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때만 경험한 1450원… 이번엔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 우려
환율 1500원 넘어설 가능성”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50원 선을 넘은 것은 외환 위기(1997년 11월~1998년 3월)와 글로벌 금융 위기(2008년 11월~2009년 3월) 이후 역대 세 번째다. 과거 두 차례 위기와 달리 이번엔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이 없는데도 고환율이 유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국내 탄핵 추진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400원대 고환율이 고착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달러 강세는 일본 엔화 등 다른 나라 통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20일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장중 158엔에 근접하며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그러나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데다 국내 정국 혼란까지 겹쳐 다른 나라보다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고환율 장기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한국 경제 여건이 이미 원화 약세를 향하고 있었다”며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내년 상반기 1450원 선 내외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봤다. 노무라증권은 “강달러와 구조적인 경제 약점이 커져 내년 상반기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500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통령 탄핵 소추 등 원화 약세 요인을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대 성장 전망이 나오는 등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2%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약세에 놓일 수밖에 없는 데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대통령 탄핵파문 등이 향후에도 1350~1450원대 고환율을 유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환율이 1500원 선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취임하는 내년 1월 전후로 환율이 1500원 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낙원 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대내외 여건을 보면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재료가 딱히 없다. 환율을 1500원 선까지 열어놔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에 대해 “더 이상 정치적인 프로세스에 충격이 없을 경우 경제정책이 정상 작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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