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시간 경찰 차벽’ 뚫은 트랙터 시위, 시민 1만명 마중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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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령 고개에서 넘어온 트랙터들이 한강진역에 모습을 드러내자 순간 환호성이 터졌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선 '전봉준투쟁단'이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에 막혀 대치를 이어간 지 28시간.
이춘선 전여농 정책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 "끈질기고 질긴 놈이 이긴다고 했다"며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가 꼭 남태령을 넘어야 한다는 시민분들과 농민분들의 절절한 염원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관저까지 트랙터를 가지고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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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이겼다! 농민이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
남태령 고개에서 넘어온 트랙터들이 한강진역에 모습을 드러내자 순간 환호성이 터졌다. 각자 손에 든 응원봉을 차도 방향으로 연신 흔들어 대거나 응원봉이 없는 이들은 엄지를 치켜들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선 ‘전봉준투쟁단’이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에 막혀 대치를 이어간 지 28시간. 뚫릴 것 같지 않던 장벽이 허물어지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트랙터 행렬을 기다리던 시민들은 신해철의 ‘그대에게’에 맞춰 승리의 춤을 췄다.
22일 저녁 6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등이 모인 전봉준투쟁단은 남태령에서 넘어오는 트랙터들을 맞이하며 한강진역 2번 출구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춘선 전여농 정책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 “끈질기고 질긴 놈이 이긴다고 했다”며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가 꼭 남태령을 넘어야 한다는 시민분들과 농민분들의 절절한 염원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관저까지 트랙터를 가지고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일찍 집회 장소에서 대기하던 이들은 각자의 사정 때문에 낮 동안의 대치 상황에 함께하지 못해 부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경기 부천에서 달려왔다는 이우상(62)씨는 “어제 밤에도 오늘 낮에도 일이 있어 직접 참여는 못 했지만 유튜브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며 “농민들도 고생이지만 젊은 학생들도 많이 있더라. 엄청 추운 날씨였는데 아들 둘 가진 입장에서 걱정도 들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남태령에서처럼 한강진역에서도 핫팩, 돗자리 등의 방한용품과 음료 나눔은 계속됐다. 나눔용 핫팩 30개, 방석, 담요를 담은 가방을 끌고 집회 장소까지 온 안나령(27)씨는 “새벽 6시까지 실시간 현황을 살펴보느라 잠을 못 잤다. 경찰이 과격 진압을 할까 봐 불안했다”며 “늦게 일어났는데 (대치) 상황이 그대로여서 바로 나눔용 물품을 싸서 여기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새벽 5시부터 남태령 대치 장소를 지키다가 한강진역으로 넘어온 직장인 신송이(40)씨는 “(남태령은) 정말 추웠다. 거기 시민들이 나눠주던 은박담요, 핫팩, 김밥이 아니었다면 못 버텼을 것”이라며 “이렇게 쉽게 열릴 장벽을 왜 세운 건지, 누가 시켰는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경찰이 추운 날씨에 시위대를 고립시키며 국민의 안위를 지키지 않았던 일에 실망을 표하는 한편 트랙터가 관저에 도착할 수 있어서 다행이란 반응을 보였다. 신씨는 “경찰이 트랙터의 유리창을 부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경찰이 국민을 지켜주지 않아 국민 스스로 지키러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온 대학생 오민서(22)씨는 “남태령 전까진 경찰이 보호해줬다는데 서울 경계인 남태령 넘으려 하자 이런 일이 발생해서, ‘서울시 경찰은 딴 나라 경찰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도 사람들이 모여들고 머릿수가 많아지니 장벽이 허물어져서 결국엔 ‘민주주의가 또 승리했다’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전날 낮부터 28시간 넘게 이어지던 대치상황은 시민들의 밤샘 투쟁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의 중재에 힘입어 깨질 수 있었다. 트랙터 총 13대가 동작대교를 지나 한남동 관저 인근까지 행진했다. 이날 한강진역 집회에는 약 1만여명(주최 쪽 추산)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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