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엔 컷 탈락도 많았는데···셰플러는 어떻게 우즈도 칭찬하는 ‘세계 최강’이 됐을까
“이제 막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한 듯하다. 전성기의 서막인 것 같다.”
메이저 챔피언들의 가족 대항 골프 이벤트인 PNC 챔피언십에 출전한 전 세계랭킹 1위 타이거 우즈(미국)가 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에 대해 내린 평가다.
지금 남자 골프 무대는 말 그대로 ‘셰플러 천하’다. 올해 19개 대회에 출전해 무려 7승을 거뒀다. 컷 탈락 한 번 없었고 ‘톱10’ 횟수도 16회로 누구보다 많았다. 평균타수 1위(68.645타)에 올랐고 상금왕도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무려 2922만 달러를 획득했다. 여기에는 플레이오프 페덱스 컵 최종 우승으로 받은 2500만 달러와 정규시즌 페덱스 컵 랭킹 1위 상금 800만 달러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는 올해 상금으로만 PGA 투어 사상 역대 최다인 6230만 달러를 벌었다.
셰플러는 3년 전만해도 그렇게 주목 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2019년에 본격적으로 PGA 무대에 나선 셰플러에게 우승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2019~2020 시즌 우승 없이 ‘톱10’에 7번 올랐지만 컷 오프도 다섯 번이나 됐다. 2020~2021 시즌에도 우승 없이 톱10 8차례에 다섯 번 컷오프로 비슷했다.
그의 첫 우승은 2022년 2월에야 찾아왔다. 하지만 그해 피닉스 오픈에서 첫 승을 거두더니 4월 마스터스까지 6개 대회에서 무려 4승을 거두면서 월드 스타 탄생을 알렸다. 당시만 해도 갑자기 하늘에서 별이 ‘뚝’ 떨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지난 해 2승을 거두며 조금 주춤했지만 올해 우즈의 말대로 제대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셰플러는 어린 시절 US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를 정도로 두각을 보였던 선수다. 하지만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갑작스럽게 160㎝이던 키가 190㎝로 자라는 급격한 신체의 변화를 겪으면서 허리 부상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셰플러는 두 발을 모두 움직이는 독특한 스윙을 갖게 됐다. 비거리는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지만 대신 샷의 정확도를 잃을 수 있는 그런 스윙이다.
3년 전만해도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셰플러는 도대체 어떻게 세계 최강의 선수가 될 수 있었을까. 그의 기술적인 통계 변화를 보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드라이브 거리 변화는 아주 크지 않다. 2019~2020시즌 308.9야드(16위), 2020~2021시즌 305.0야드(36위), 2021~2022시즌 311.6야드(19위), 2022~2023시즌 310.3야드(31위) 그리고 올해 303.8야드(64위)를 쳤다. 순위 변동은 있었지만 거리는 늘 300야드를 넘겼다. 거리에 비해 티샷 정확도 변화는 큰 편이다. 2019~2020시즌 61.24%(84위), 2020~2021시즌 63.49%(65위), 2021~2022시즌 59.97%(100위), 2022~2023시즌 62.09%(64위)로 굴곡을 보이다가 올해 다시 66.90%(23위)로 무척 좋아졌다. 티샷 거리가 조금 준 대신 정확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성적도 덩달아 좋아진 것이다.
그린적중률과 스크램블링(그린을 놓쳤을 때 파 이상을 기록하는 확률)은 가장 눈에 띄게 변화한 부문이다.
일단 그린적중률은 2019~2020시즌 69.04%(43위), 2020~2021시즌 68.08%(45위)로 평범하다가 2021~2022시즌 72.29%(1위), 2022~2023시즌 74.43%(1위) 그리고 올해도 73.16%(3위)로 몰라보게 높아졌다.
스크램블링 역시 2019~2020시즌 60.61%(58위), 2020~2021시즌 58.79%(106위), 2021~2022시즌에도 59.90%(85위)에 머물렀다가 2022~2023시즌 64.94%(10위) 그리고 올해도 66.18%(5위)로 눈부신 발전을 했다.
평균 퍼팅 역시 올해 몰라보게 좋아졌는데, 2019~2020시즌 1.737개(36위), 2020~2021시즌 1.719개(10위), 2021~2022 시즌 1.720(4위), 2022~2023시즌 1.735개(38위)에서 올해 1.680개(1위)로 획기적인 변신을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뭔가 좋아지면 다른 뭔가 나빠지는 패턴을 보이다가 올해는 실수가 없어지면서 그 부족했던 2%를 꽉 채운 느낌이다. 우즈도 자신과 셰플러의 공통점으로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태식 기자 ot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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