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넘긴 ‘내란 수사’, 어디로 가고 있나?···최종 목적지는 모두 ‘윤’ 정조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수사가 2주를 넘겼다. 초반부터 수사주도권 등을 놓고 혼선을 빚으며 경쟁한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초반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군 지휘부 신병 확보에 나섰던 검찰은 이제 계엄 당일 체포조 활동 및 동원 의혹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행법상 수사권을 갖고서도 영장 문제 등으로 검찰에 상대적으로 밀렸던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자필 수첩을 확보하며 비선조직을 파헤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수처는 검·경으로부터 ‘윤석열 수사’를 이첩받아 수사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내란죄가 조직범죄란 점에서 검·경이 진술과 증거를 확보해 전체적인 범죄 윤곽을 그리면, 공수처가 맡은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수괴’ 혐의 입증으로 세 수사기관의 결과가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2주 넘게 계속되고 있는 12·3 비상계엄 내란 수사는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 세 수사기관이 유례없이 ‘피의자 윤석열’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초반부터 김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수사의 교두보를 먼저 점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에 이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등 핵심 군 지휘관들의 신병을 차례로 확보했다. 이후 내란 모의 단계에서 실행 과정(내란중요임무수행) 혐의 입증에 주력하면서 수사를 경찰 수뇌부로 맞추고 있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청장을 구속 송치받아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 수사는 주로 군·경 수뇌부를 대상으로 ‘그 날’의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집중돼왔다. 각 수뇌부 관계자들이 윤 대통령 등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고 어떻게 계엄을 수행했는지를 역추적하는 식이다. 최근 수사에서는 군·경이 어떤 경위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경 병력을 투입했고 주요 정치권 인사에 대한 ‘체포조’를 어떻게 계획·운영했는지 등을 파헤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사 칼날을 경찰에게 벼리면서 검·경 간 긴장감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검찰은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계엄 선포 전후 정치인 체포 등에 협력했을 수 있다고 보고 국수본과 국수본 간부들을 압수수색했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매우 유감”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검찰은 관련 의혹을 빠짐없이 수사한다는 입장을 냈다. 검찰은 계엄의 절차적 위법 사실을 밝히기위해 최근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경찰은 ‘내란을 계획했던 비선조직’ 부분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물증과 진술을 확보하고 있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앞서 계엄의 ‘비선 설계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자필 수첩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수첩에는 국회와 중앙선관위 군 배치 등 장악 계획 등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번 수사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특수임무대(HID)와 예비역 휴민트(정보원) 등이 포함된 2개 팀을 지난 1일 이른바 패스트푸드점 회동에서 조직하려고 모의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장갑차와 전차 등을 운용하는 육군 2기갑여단 구삼회 여단장은 계엄 선포 직전인 지난 3일 밤 경기 성남시 판교 정보사 100여단 사무실에서 노 전 사령관 지시로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노씨가 특수요원과 탱크부대까지 내란을 위해 동원하려 했다는 혐의다.
이 밖에 검·경은 계엄 선포 절차가 적법했는지도 각각 들여다보고 있다. 전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상우 국토부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검찰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등도 소환 조사했다. 경찰은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의 회의록이 없었다고 확인했다.
검·경으로부터 ‘윤 대통령 사건’ 부분을 이첩받은 공수처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장 이대환 수사3부장검사)는 윤 대통령 직접 소환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6일 공조수사본부 명의로 윤 대통령에게 1차 출석 요구를 통보한 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2차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출석일은 공휴일인 오는 25일로 지정했다.
각각 100명과 120명 규모로 수사단을 꾸린 검·경에 비해 40명가량의 인원으로 수사해야 하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혐의 입증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수처는 최근엔 문상호 국군 정보사령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문 사령관은 내란을 모의한 패스트푸드점 회동 4인방 중 한 명으로, 계엄 당일 국회의원 체포조로 북파 공작 임무를 수행하는 정보사 특수임무대(HID)를 투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세 수사기관의 수사는 각각 내란의 실행과 계획 등에 맞춰져 왔지만 향후 수사는 결국 윤 대통령으로 집중될 전망이다. 정점은 윤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인 만큼 계속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 등 강제수사의 시점과 방법이 수사의 최종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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