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OS 없는 삼성전자의 고민 "구글의 등이냐 애플의 길이냐"

조서영 기자 2024. 12. 2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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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IT 언더라인
삼전, 구글과 XR 기기 개발
XR에도 안드로이드 탑재
스마트폰·XR 구글 OS 사용
긍정론과 부정론 엇갈려
대형 OS 장점 확장성·범용성
구글 의존도 높단 의견 있어
자체 OS 타이젠 확대해야
삼성전자가 구글과 함께 XR 기기를 개발한다.[사진 |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구글과 손잡고 XR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다. 이름하여 '프로젝트 무한'이다. 이 XR 기기엔 구글의 OS '안드로이드 XR'을 탑재할 계획이다. 스마트폰에 이어 XR 기기에도 안드로이드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구글 등에 올라타는 게 상책"이란 긍정론과 "애플처럼 자체 OS를 개발하라"는 부정론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안드로이드(Android).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구동시키는 기본 시스템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4월 처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갤럭시(GT-I7500)'를 출시한 이후 모든 갤럭시 시리즈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하고 있다. "애플 iOS처럼 독자 OS(타이젠)를 강화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적지 않았지만,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안드로이드'를 전략의 중심에 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확장현실(XR) 기기의 OS도 안드로이드다. 12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뉴욕 'XR 언락' 행사에서 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와 구글이 협력해 론칭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헤드셋을 제작하고 구글은 헤드셋을 구동하는 OS인 '안드로이드 XR'을 개발하는 식이다.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내년 초 개최하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신제품 출시 행사 '언팩'에서 자세한 사양이나 출시 시기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별다른 변수가 터지지 않는다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이어 XR기기에도 안드로이드를 탑재한다.[※참고: XR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VR·AR을 함께 활용하는 혼합현실(MR)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그렇다면 업계의 시선은 어떨까. "구글과 협력한다면 XR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는 긍정론과 "삼성전자가 너무 근시안적이다"는 부정론이 엇갈린다. 긍정론부터 살펴보자.

■ 긍정론: 구글 등에 올라타라 = 구글 OS와 같은 대형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범용성과 확장성이다. 대형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업자들의 다양한 서비스나 콘텐츠를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중요성은 올해 초 XR기기를 출시한 애플의 선례先例를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지난 2월 애플은 직접 개발한 자체 OS(비전)를 탑재한 XR기기 '비전 프로'를 출시했다.

하지만 독자적인 OS인 데다 이제 막 1세대를 출시한 탓에 호환되는 서비스가 많지 않았다. 가격도 비싼데 쓰임새가 적다는 문제로 비전 프로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성전자가 '독자 OS' 대신 구글의 등에 올라탄 배경이다.

최원준 삼성전자 MX 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은 'XR 언락' 행사에서 "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뛰어난 확장성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적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며 "폭넓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프로젝트 무한'의 생태계를 확장해 사용자에게 더욱 풍요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 말했다.

■ 부정론: 애플의 뚝심 보라 = 하지만 삼성전자가 너무 '편한 길'을 걸으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젠 삼성만의 OS를 활용해야 한다는 거다. 이런 부정론은 경제성과 연관돼 있다. '갤럭시 시리즈'가 제아무리 빼어난 실적을 기록하더라도 그 몫을 오롯이 삼성전자가 가져가는 게 아니다. 구글에 지속적으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자체 OS를 보유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2021년 타이젠이란 독자 OS를 론칭한 삼성전자는 2015년 1월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폰 '삼성 Z1'을 인도에서 출시했다.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남아시아 3개국에서 총 100만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물론 기대를 충족하진 못했다.

삼성전자는 타이젠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해 2017년까지 '삼성 Z' 시리즈를 생산했지만 안드로이드와 iOS의 벽을 넘지 못했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2017년 당시 스마트폰 OS 시장은 안드로이드(85.9%)와 iOS(14.0%)가 99.9%를 차지했다. 타이젠 OS의 시장점유율은 0.02%에 불과했다.

결국 2018년 9월 삼성전자는 타이젠 OS의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2021년엔 타이젠 전용 앱마켓 '타이젠 스토어'도 폐쇄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스마트TV·스마트워치 등 사물인터넷(IoT)에만 타이젠 OS를 탑재하고 있다.

지난 12일 '프로젝트 무한'이 공개됐다. 사진은 최원준 부사장과 사미르 사맛 구글 안드로이드 사장.[사진 | 삼성전자 제공]

이쯤 되면 삼성전자가 자체 OS를 포기한 게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공교롭게도 삼성전자가 타이젠의 개발을 중단한 때를 기점으로 애플의 iOS가 '안드로이드 독점 시대'를 흔들었다.

현재 스마트폰 OS 시장 점유율은 안드로이드 70.3%, iOS 29.0%다. 6년 전과 비교하면 안드로이드는 15.6%포인트 빠진 반면, iSO는 15%포인트 상승했다. 애플의 기술력과 뚝심이 안드로이드를 추격하는 발판을 만들어낸 셈이다.

VR교육업체 브이리스브이알 권종수 대표는 "삼성전자는 아직까진 OS를 보유한 진영(구글)과 힘을 합쳐 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며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OS와 플랫폼을 운영하는 역할에 참여하는 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에 이어 XR 기기에서도 OS를 탑재한 삼성전자의 선택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경쟁업체 애플처럼 독자 OS를 구축하는 건 무모한 도전일까.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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