시만 해도 정보가 너무 없었거든. 어느 정도 경계심을 갖고 옌볜으로 향했는데 생각만큼 어렵거나 힘들진 않았어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결국 감독의 몫이었습니다.
Q. 어떤 의미입니까.
소신 있게 내 일을 하다 보면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 거죠.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중국 프로축구 2부 리그(갑급 리그)에서 강등된 뒤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2014시즌 후 갑급 리그에서 급작스럽게 세 팀이 해체하면서 강등을 피했어요.
Q. 그렇게 갑급 리그에 살아남아서 역사를 썼습니다. 갑급 리그 최하위 팀을 맡아 1년 만에 우승을 일궜습니다.
시작이 좋았죠. 하태균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서 참 잘해줬어요. 당시 중국 3부 리그(을급 리그)에선 외국인 선수를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급작스럽게 갑급 리그 잔류를 확정했기에 1주일 만에 하태균을 영입했던 거예요. 다른 외국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죠. 그때 갑급 리그 외국인 쿼터는 3장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시즌을 준비하고 돌입했는데 22경기 무패를 내달렸습니다. 옌볜에선 시즌 초반을 치르기가 쉽지 않았어요. 옌볜 날씨가 너무 추워서 개막 5경기 정도는 늘 원정에서 치렀습니다. 그런데 첫 경기를 5-1로 이겼어요. 그 경기 끝나고 팀이 우승한 것처럼 축제 분위기인 겁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15년 만에 원정 첫 승리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어요. 이제 막 시즌을 시작한 거라서 풀어지면 안 되는 거잖아. 어느 정도 긴장감이 있어야지. 성질을 냈습니다. 그리고 제 샴페인 잔이 어쩌다 보니 깨져버렸어요. 이걸 또 중국에선 ‘행운이 찾아오려고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진짜인지는 모르겠어. 나 기분 좋으라고 한 거 같긴 한데...
Q. 결과적으로 갑급 리그 최하위 팀이 1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으니 행운이 맞았네요.
축구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시즌이었어요. 강등됐던 팀이 극적으로 살아남아 22경기 무패를 내달리니 난리가 났습니다. 우리가 극적으로 갑급 리그에 잔류하긴 했지만, 여전히 강등 1순위였거든요. 옌볜 팬들이 보내주신 박수와 함성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그분들이 보내주셨던 열정과 사랑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Q. 이후엔 중국 슈퍼리그를 경험했습니다. 슈퍼리그가 유럽 빅리그 못지않게 투자를 많이 할 때였잖아요. 세계 정상급 명장은 물론이고 유명 선수도 즐비했습니다. 슈퍼리그는 어땠습니까.
어마어마했지. 카를로스 테베즈, 뎀바 바, 알렉스 테세이라 같은 선수가 뛰었으니까. 슈퍼리그에 있는 팀들은 어마어마한 투자를 했어요. 1년에 1천억 원 이상을 썼습니다. 우린 좀 달랐죠. 갑급 리그에서도 제일 열악한 구단이다 보니 한계가 있었습니다. 1년에 500억 정도 쓸 수 있는 상태였어요.
슈퍼리그가 그만큼 엄청난 투자를 하던 때였어요. 우리도 중국의 큰 보험회사가 스폰서를 해주면서 상황이 조금 나아지긴 했습니다. 승격 첫 시즌이었던 2016시즌 리그 9위를 기록하면서 상황이 더 좋아졌죠. 특히나 핵심 선수 3명을 이적시키면서 200억 이상의 수익을 올렸어요.
그 이적료 수익이 2년 동안 팀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됐죠. 우리가 구단 내 비리로 회장이 잡혀들어가면서 자금이 확 끊겼었어요. 그 이적료 수익 없었으면 큰일 날 뻔한 거지. 중국 시절 얘기하면 오늘 집에 못가. 밤새도록 얘기해도 안 끝날 거니까(웃음).
