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국가의 크리스마스 [사이공모닝]
6년 전 처음 베트남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야말로 우당탕탕거리며 베트남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는게 취미입니다. <두 얼굴의 베트남-뜻 밖의 기회와 낯선 위험의 비즈니스>라는 책도 썼지요. 우리에게 ‘사이공’으로 익숙한 베트남 호찌민에서 오토바이 소음을 들으며 맞는 아침을 좋아했습니다. ‘사이공 모닝’을 통해 제가 좋아하던 베트남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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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주말을 이용해 잠시 베트남 호찌민에 다녀왔습니다. 공항 밖으로 한 발 내딛는 순간 습하고 후텁지근한 공기가 훅 끼쳐오더군요. 한파와 갑작스런 계엄령으로 얼어붙었던 한국에서 가져 온 패딩 잠바는 가방에 구겨 넣었습니다.
산타할아버지마저 반소매·반바지를 입어야 할 것 같은 날씨지만 베트남 곳곳은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1880년 세워진 호찌민시의 노트르담 성당은 반짝이는 전구로 뒤덮였습니다. 몇 년째 이어진 복원 공사로 외벽 곳곳에 비계(飛階)가 세워진 모습이었는데 화려한 불빛이 성당을 감싸자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들도 기념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이 묻더라고요. “베트남에서도 크리스마스를 즐기느냐”고요. 네, 그럼요. 물론입니다!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이 들어옵니다. “베트남이 기독교 문화권이냐”는 것이지요. 아, 이건 좀 길게 말해야 합니다. 베트남의 종교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민속 신앙과 무교가 대부분
사실 베트남에서 기독교, 천주교, 불교 같은 기성 종교를 믿는 사람의 비중은 매우 적습니다. 2019년 기준 베트남 통계청 조사를 따르면 불교가 4.79%, 천주교와 개신교를 합한 기독교가 7.1%에 불과하죠. 과반수 이상(86.32%)이 무교이거나 베트남 민속 신앙을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한나라 군대를 무찔러 ‘베트남의 잔 다르크’라 불리는 쯩 자매를 모신 사당은 베트남 전역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설 명절인 뗏 같은 때에 사당에 향을 지피고, 기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요. 집이나 가게에 ‘반터’라 부르는 제사상을 차리고, 매일 아침 조상에게 음식을 바치고 기도를 올리는 것도 베트남에선 일상적입니다.

국교(國敎)가 없는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공식적으로 베트남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합니다. 종교인이 베트남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지요.
대표적인 인물이 1963년 분신으로 소신 공양한 틱꽝득 스님입니다. 미국을 등에 업고 독재와 불교 탄압을 자행한 응오 딘 지엠 정권의 독재에 반발해 호찌민시 캄보디아 대사관 앞 도로에 앉아 스스로 불을 붙였지요. 화염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정좌 자세로 죽음에 이르는 모습이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응오 딘 지엠 정권의 종식과 베트남 전쟁의 도화선이 된 사건으로 평가받지요.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영향으로 전국에 아름다운 성당이 많은 것도 베트남의 특징입니다. 1886년 네오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하노이 성 요셉 성당도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껏 화려해졌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다낭은 국제여객터미널부터 핑크성당까지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빛을 내고 있지요.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좋아
공식적으로 기독교 신자가 전 국민의 7%밖에 되지 않는 베트남에서 뭐 이리 크리스마스를 챙기나 싶을 텐데요, 우리나라처럼 공휴일로 지정해 쉬지는 않지만, 크리스마스는 물론, 옥토버페스트(독일 맥주 축제)까지 챙기는 나라가 베트남. 전 세계 모든 기념일을 다 챙기는 나라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기념일을 좋아하는 나라입니다.


더운 여름 날씨이지만 호찌민의 카페와 상점들도 산타클로스와 리본 장식으로 매장을 꾸미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합니다. 직원들은 사슴 뿔 머리띠를 쓰고, 지나가는 차들도 루돌프처럼 코와 뿔을 단 채 달리고 있더라고요. 날이 덥든, 춥든 연말 분위기는 바로 이런 데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올해 마지막 뉴스레터를 마무리 짓습니다. 한국이든 베트남이든 혹은 그 외 다른 지역에 계시든, <사이공 모닝>을 구독해주시고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님께 올 한 해 참 감사했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남은 한 해 잘 마무리 하시길 바라며 내년엔 더 현장감 있는 베트남 소식 전해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쭉 지앙 신 부이 베(Chúc Giáng Sinh Vui Vẻ·메리크리스마스) 그리고 쭉 믕 남 머이(Chúc mừng năm mới·해피뉴이어)입니다!
6년 전 처음 베트남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야말로 우당탕탕거리며 베트남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는게 취미입니다. <두 얼굴의 베트남-뜻 밖의 기회와 낯선 위험의 비즈니스>라는 책도 썼지요. 우리에게 ‘사이공’으로 익숙한 베트남 호찌민에서 오토바이 소음을 들으며 맞는 아침을 좋아했습니다. ‘사이공 모닝’을 통해 제가 좋아하던 베트남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려 합니다.사이공 모닝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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