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인사이트] 경기도 ‘외국인 간병인’ 추진… “서울 필리핀 가사도우미와 다른 방식으로”
경기도의회가 ‘외국인 간병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간병인에게 한국어를 교육한 뒤 병원과 요양원에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시가 도입한 ‘필리핀 가사관리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게 경기도의회 입장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낮은 처우, 무단 이탈 등이 논란이 됐다.
◇韓, 2042년 간병인 최대 155만명 부족… 경기도 ‘외국인 간병인’ 추진
한국은 2025년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20%)에 진입한다. 노인은 계속 늘고 젊은이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간병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된지 오래다. 한국은행이 올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간병인 등 돌봄 서비스직 노동 인력은 이미 2022년에 19만명 부족했다. 2042년에는 61만~155만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김동규 경기도의원은 지난달 말 ‘외국인 간병인 제도의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경기도가 다른 국가·기관과 협력해 외국인 간병인을 모집하고 현장에 배치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내년 2~3월쯤 조례안을 도의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목표다. 김 의원은 “이제는 국가와 지자체에서 책임지고 간병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했다.
◇숙박·교통비 부담 없앨 방침… 서울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반면교사
경기도의회는 외국인 간병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할 방침이다. 내년 최저임금(시간당 1만30원)을 적용하면 이들은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할 경우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 209만원을 받는다.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으면 외국인 간병인이 돈을 더 주는 다른 일자리로 이탈해 불법 체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시가 도입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가운데 2명이 무단 이탈하면서 낮은 처우 문제가 불거졌다. 이들은 주 30~40시간 일하며 월 154만~206만원을 받을 것을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숙박비와 출퇴근하는 교통비 등을 제외하고 100만~150만원만 받는다고 한다. 무단 이탈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은 부산에서 붙잡혀 지난 10월 강제 출국당했다.
경기도의회는 외국인 간병인이 요양원 등에서 생활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요양원은 이미 식당과 숙박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도의회 관계자는 “외국인 간병인에게 정주(定住)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중국 동포 外 다양한 국가에서 간병인 도입 검토
경기도의회는 동남아 등 최대한 많은 국가에서 외국인 간병인을 모집할 계획이다. 현재 외국인은 재외동포(F-4)와 방문 취업(H-2) 비자를 가진 경우에만 간병인으로 일할 수 있다. 두 비자 모두 재외동포 자격을 가진 이들에게만 발급된다. 그래서 국내 간병인 대부분이 중국 동포다.
경기도의회는 외국인 간병인을 2년간 체류할 수 있는 단기 연수(D-4-6) 비자 등으로 입국시킨 뒤 교육·훈련을 거쳐 특정 활동(E-7) 비자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외국인 간병인은 E-7 비자로 5년간 체류하는 등 조건을 만족하면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필리핀 가사관리사처럼 고용허가제(E-9)로 외국인 간병인을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이 취업 가능한 업종은 제조·건설·농축산·일부 서비스업 등으로 제한됐다.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해당 업종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한시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 외국인력정책위원회 허가를 받았다. 고용부는 시범 사업이 끝난 뒤 고용허가제 취업 가능 업종에 가사 관련 업종을 추가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마찬가지로 경기도에서 외국인 간병인을 고용허가제로 도입하려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日·호주, 외국인 간병인에게 문 열어줘
다른 나라들도 외국인 간병인을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일본은 2008년부터 경제연계협정(EPA)을 통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외국인이 개호(介護·간병) 시설에서 교육받고 일하며 개호 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일본에서 2년 이상 교육을 받은 뒤 시험을 봐서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가능하다.
호주는 ‘노인 돌봄 산업 협정’으로 노인을 돌보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한다. 외국인은 임시 비자를 취득한 뒤 2년 이내에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데, 영어 능력 기준을 낮춰 보다 쉽게 영주권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대만은 외국인 간병인이 최대 14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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