Q. 슈퍼리그에서 슈퍼스타들을 여러 번 상대했었잖아요. 테베즈, 뎀바 바, 테세이라 등을 이야기해 줬는데요. 당시 ‘이 선수만큼은 꼭 영입하고 싶다’고 느낀 이가 있었습니까.
헐크. 헐크가 공을 잡고 있잖아요. 헐크는 수비수 3명이 달라붙어도 볼을 빼앗기질 않았습니다. 드리블, 스피드, 결정력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공격수였죠. 뎀바 바는 오래 있지 않았어요. 짧게 있다가 부상, 향수병을 이유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경기에 나서면 강렬한 인상을 남겼어요. 확실히 유럽 빅리그 출신은 다르다는 걸 느꼈죠.
Q. 당시 슈퍼리그엔 마르셀로 리피, 마누엘 페예그리니, 펠릭스 마가트, 고(故) 스벤 고란 에릭손 등 유럽에서 경쟁력을 증명한 명장도 많았잖아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을 16강으로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도 슈퍼리그에 몸담았었고요. 당시 맞붙었던 외국인 감독 중에선 누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까.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끌었던 루이스 스콜라리 감독이 기억에 남아요. 스콜라리 감독이 광저우 에버그란데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였죠. 우리가 당시 광저우와 두 번이나 비겼어요. 원정 경기는 아직도 기억 나는 게 우린 강등권이었고, 광저우는 우릴 이기면 리그 우승을 확정 짓는 상황이었습니다.
경기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어요. 그 가운데 하나가 ‘광저우 원정을 2군으로 치르자’는 것이었습니다. 승리 확률이 떨어지는 경기이니 그다음 경기를 준비하자는 것이었죠.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승부수를 띄웠어요. 옌볜 사람들은 자존심이 세거든요. 원정 경기하면 5천 명씩 찾아오고 그랬습니다. 상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어떻게 붙어보지도 않고 경기를 포기해요.
당시 우리 팀 외국인 선수로 뛰었던 김승대, 윤빛가람이 활약하면서 1-1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우리가 선제골을 넣고 동점골을 헌납했죠. 우린 승리를 원했어요. 1-1 상황에서 광저우를 강하게 몰아붙였습니다. 광저우가 마지막 5분을 남겨놓고 공을 돌리던 게 기억나요. 무리하지 않고 경기를 마치려고 했죠.
경기 후 스콜라리 감독이 “옌볜이란 팀이 아주 인상적이다. 너 여기 있지 말고 더 좋은 구단으로 가서 도전해 보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웃음). 그때 얘기하다 보니 또 하나 떠오르는 게 있네.
Q. 어떤 에피소드입니까.
당시 리피 감독이 중국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김)승대가 우리 팀에서 워낙 잘하니까 리피 감독 눈에도 들어왔나 봐요. 리피 감독 통역이 제게 “저 선수 국가대표팀에 부르려고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야기해 줬죠. “한국 국가대표팀 선수”라고. 그랬더니 윤빛가람도 물어보더라고요. 또 얘기했죠. “쟤도 한국 국가대표”라고.
Q. 당시 광저우는 아시아 최고의 팀으로 꼽혔습니다. 그런 팀을 상대로 맞불을 놓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듯한데요.
후회하진 않았어요. 결과적으로 두 번이나 1-1 무승부를 기록했죠. 우리가 이기진 못했지만 1-1 무승부란 결과가 팀에 엄청난 자신감을 심어줬어요. 당시 광저우는 중국 국가대표팀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런 팀을 상대로 성과를 낸 거예요. 우리가 광저우 원정을 1-1로 마친 뒤 치른 경기에서 2골 차 이상으로 승리하며 잔류를 확정했습니다. 자신감과 팀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낀 순간이었어요.
능력은 확실히 있는 선수들입니다. 다만 팀이 기대하는 만큼의 활약이 나오질 않으니 고민이 많았던 게 사실이죠. (황)인재는 전반기 활약이 아주 좋았잖아요. 처음 국가대표팀에도 뽑혔습니다. 이후 이전과 같은 경기력이 안 나왔어요. 실수를 반복했죠.
