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한강의 말들

이상원 기자 2024. 12. 23.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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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0일(현지 시각) 소설가 한강이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다.

노벨 위원회는 "한강 작가가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라고 밝혔다.

스웨덴 현지 '노벨 위크' 행사 때 나온 한강 작가의 주요 발언을 모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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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0일(현지 시각) 소설가 한강이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현지 ‘노벨 위크’ 행사 때 나온 한강 작가의 주요 발언을 모아 정리했다.

12월10일(현지 시각) 소설가 한강이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다. 노벨 위원회는 “한강 작가가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라고 밝혔다. 스웨덴 현지 ‘노벨 위크’ 행사 때 나온 한강 작가의 주요 발언을 모아 정리했다.

ⓒ연합뉴스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1979년 말부터 진행됐던 계엄 상황에 대해 공부를 했었습니다.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만 2024년 겨울과 그때의 상황이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되어서 모든 사람들이 (이를)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날 밤 맨몸으로 장갑차를 멈추려 애쓰거나,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며 제지하려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중략) 젊은 경찰, 군인들의 태도도 인상 깊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내적 충돌을 느끼며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략) 문학이라는 건 끊임없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깊게 파고 들어가는 행위이며 이 행위들을 반복하면 내적인 힘이 생기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왔을 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최선을 다해 결정을 내리려 애쓰는 힘이 생깁니다. 그래서 문학은 여분의 것이 아니고 꼭 필요한 것입니다.”

-12월6일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2021년 가을까지, 나는 줄곧 다음의 두 질문이 나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왔었습니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이 두 질문 사이의 긴장과 내적 투쟁이 나의 글쓰기를 밀고 온 동력이었다고 오랫동안 믿어왔습니다. 첫 장편소설부터 최근의 장편소설까지 내 질문들의 국면은 계속해서 변하며 앞으로 나아갔지만, 이 질문들만은 변하지 않은 일관된 것이었다고. 그러나 이삼 년 전부터 그 생각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나는 2014년 봄 〈소년이 온다〉를 출간하고 난 뒤에야 처음으로 사랑에 대해, 우리를 연결하는 고통에 대해, 질문했던 것일까?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背音)이었던 것은 아닐까?”

-12월7일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 중

 

“글을 읽고 쓰며 보낸 시간을 돌이켜보면, 저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수없이 되새겼습니다. 언어라는 실타래를 따라 다른 이의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 그 내면과 마주하는 일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들, 가장 시급한 질문들을 이 실타래에 맡기고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행위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가 태어난 이유는 무엇인지,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이런 질문들은 수천 년 동안 문학 속에서 제기되어 왔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어떤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아 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고, 이 행성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들의 시점으로 상상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이런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지닙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일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입니다.

이 문학상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여기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에서 수상 소감 중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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