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선택 예고 후 떠난 절친...30대 남성, 영혼 치료 위해 베트남에서 한 일은 [푸디人]
이런 베트남에 한국인이라면 ‘안 가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소문난 피자맛집이 있습니다. 바로 “피자포피스(Pizza 4P’s)”입니다.
저도 이달 초에 베트남 다낭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Pizza 4P’s”를 일정에서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횟수로만 벌써 4번째이네요. 한국에도 맛있는 화덕피자 집이 많지만 “Pizza 4P’s”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실내 인테리어와 신선한 치즈가 매력을 끄는 곳입니다. 엄격히 따지면 피자 도우는 한국에 있는 피자집들보다는 못한 감이 있고 화덕은 장작이 아닌 가스를 이용해 감점 요인이긴 하지만요.
아무튼 이번에 “Pizza 4P’s”를 푸디인으로 선택한 것은 “도대체 베트남 피자 수준이 어떻게 한국보다 최소한 같거나 더 높을 수 있지?”라는 호기심에서 비롯됐습니다. 어느 관광 안내서에는 “Pizza 4P’s”를 일본인 4명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는 설명도 있었는데 알고보니 이는 사실이 아니었네요. “Pizza 4P’s”를 파보니 아주 기묘한 사연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마스코 대표가 호주에서 대학을 다니던 약 25년 전, 그의 가장 친한 친구는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나 학교에서 조정 클럽의 주장을 맡을 만큼 성실했습니다. 친구가 만든 영화 중 하나는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죠. 재능이 뛰어났고 항상 많은 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고 마스코 대표는 회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는 마스코 대표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그 친구가 남긴 말은 “나는 죽을 준비가 되었어. 잘 있으렴” 뿐이었죠.
마스코 대표는 즉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락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에 더욱 충격을 받았죠.
“나는 행복할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나도 내 가장 친한 친구만큼 불행할 수 있을까? 그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나도 언젠가 그 사람처럼 느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친구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우울감만 나날이 커졌습니다. 깊어지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인도 깊은 산속에 있는 시설에서 명상하기도 했고 환각제와 항정신성 약물을 복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방황하던 찰나, 한 친구가 마스코 대표에게 장작불을 이용한 피자 오븐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2005년 쯤 이었어요. 피자 오븐을 만드는 데 6개월이 걸렸던 거 같아요. 처음에는 친구들이 모여 피자 오븐을 만들고 피자 만들기를 즐길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피자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다양한 형태와 스타일로 진화해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요리 중 하나가 되었죠. 저와 친구들은 모두 행복을 가져다주는 힘을 담고 있는 이 단순하면서도 유연한 요리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는 당시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작은 계기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삶의 목적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는 그에게 누군가를 기쁘게 하고, 응원하고, 작은 행복이라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이 자신에게 큰 가치라는 점을 깨달았죠.
결국 그는 2010년쯤, 자신의 영혼을 쉬게 하는 데 도움을 준 피자 사업에 뛰어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아내 타카스기와 함께 2011년 베트남 호치민시에 “Pizza 4P’s”를 처음 열었습니다.
“Pizza 4P’s의 피자는 미소를 자아냅니다. 이러한 미소는 우리에게 오래 지속되는 행복과 자연스러운 내면의 평화를 맛보는 계기가 되죠. 피자는 영혼을 채우는 가벼운 마음의 충만함으로 가는 관문입니다.”
또한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Oneness’를 강조합니다.
“지구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는 은혜를 받고 살아 있습니다. 그 연결과 은혜를 깨달았을 때, 감사의 마음이 솟아나게 되는데 “Pizza 4P’s”의 사상이죠”
베트남을 택한 것도 운명이 작용했습니다.
마스코 대표는 일본의 저명한 IT 회사인 사이버에이전트(CyberAgen)에서 벤처 캐피털 업무를 맡아왔는데 2008년부터는 베트남 투자 사업의 책임자로 일했습니다. 본국인 일본에서도 요식업을 운영하지 않던 아마추어가 베트남에 덜컥 피자집을 열 수 있었던 배경이죠. 사이버에이전트에서 광고 대리점 사업과 미디어 광고 기획을 하고 있던 그녀의 아내도 천군만마나 다름없었습니다.
“일본 시장은 너무 경쟁적이었고, 베트남이라는 나라가 가진 기세가 눈에 띄었습니다. 무엇보다 베트남 사람들의 따뜻한 관계에 매료되었죠”
또한 농가와 함께 유기농 방식으로 각종 채소를 재배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이 확산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피자 위에 토핑으로 올라온 시금치와 루콜라의 향과 맛에서 그러한 노력을 느끼기에 충분할 정도죠.
이런 노력으로 베트남에서만 34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2021년에는 캄보디아, 2023년에는 인도와 일본에 진출했습니다. 최근에는 마스코 대표가 ‘매력적인 피자 잠재 시장’으로 평가하는 인도네시아에서도 매장을 열었죠. 그렇게 매장 수만 39개에 달할 정도로 놀라운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베트남 정부의 엄격한 감염 예방 조치는 대부분의 식당이 장기간 폐쇄될 수밖에 없었고 “Pizza 4P’s”도 예외는 아니었죠. 한 때 6억 엔(약 56억원) 상당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도 했습니다.
공동창업자인 다카스기는 “그때 마스코는 나와 함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도 다시 전 세계 관광객이 베트남을 찾게 되면서 올해 부채를 전액 상환할 수 있었고 처음으로 총매출이 100억엔(약 936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의 이상적인 사업은 다양한 기술을 가진 농부, 예술가, 공예가들과 협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평화, 환경과의 조화가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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