Q. 박태하 감독은 황인재의 실수가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도 굳건한 신뢰를 보였습니다. 축구계에선 ‘포항이 조금 더 빨리 주전 수문장을 바꿨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어떤 선수든 실수합니다. 실수 없는 사람은 없어요. 우리가 올 시즌 전반기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선수가 인재이기도 했습니다. 인재가 공헌한 부분이 컸단 말이죠. 그 부분을 무시하고 주전 수문장을 몇 경기 성적 때문에 교체한다는 건 아니라고 봤습니다. 다음에 이런 고민이 있어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조르지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에요. 투박하죠. 축구는 11명이 하는 팀 스포츠입니다. 모두가 세련될 필요는 없어요. 조르지는 장점이 명확합니다. 보통 스트라이커는 골을 넣지 못하는 날 존재감이 없기 마련이거든요. 조르지는 자기가 해결하지 못할 땐 주변 동료를 확실하게 살립니다. 활동량, 몸싸움, 패스 등으로 주변 동료에게 공간과 기회를 만들어줘요.
조르지는 상대 수비수에게 확실히 부담스러운 스트라이커입니다. 또 외국인 스트라이커잖아요. 어떻게든 활용해야죠. 조르지는 내년에 더 잘할 거예요. 올해 마지막 2경기에서 정말 잘했습니다. 개인적으론 코리아컵 결승전 활약도 좋았지만, 홈에서 치른 ALCE 6차전 비셀 고베전에서의 활약이 올 시즌 최고가 아니었나 싶어요.
Q. 조르지가 코리아컵 결승전이나 고베전에서 득점을 기록했던 건 아닙니다.
움직임에 여유가 있었습니다. 조르지가 포항 축구에 확실히 녹아들었다는 걸 확인했죠. 코리아컵 결승전에선 ‘이 경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긴다’는 간절함이 보였습니다. 고베전에선 ‘축구를 즐긴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경기력이 좋았어요. 2025시즌 조르지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웃음).
Q. 황인재, 조르지가 힘들어할 때 따로 해준 이야기가 있습니까.
최대한 편안하게 해줘야죠. 프로축구 선수잖아요. 누구보다 힘들었을 겁니다. 자기가 가장 답답했을 거예요. 저는 ‘괜찮다’는 얘길 많이 해줬죠. 실수에 대해 일부분은 이야기했지만, 야단은 치지 않았어요. 감독이 실수한 선수를 야단치면, 더 주눅이 들거든. 지도자는 내 선수가 힘든 시간을 보내는 걸 안다면, 최대한 격려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Q. 포항 선수들이 ‘박태하 감독’ 하면 떠올리는 것이 ‘인자함’입니다. 감독이라면 선수에게 쓴소리해야 할 때도 있지 않습니까.
나도 하지(웃음). 그런데 마음에 안 드는 게 보일 때마다 뭐라고 하면 ‘잔소리’가 되잖아요. 그런 건 경계합니다. 저는 쭉 지켜보고 있다가 ‘이 때쯤 이야기를 한 번 해야겠다’ 싶을 때 얘기하는 편이에요. 해당 선수를 감독실로 불러서 이야기하는 거죠. 문제가 있으면 빠르게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도 감독의 역할이잖아요. 누군가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진다면, 빠르게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지.
나는 이런 게 참 어려워. 내가 ‘나 이런 거 잘해요’라고 얘기하란 거잖아요(웃음). 그것보단 제가 어떤 유형의 감독인지 말씀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요. 감독도 유형이 여러 가지가 있잖습니까. 저는 감독으로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매니지먼트’라고 봅니다. 팀이 잘 운영될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것이죠.
선수들의 컨디션은 물론 마음과 생각까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해요. 그래야 문제가 있을 때 빠르게 조치를 취할 수 있거든. 감독은 선수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주기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장·단점을 명확히 봐야겠죠.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포지션, 역할을 부여하는 게 선수, 팀 모두에 아주 중요합니다.
Q. 박태하 감독은 차분하고, 점잖은 지도자입니다. 평소 선수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편인가요.
나는 선수들과 ‘재밌는 농담 주고받는다’고 생각하죠. 선수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웃음). 선수들은 농담을 농담으로 들을 수도 있겠지만, 잔소리라고 느낄 수도 있는 거니까. 분명한 건 저는 선수들에게 최대한 편안한 지도자로 다가가고자 합니다. 제가 선수 시절을 돌이켜 보면, 감독은 매우 어려운 존재였어요.
Q. 그땐 지금과 많은 게 다르지 않았습니까.
우리 땐 감독과 선수의 대화가 흔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운동하던 시절엔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당연했거든요. 감독, 코치, 선수가 한 자리에 모여서 전술을 논한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또 하나 크게 달라진 것 중 하나는 감독도 선수들에게 평가받아야 하는 시대란 거예요.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습니까.
