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①] 석탄발전 막 내린 영국‥"어떻게 가능했나" 가봤더니
영국은 '산업혁명'이 시작된 나라입니다. 석탄이라는 에너지원을 활용해 산업을 부흥시켰고, 이어 세계 패권을 거머쥐었습니다. 1882년 세계 최초의 석탄 화력발전소 '홀본 바이아덕트' 발전소가 설립된 곳도 다름 아닌 영국 런던입니다.
142년의 석탄 발전 역사가 막을 내린 겁니다. 마이클 생크스 영국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 부장관은 "한 시대의 종말"이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렇게 영국은 주요 7개국, G7 중 석탄 발전을 중단하는 첫 국가가 됐습니다.
대기가 정체되는 겨울이면 석탄 화력발전소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우리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예정된 수순'이나 다름없습니다. 1990년 영국 전기 공급량의 80%를 차지하던 석탄화력은 지난해 1%대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빈자리는 재생에너지들이 메웠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영국의 전체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절반에 달할 정도입니다.
영국 스코틀랜드 북동부 지역에는 국가전력망에 연결된 단지 중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단지가 있습니다. '킨카딘' 단지. 이곳에서 나오는 전력은 일반 가정으로 공급이 되는데, 매일 5만 5천 가구가 사용 가능한 전력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연간 9만 4천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있습니다.
Q. 부유식 해상풍력이란? 부유식 해상풍력은 고정식과 달리 바다 위에 떠서 풍력 발전기를 돌리는 형태입니다. 고정식과 비교해 깊은 바다, 심해에도 설치될 수 있어 더 강력하고 안정적인 풍력 자원을 활용해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르우벤 에이켄/스코틀랜드 국제개발청 총괄이사] "기존의 석유 산업에서 가지고 있던 역량들을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를 통해서 재생에너지, 특히 부유식 해상풍력 분야에 저희가 잘 적용을 할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굉장히 크고 복잡한 하부 구조물 등 심해에 설치되는 것들이 기존 석유 가스 산업 기술들인데, 이런 기술들이 특히 부유식 해상풍력 산업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앞으로 이것이 전 세계 흐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코틀랜드뿐만이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찬반으로 나뉘는 주제가 아닙니다. 영국 정부는 2008년 '기후변화법'을 만들어, 탄소 감축을 법으로 의무화시켰습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100% 감축'이라는 넷제로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겁니다. 해당 법은 당시 찬성 460표, 반대 단 3표로 하원을 통과해 심의 과정을 거쳐 여왕 재가까지 얻었습니다.
기후변화법에 따라 영국 정부는 탄소예산에 대한 계획을 정기적으로 수립하고 있습니다. 탄소예산은 계획 실행 12년 전에 결정됩니다. 정부와 기업에 충분히 대응할 시간을 주어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또 독립적인 정부 자문 조직 '기후변화위원회'도 출범시켰습니다. 정부가 계획을 얼마나 잘 이행하는지를 모니터링하고,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정당 간 이견으로부터 중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안전장치 역할도 합니다. 긴 호흡의 구속력 있는 정부 지원이 재생에너지 육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겁니다.
[맷 웹/기후변화 싱크탱크 'E3G' 책임자] "정부의 정당과 상관없이 기후변화법이라는 법적인 제도를 통해서 일관적인 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또 국민들은 '정부가 이것을 반드시 달성할 것이다'라는 신뢰를 가지고 진행을 할 수 있게 된 것이고요. 어떤 정당이 정권을 잡든지 간에 이 법을 폐지할 수 없습니다."
[토니 퀸/OREC 기술개발 디렉터] "영국 정부가 하는 역할은 탈탄소화 과정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저희가 진행할 프로젝트에 대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저희는 검증 과정을 통해서 해상풍력 발전 분야의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고요. 물론 그 과정에서는 해상풍력 터빈이 규모가 더 커지면서 기술 발전과 함께 비용이 더 하락하게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김세영 기자(threezero@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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