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성탄시장 차량 돌진' 용의자, 사우디 출신 '이슬람 혐오·극우 지지자'

김효진 기자 2024. 12. 2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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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어린이 포함 5명 죽고 200명 이상 다쳐

독일 동부 마그데부르크 성탄 시장(크리스마스 마켓)에 차량이 돌진해 5명이 목숨을 잃고 200명 이상이 다쳤다. 용의자는 이슬람 혐오·극우에 경도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의사로 독일의 관대한 이민 정책에 불만을 품어 왔다고 한다.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 미 CNN 방송, <뉴욕타임스>(NYT) 등을 보면 21일(현지시간) 독일 작센안할트주 당국 및 경찰 당국은 전날 일어난 마그데부르크 성탄 시장 차량 돌진 공격 사망자가 9살 어린이와 40~70대 여성 4명 등 총 5명, 부상자는 200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 중상자가 41명에 이르러 사망자가 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저녁 7시께 성탄절을 며칠 앞두고 인파가 몰린 이 시장에 SUV 차량 한 대가 돌진해 3분가량 군중을 향해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공격 이후 운전자는 도주를 시도했지만 교통 체증으로 인해 실패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시장에서 용의자가 가능한 많은 사람에 피해를 입히기 위해 속도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붙잡힌 용의자가 2006년부터 독일에 거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의사 탈레브 A(50)라고 밝혔다. 당국은 범행 동기를 아직 확정할 수 없다고 했지만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21일 언론에 "가해자가 분명한 이슬람 혐오자였다고만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용의자가 사우디 망명자 출신으로 18년간 독일에 영주권을 받고 거주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그는 2020년부터 인근 베른부르크의 한 병원에서 정신과 의사로 일했지만 10월 말부터 휴가 및 질병 등으로 출근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전에 무슬림이었지만 이후 이 정체성을 버린 용의자는 2022년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해 자신을 걸프 국가들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비무슬림, 여성들을 돕는 활동가로 소개했다.

그러나 용의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무슬림 혐오와 극우 지지 의사를 표명해 왔다. 도이체벨레(DW)를 보면 그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관대한 이민 정책을 펼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가 "유럽을 이슬람화하려는 비밀 범죄 프로젝트"를 벌였기 때문에 "남은 평생 감옥에 갇혀야 한다"며 "사형"을 언급했다. 또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정권이 여성 교육을 탄압하는 것을 두고 "메르켈(독일 전 총리)이 계획을 달성했다면 지금 독일이 이렇게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의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민자 혐오로 세를 불린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AfD와 나는 같은 적과 싸우고 있다"고 밝혔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영국 및 네덜란드 극우주의자들에 대해서도 지지를 보냈다. AfD 쪽은 용의자가 AfD 당원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역 검찰 당국은 용의자가 "독일에서 사우디 난민들에 대한 처우에 불만을 가졌을 수 있다"다며 "테러 공격"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를 보면 용의자는 2019년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과의 인터뷰에서 "좋은 이슬람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우디 망명자 출신이 무슬림 혐오를 바탕으로 이번 공격을 가한 것으로 추정되며 전문가조차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

<파이낸셜타임스>(FT)를 보면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의 테러 전문가인 피터 노이만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일에 25년 이상 종사한 뒤 더 이상 놀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독일 동부에 사는 이전에 무슬림이었던 50살 사우디 출신 인물이 AfD를 사랑하고 이슬람주의자에 대한 관용 때문에 독일을 처벌하고 싶어한다는 건 내 레이더에 없었다"고 밝혔다.

목격자들은 언론에 사건의 참혹함을 전했다. BBC에 따르면 당시 이 시장에 있던 32살 여성은 동행한 연인이 눈앞에서 공격 차량에 치이는 것을 목격했다며 독일 <빌트>에 "끔찍했다"고 말했다. 그의 연인은 머리와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다른 목격자인 기아니 바르체차는 BBC에 연인의 가족과 함께 시장에서 크리스마스 음악을 듣던 중 "갑자기 우르릉 소리와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다"며 "사람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고 나는 자동차와 사람들이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걸 봤다. (그 중엔) 아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구급대가 몇 분 만에 도착했지만 "200명이 다쳤기 때문에 충분하지 않았다"며 자신을 포함해 시민들이 응급처치에 나서야 했다고 설명했다.

21일 사건 현장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즐거워야 할" 곳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잔인하게 다치고 죽었다"며 "끔찍한 비극"을 조사하는 데 "모든 자원"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21일(현지시간)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 성탄 시장(크리스마스 마켓) 주변에 추모의 꽃과 촛불이 놓여 있다. 전날 이 시장에 대한 차량 돌진 공격으로 5명이 죽고 200명 이상이 다쳤다. ⓒEPA=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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