지금은 감독이 무언가를 말한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야 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감독이 전술적으로 확실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팀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합니다. 선수들도 감독을 평가하거든요. 내가 확실하게 준비하고 훈련장으로 나가잖아요. 선수들 눈빛부터 다릅니다. 집중력이 달라요.
반대로 감독이 아무런 준비 없이 운동장에 나가서 훈련하잖아요. 그 팀은 잘 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존중을 강요한다고 해서 존중받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니까.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존중을 바란다면, 그만큼 노력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내가 팀을 위해 이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100%를 쏟아내요. 제가 잘해야 합니다(웃음).
선수 시절부터 보면 포항엔 늘 끈끈함이 있어요. 포항은 역사가 깊잖습니까. 포항의 전통이나 역사를 말로 표현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단, 포항처럼 전통이 있는 팀은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그 에너지를 계승할 수 있는 베테랑 선수가 항상 존재하고요.
포항은 매 시즌 목표가 명확합니다. 포항 모든 구성원이 그 목표를 바라보고 매 시즌 땀을 아끼지 않아요. 선배들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중심을 잡고 후배들을 이끌어주니 어떤 일이 있어도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포항엔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요.
Q. 포항 감독으로 2년 차 시즌을 앞두고 있습니다. 첫 시즌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잖아요. 2025년 동계 훈련에선 박태하 감독의 색깔을 내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기대하는 부분이 있을 듯한데요.
제가 추구하는 축구는 명확해요. 상대 팀에 따라서 약간의 전술 변화가 있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습니다. 명확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선수들이 올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잘 보여줬다고 봐요. 특히나 우리의 전술 변화가 통했을 때 선수들이 재밌어하는 걸 봤습니다. 몇몇 선수의 위치를 조정하고, 새 역할을 부여하는 등의 변화로 결과를 잡아낸 경기들이 있었어요.
새 시즌 동계 훈련을 앞두고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했던 선수들이 돌아옵니다. (이)호재, (안)재준이, (이)동희가 대표적이죠. 저는 이 선수들을 ‘외국인 선수’라고 봅니다. 그만큼 기대가 커요. 기량이 출중한 선수들입니다. 그런 선수들이 시즌 중 빠졌음에도 성과를 냈어요. 이들의 공백을 메워준 선수들에게도 기대가 큽니다.
올 시즌 조금 부족했던 부분을 경기 수가 적었던 이들이 잘 메워주길 기대합니다. 물론 결과는 장담할 수 없어요. 축구란 게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스포츠는 아니니까. 분명한 건 완전한 전력으로 훈련하고 경기에 나섰을 때 더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믿음이 있다는 겁니다.
Q. 2025시즌에 대한 기대가 커 보입니다. 포항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전력 보강인데요. 보강 부분에 관해서도 살짝 귀띔해 줄 수 있습니까.
그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웃음).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구단에서도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고자 힘쓰고 있다는 거예요. 올여름에도 그랬습니다. 우리가 재준이를 영입했잖아요. 우린 이적료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좋은 선수를 육성해 나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습니다.
우린 올여름 예산을 추가 편성해서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구단이 큰 도움을 줬어요. 평소에 잡아놨던 금액 이상을 지원해 주셨죠. 그 덕에 안재준, 이태석과 같은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안재준의 경우엔 K리그에서 결코 값싼 이적료가 아니었거든요. 이태석도 강현무에 약간의 금액을 얹어서 데려온 겁니다.
구단에서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는 선수들이었어요. 그래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 코리아컵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도 구단의 도움 없인 불가능했습니다. 구단의 도움까지 받고 있다는 걸 느꼈기에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 맞는 것 같아요(웃음).
