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동 안 한 낙수효과···‘감세’ 철회 넘어 증세로[길 잃은 한국경제③]
윤석열 정부가 2년 반 동안 추진해온 감세 정책의 낙수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성장세는 둔화되고 세수 부족에 양극화 심화까지 부정적 효과만 도드라졌다. 감세 정책은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일단 제동이 걸렸지만 숙제는 남아있다.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데 고령화로 재정 부담은 커지고 있다. 복합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부자 감세 반대’에서 더 나아가 증세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로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감세 정책은 일단 올스톱됐다. 상속세율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이 무산됐다. 대통령실이 추진하던 상속세 유산취득세 개편과 종합부동산세 폐지 방침도 동력을 잃었다.
다만 이미 진행된 감세 정책은 되돌리기 어려워졌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 해부터 법인세·종합부동산세(종부세)·소득세 인하 등 공격적인 감세 정책을 추진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4%로 낮추고, 다주택자 종부세 부담을 덜어줬다.
그 결과 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22년 396조원이던 국세수입은 지난해 344조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2024년 10월 국세수입 현황 분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세수입이 당초 계획한 367조원보다 적은 332조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세수결손 규모가 정부가 지난 9월 재추계한 30조원보다 더 많은 35조원에 달한다는 뜻이다.
정부가 기대한 경제활성화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회에서 ‘정부가 부자감세만 추진했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경제활성화와 경기 촉진을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수출 둔화·내수 부진·고환율 삼중고를 겪고 있다. 미래도 밝지 않다. 한국은행은 인구구조 변화로 잠재성장률이 내년 이후 1%대로, 15년 뒤엔 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감세 정책이 대기업·고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을 준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4년 세법개정안 분석’ 보고서에서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안이 서민·중산층보다 고소득자에게 13배 넘는 감세 혜택을 부여한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추진한 상속세·가업상속공제 완화는 부의 세습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제는 차기 정부가 기조를 바꿀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감세 포퓰리즘’ 경쟁을 해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7월 ‘1가구1주택자 종부세·금융투자소득세 완화’를 주장했다. 정부·여당의 세법 개정안 중 금투세 폐지 및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은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증세 논의도 흐지부지돼왔다. 이 대표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전 국민에게 연간 100만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토보유세·탄소세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가 “국민이 반대하면 하지 않는다”고 물러섰다. 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탄소세 단계적 추진’을 다시 약속했지만, 총선 이후 관련 논의는 자취를 감췄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증세는 불가피하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은 2045년에 고령 인구 비율이 37.3%를 기록해 일본을 추월해 세계 1위 고령 국가가 된다. 한국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2022년 기준 39.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4.8%)보다 약 2.7배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한국 정부에 고령화 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증세를 권고했다. 게다가 정부는 최근 경기 부진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등 확장 재정 정책을 요구받고 있다. 세원 확충 없는 확장 재정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엔 경제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추경을 한 번만 하고 끝낼 게 아니다”라며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펴려면 증세를 해야 한다. 한국도 이제 부유세를 거둘 때가 됐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030800031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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