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제야...법원, 16개월 만에 KBS이사장 해임 사유 "모두 부당"
1심 판결문 'KBS 경영평가 부당 개입' '이사회 편파 운영' 등 "해임 사유 될 수 없다"
KBS 내부 "남영진 전 이사장의 해임 이후 1년, KBS는 많은 것을 잃었다" 개탄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남영진 전 KBS이사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소송 결과는 원고 승소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23년 8월14일 해임 건의를 의결하고 윤 대통령이 재가한 이후 약 1년4개월 만의 결과다. KBS 내부에선 이번 판결에 환영하면서도 “지연된 정의”라며 착잡한 반응이 나온다. MBC는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같은 해 8월 해임됐으나 법원이 그해 9월 집행정지신청을 인용하며 이사회 구도가 여권으로 바뀌지 않았다. 이후 MBC는 신뢰도영향력이 상승했다. 반면 KBS는 '땡윤방송' 비판 속에 각종 지표에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앞서 방통위가 밝힌 남영진 전 이사장의 해임 사유는 △KBS 고액연봉 상위직급 방치에 대한 관리감독 해태 △KBS 임금인상 및 과도한 복리후생 제도 운영 등에 대한 관리감독 해태 △KBS 적자 전환에 따른 제작비 축소 등 공적 책임에 대한 관리감독 해태 △윤석년 KBS이사의 해임안 부결로 인한 이사회의 공적 신뢰 저해 △KBS 경영평가에 대한 부당 개입으로 인한 이사회의 편파적 운영 △업무추진비 등 공금 사적 용도 집행금지 의무 위반 등이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이 같은 해임사유가 모두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위직급의 정원 축소와 관련한 문제는 원고가 취임하기 훨씬 이전부터 감사원에서 지적받아 온 것이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사의 취업규칙 변경 등 노동법적 쟁점이 먼저 해결되어야 하므로 피고(윤석열)의 주장처럼 원고(남영진)가 이사회를 통해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이사로서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임금인상은 피고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노사 합의의 결과이고, 임금인상이나 복리후생 제도가 무엇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과도한 것인지 알 수 없으므로, 원고가 취해야 하는 조치가 어떤 것인지도 평가할 수 없다”며 역시 해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해임 사유도 엉터리였다. 재판부는 “(피고는) KBS가 2022년 11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발생시키는 등 경영이 악화되었는데, 경영악화의 가장 주된 원인이었던 인건비를 감축하는 대신 제작비를 감축하고 자구 노력 없이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며 실효성 없는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제출했음에도 원고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나, KBS의 경영 성과는 원칙적으로 KBS사장의 책임(방송법 제51조)이므로, 경영 성과에 대한 책임이 곧바로 원고의 해임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윤석년 이사 해임 건의 안건은 이사들의 심사를 거쳐 과반수의 반대로 부결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사회의 의결 결과가 법령 및 정관에 위배되었다고 볼 수 없고, 회의 진행과 관련하여 원고가 편파적으로 이사회를 운영하였다고 볼 사정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업무추진비 등 공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으며 “원고에 대해 법인카드 부정 사용의 의혹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KBS이사에게 요구되는 도덕성과 청렴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2023년 5월 '2022년도 KBS경영평가 보고서' 중 시민단체(공정언론국민연대, 20대 대선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 2022대선미디어감시연대) 모니터링 결과를 인용한 부분이 KBS 경영평가지침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심의의결하고, 경영평가단이 같은 달 이사회에 제출한 경영평가 보고서 중 위 시민단체들의 모니터링 결과를 인용한 7곳을 삭제하기로 의결한 사실도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사회 의결은 경영평가 보고서를 경영평가 지침에 맞게 수정하는 것으로서 경영평가 내용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심 판결 이후 낸 성명에서 “법원이 남 전 이사장의 해임에 대해 서둘러 집행정지를 인용했다면 공영방송 KBS가 처한 현실은 많이 달라져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결과를 “지연된 정의”라고 평가했다. KBS본부노조는 “남영진 이사장 해임 이후 빈자리를 채운 서기석 이사장은 김의철 전 사장 해임을 주도하고, 이사회가 의결한 사장 선임 절차까지 무시하며 낙하산 박민 사장 선임을 밀어붙였다. (이사회는) 낙하산 박민이 KBS를 망치는 데 힘을 보탰고 내란수괴가 낙점한 파우치 박장범의 사장 선임에도 앞장섰다”고 개탄했다.
KBS본부노조는 “남 전 이사장의 해임 이후 1년, KBS는 많은 것을 잃었으며, 신뢰 상실이라는 복구하기 힘든 피해를 여전히 입고 있다. 때문에 이번 판결은 단순히 남영진 전 이사장의 해임 취소 정도의 의미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내란수괴 윤석열 정권이 자행한 방송장악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내고, 이에 관여한 방통위와 공영방송 내외부의 방송장악 조력자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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