Q. 포항이 K리그1에서 정상에 오른 건 2013년이 마지막입니다. 장기 레이스인 리그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려면 더 많은 투자가 감행되어야 하는 게 사실입니다. 투자에서부터 K리그1 4연패에 도전할 울산과 비슷한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투자를 마다할 감독은 세상에 없을 거예요. 큰 투자가 이뤄진다면, K리그1, 코리아컵, ACLE 등 우리가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겠죠. 다만, 구단에서 온 힘을 다해 도와주고 계신다는 걸 알기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내년엔 구단에서 도와주신 것 이상으로 좋은 성과를 내도록 온 힘을 다할 거예요. 프로축구단에 투자하니 ‘이런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걸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유럽 축구는 어느 한 팀을 집중적으로 보는 건 아니고요. 다양하게 챙겨봅니다.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브라이턴 앤 호브 앨비언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주로 보는 것 같아요. 후벵 아모림, 로베르토 데 제르비와 같이 떠오르는 지도자들도 유심히 보고요. 그런데 유럽 축구를 현장에서 지켜보는 게 아니다 보니 한계가 있잖아요.
유튜브를 잘 찾아보면, 각 팀의 전술을 세부적으로 분석해 둔 채널이 있어요. 감독의 특징과 세부 전략을 철저히 분석해 놓은 채널이죠. 그런 채널을 통해 영감을 얻곤 합니다. 좋은 전술이란 판단이 서면, 훈련장과 실전에서 활용하려고 하죠. 다양한 전술을 찾아보고, 공부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딱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그 느낌이 참 좋습니다. 재밌고요.
Q. 박태하란 지도자는 ‘축구를 참 좋아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평생을 축구와 함께하고 있잖아요. 지금도 축구가 재밌습니까.
나 사실 축구 별로 안 좋아해(웃음). 하는 건 테니스가 훨씬 재밌어. 포항이란 내 젊은 날을 바친 팀, 내가 가장 사랑하는 팀, 내 삶의 절반 이상을 함께한 도시의 팀을 맡았으니 최대한 즐겁게 해야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릴 위해 도와주시는 분이 정말 많아요. 앞서서도 말했지만, 구단에서 어떻게든 지원을 해주기 위해 힘써주시거든. 제가 잘해야죠.
Q. 포항에서 30년째 살고 계시잖아요. 다른 지역에서 포항 스틸야드를 찾는 팬들에게 ‘여기는 꼭 가보라’고 추천해 줄만 한 명소도 있습니까.
많지. 7번 국도 타고 우리 클럽하우스가 있는 송라를 지나면, 바닷가가 눈앞에 펼쳐지는 카페가 아주 많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도 많이 해요. 저는 지금도 여유가 있을 땐 고향 영덕 강구항으로 드라이브를 가곤 합니다. 아내와 종종 바닷가에 간이의자를 두고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거든요. 서울에선 누릴 수 없는 낭만이란 게 있습니다. 인생을 이리 살아야지(웃음).
Q. 포항시 홍보대사로 손색이 없으신 듯합니다.
내가 서울에서 3년 동안 생활 보니까 쉽지 않아. 앞서서도 말했지만 포항은 산, 바다가 한데 어우러진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입니다. 스틸야드를 찾아주시는 많은 분이 축구를 즐기신 뒤엔 예쁜 카페, 바다, 산에서 또 다른 추억을 남겨가셨으면 해요. 해산물은 물론이고 비빔밥도 기가 막힌 곳이 많습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박태하를 계속 땀 흘리게 하는 원동력, 그리고 꿈은 무엇입니까.
제가 어릴 때부터 축구했잖아요. 축구를 통해서 삶의 기반을 닦았습니다. 감사한 존재죠. 축구를 통해 지금까지도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건 더 감사한 일이고요. 더군다나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 팀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물론 감사하고 행복한 만큼 부담도 있죠.
스스로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노력이 아니라 나와 팀의 발전을 위한 노력이요. 내 노력이 함께하는 사람들을 웃게 해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요. 지금 제 나이에 다른 욕심을 갖는 건 과한 일이라고 봅니다.
지금보다 더 출세하기 위해 국가대표팀 감독을 꿈꾼다? 저는 전혀 관심 없어요. 국가대표팀 감독이란 것도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거든.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코리아컵 우승도 그때 잠깐 기쁜 거예요. 하루 이틀 지나면 다음 경기, 시즌 준비하느라고 정신없습니다.
제가 포항이란 명문 팀을 평생 맡진 않을 거예요. 언젠가 이별할 날이 올 겁니다. 이 팀에 머무르는 순간만큼은 모든 걸 쏟아내고 싶어요. 소신 있게 좋은 사람들과 일하면서 다 같이 행복하고 싶습니다. 그게 내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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