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반성문 한 장 없이 '남 탓'…'비대위'도 도로 '친윤'
당 내 여론 '사분오열'…'친윤 중진 투톱제'로 가닥
당 주류 친윤, "尹 복귀 가능성"…'탄핵심판 지연' 버티기
국민 52.6% "국힘, 여당 아냐…민주당이 대체해야 59.4%"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탄핵을 맞은 국민의힘이 민심 수습보단 '내부 결속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당의 위기를 관리해야 할 비상대책위원장 후보군에는 개혁 성향보다는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이 다수 거론되고, 권성동 권한대행 등 당 주류가 된 강경파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조기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바닥을 치는 지지율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비대위원장 '주호영·권영세·나경원' 거론
여당 의원들은 최근 매일 선수별 간담회를 개최하며 차기 비대위원장 인선을 논의하고 있다. 하루 2~3시간씩 논의가 길어지지만 뾰족한 대안은 나오지는 않고 있다. 이렇다보니 다시 등장하는 게 주호영·권영세·나경원 의원과 같은 원내 중진의 이름이다. 특히 이들의 이름은 개혁 성향 의원 수가 드문 다선 의원들로부터 더 많이 거론되고 있다. 박대출 의원은 20일 4선 의원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경험 많은 원내인사가 투톱 체제로 당을 이끌어갔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김석기 의원도 같은날 3선 의원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원외보단 원내 인사 중 비대위원장을 정하는 게 맞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두 명 정도 의견이 모아졌다"고 논의 내용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권영세 혹은 나경원 의원인가'라는 질문을 받고는 "허허" 웃으며 긍정도 부정도 없이 자리를 떴다.
친한계·탄핵파, 간담회 불참
초·재선 의원은 개혁 성향 의원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아, 중진들에 비해 다양한 의견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위원장 인선 최종 결정 주체가 '친윤' 권 권한대행이고, 탄핵 가결 직후 당내에서 초·재선이 주를 이뤘던 '탄핵 찬성파'의 목소리가 작아지면서 일부 의원의 '소신'은 그저 소수 의견에 그치는 모습인다. 실제 친한(친한동훈)계·탄핵 찬성파 초선 의원 다수가 19일 열린 간담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탄핵에 찬성한 김재섭 의원이 차기 비대위원장에 거론된다는 설도 돌았으나 금세 수그러들었다.
이렇듯 탄핵 반대파가 세를 얻으면서, 지도부와 중진 그룹으로부턴 국민적 시선에서 이해가 어려운 발언들도 쏟아지고 있다. 권 권한대행은 지난 17일 "윤 대통령은 사고 상태다. 탄핵 심판 여하에 따라 직 복귀 여지가 있는 것"이라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공석인 헌법재판관 임명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원내대표 "한덕수, 헌법재판관 임명 안 돼"
그는 20일에도 "헌법재판관 등 헌법기관 구성원 임명은 '행정수반'이 아닌 '국가원수'의 권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사고인 상황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행 '헌법재판소 6인 체제'에서 윤 대통령 파면을 위해선 재판관 6인 모두의 인용 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란 분석이다.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도 지난 3일 계엄 선포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9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현안질의 도중 "민주당 의원들은 어떻게 일찍 들어왔는지 몰라도 우리(국민의힘)는 부랴부랴 경내로 들어오려 했을 때 이미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국회가 모두 포위됐다"라면서 "일부 의원들은 국회 경내로 들어가려다가 민주당 지지자로부터 심한 말을 듣고 당사로 복귀해 해제요구를 했다"라고 했다.
'비상계엄 해제 불참' 두고 '민주당·경찰 탓'
그러나 나 의원의 주장과는 달리, 여당 의원들이 국회 경내에 진입하지 못한 것은 당시 국회 주변에서 계엄 관련 사무를 수행 중인 경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국민의힘 의원 단체 텔레그램방을 보면, 김희정 의원은 3일 23시 57분 "국회 차 들어오는 문 신분증 확인 후 들어왔다"고 했고, 서명옥 의원은 4일 0시 3분 "담벼락 곳곳에 경찰이 배치돼 담을 못 넘는다"고 했다. 김소희 의원도 0시 4분 "경찰들 있어서 담을 못 넘어간다"고 썼다. 김장겸 의원만 0시 15분 "못 들어가고 민주당 지지자에게 봉변당했다"고 했다.
이같은 당 주류의 모습에 민심은 빠르게 돌아서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을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 기간 동안 집권 여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응답률은 52.6%로 집계됐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여당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지에 대해선 응답자 59.4%가 '대체할 수 있다'고 답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응답률 5.7%, 무선 97%·유선 3% 자동응답방식 시행,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 내 주류들, '집토끼 잡기' 치중
결국 국민의힘이 대선을 앞두고 아예 '집토끼 잡기' 전략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 여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2017년 새누리당이 탄핵 찬반을 두고 분당됐고, 이후 고정 보수 지지층이 당에 등을 돌려 전국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다선 의원들의 강경 발언은 이러한 기억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는 장기적으로 국민의힘의 '영남정당화' 고립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는 통화에서 "당이 성공하려면 당연히 전국정당으로 가야한다"라며 "지금 당 전면에 나서서 말하는 사람들 중 국민 여론에 반응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TK 여론도 좋지 않은 게 당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결국 당 주류의 탄핵 반대 논리가 '이재명 트라우마'인데, 국민들이 봤을 때 이게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이유가 될 수 있겠느냐"며 "(현 지도부는) 친윤도 아니고 그냥 친기득권인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여당이) 온갖 탄핵 반대 명분 찾기에 집중하는 것 같다"며 "여론이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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