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방은 손대지 말고 재건축해야”…환경부 반대에 압구정·성수 등 4만가구 직격탄
재건축·재개발 3만9천가구 영향
반포 사업지연에 공사비 1700억↑
한강청 “홍수 등 하천관리상 문제
특정 아파트 특혜 논란 우려 있어”
해외선 강변 상부공원 적극 조성
한강변 개발은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의 핵심 사안이자 수변공간 개발을 통해 서울을 세계적 도시로 바꾸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계획의 요체인데,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난 것이다.
22일 본지가 한강 연계시설과 관련해 정비계획을 수립한 재건축·재개발 추진 현황을 파악한 결과 반포주공1단지(5007가구)와 용산국제업무지구(6000가구)를 비롯해 총 8개 사업지에서 예정된 3만9012가구가 한강청 규제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포주공1단지, 서빙고신동아, 압구정2구역과 3구역, 성수전략정비구역, 잠실5단지, 여의도시범아파트가 이미 한강 덮개공원, 입체보행교, 전망대 등을 기부채납 시설로 세우기로 개발 밑그림을 짰다.
반포지구 한강 연결공원은 서울시가 국제 공모 설계를 진행해 이소진 건축가와 신혜원 건축가, 취리히 조경회사 스튜디오 벌컨의 루카스 슈바인그루버의 공동 응모안으로 지난 6월 선정됐다. 현재 조경, 토목, 건축 전문가 약 21명이 투입돼 기본 설계를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강청의 반대로 덮개공원이 무산되면 국제 설계와 관련한 국가 신뢰도에도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강변 도로 상부 공간을 공원으로 바꿔 도시 보행을 활성화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대표 관광 명소인 리오 공원은 2007년 마드리드시가 만사나레스강 인근 M30 고속도로를 전면 지하화한 뒤 상부에 만든 수변 공원이다.
프랑스 보르도시의 가론강 인근은 주차장과 빈 와인창고 건물이 방치되며 도시와 강 사이의 연결이 단절되자, 프랑스 대표 도시조경가 미셸 꼬라주의 설계로 가론강변에 4㎞ 이상 수변공원을 조성해 문화·생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한강청은 본지의 질의에 답변을 보내 “반포주공1단지뿐 아니라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 단지 연계시설의 하천 점용을 모두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강청은 “올림픽도로는 한강의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방으로 물길의 안정을 위한 하천의 주요 시설”이라면서 “공작물 설치는 제방을 훼손하는 등 하천 관리상 문제를 유발할 수 있고 하천법에 따른 ‘하천 점용 허가 세부 기준’에서도 제방 등에 영구 구조물(공작물 등)을 설치하는 행위가 제한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에서 계획한 덮개공원은 제방을 낮추는 공작물 설치”라며 “이는 하천시설을 훼손해 국가 하천 용지를 영구적으로 점용하는 행위여서 허가가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한강청은 또 사익과 연관된 하천 점용 허가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유지인 국가 하천 구역을 재건축 정비사업 용지에 포함하면서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을 받는 건 하천 관리 원칙인 공공이익 증진보다 특정 아파트에 국가 하천 용지를 제공해 국가가 특혜를 제공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건축업계 일각에서는 도심을 흐르는 강 관련 개발 규제가 유독 한국에서만 엄격한 잣대로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건축가는 “덮개공원을 만들 때 한강 수위와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사전에 기술적으로 조율할 수 있음에도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건 지나치다”고 했다. 또 다른 건축가는 “한강이라는 가장 넓은 공공재에 연결성을 부여하는 것은 조합뿐만 아니라 서울 시민들 전체에게 큰 수혜”라고 말했다.
한강청은 그러나 덮개공원이 주민들의 한강 접근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서울시의 주장에도 “나들목 등 한강으로의 접근시설은 현재 120~600m 간격으로 설치·사용되고 있어 그 필요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동작~반포대교 약 1.7㎞ 구간 내 4곳의 나들목(토끼굴)이 이미 설치돼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한강 접근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한강청이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에는 “2016년부터 세부 계획이 없어 검토가 곤란하다는 일관된 의견을 제시했지만 서울시는 계획을 지속해서 추진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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