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테마파크 16년 표류 와중에…시행사는 “도시개발 늘려달라”

이승욱 기자 2024. 12. 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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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색 철문은 굳게 잠겼고, 기둥에는 '허가받지 않은 차량은 출입을 금지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해당 부지의 소유주인 부영주택과 도시개발사업을 둘러싼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송도테마파크 사업은 인근에서 부영주택이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과 한몸이다.

송도테마파크 사업이 지연되면서 도시개발부지를 포함한 92만6천㎡ 부지가 전부 방치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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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혀있는 옛 송도유원지. 철문 안쪽으로 중고차가 주차된 모습이 보인다. 이승욱기자

민트색 철문은 굳게 잠겼고, 기둥에는 ‘허가받지 않은 차량은 출입을 금지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문 안쪽에는 조립과 해체가 진행 중인 중고차가 테트리스 게임 속 화면처럼 주차돼 있었다.

22일 오전 10시40분 인천 연수구 옥련동의 옛 송도유원지는 지나다니는 사람 없이 한산할 뿐이었다. 유원지 맞은편에서 만난 송아무개(70대)씨는 송도유원지가 맞는지를 묻는 기자에게 “여기가 송도유원지는 맞는데 이미 옛날에 문을 닫고 중고차 단지가 됐다”며 “테마파크를 만든다고 한 게 언제인데 실현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안됐는데 언제 개발이 되겠나”라고 했다.

인천시는 지난 19일 연수구 옛 송도유원지 일대 2.6㎢에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송도유원지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하지만 옛 송도유원지 부지 등 약 1㎢(92만6천㎡)를 제외한 나머지 구간에 대해서만 도시기본계획 반영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해당 부지의 소유주인 부영주택과 도시개발사업을 둘러싼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옛 송도유원지 부지는 부영주택이 송도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하는 곳이다. 인천시는 과거 대우자동차판매 주식회사(대우자판)와 함께 2007년 송도테마파크 사업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우자판의 파산으로 사업시행자는 변경됐고 사업은 지연됐다. 해당 사업을 이어받은 부영주택도 환경영향평가에 따른 토앙오염정화작업을 미루다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송도테마파크 사업은 인근에서 부영주택이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과 한몸이다. 민간에서 도시개발사업만 진행하고 수익성이 낮은 테마파크 사업은 사업을 미룰 것을 우려한 인천시가 테마파크 사업 완공 3개월 전 도시개발부지 아파트 착공이라는 실시계획 인가조건을 내세웠다. 송도테마파크 사업이 지연되면서 도시개발부지를 포함한 92만6천㎡ 부지가 전부 방치되는 상황이다.

인천시는 부영주택에게 기존 테마파크 예정지에서 도시개발사업을 하고 현 도시개발 예정지는 인천시에 기부채납 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부영주택은 인천시에 제안한 것보다 더 많은 세대수의 아파트 건설을 요구하기도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테마파크 사업을 하지 않는 것부터 이미 특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아파트 가구 수를 확대해달라는 것은 더 큰 특혜 시비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철 도시계획국장이 18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송도유원지 르네상스 마스터플랜 발표\'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인천시제공

이와 관련 부영주택 쪽은 “당사가 제안한 안은 국토계획법 등 관련 법령 및 인천시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운영기준에 부합하는 공공기여 협상안”이라며 “토양오염정화작업은 2024년 관련 설계 용역을 발주했으며 2025년 상반기에는 작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인천시 발표에 따라 송도개발사업에 대해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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