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만찢남 “내 다음 목표는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 선정” [ESC]
편집자주
‘만찢남’ 조광효 셰프는 독학으로 요리 세계에 입문한 이입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출연해 이름을 세상에 알린 그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조리서와 요리 만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만의 독특한 요리 세계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그가 한달에 한번 자신의 청년 요리 인생과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 두가지씩을 박미향 기자의 손을 빌려 소개합니다.
실감이 안 납니다.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죠.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 출연이 이런 결과를 빚을 줄 몰랐어요. 길에서 저를 알아보시는 분도 많고, 응원해주신 분들과 사진도 자주 찍게 됐어요. 스마트폰의 찰칵 소리가 날 때마다 조금 부끄러워요. 식당 매출은 출연 이전에 견줘 3배 올랐고요, 협업 행사 요청도 많아요. 지난달 1일부터 사흘간 열린 ‘해남미남축제’에도 다녀왔어요. 올해 이 축제는 주제가 고구마인데, ‘흑백요리사’에 ‘키친 갱스터’란 이름으로 출연한 박지영 셰프와 고구마 요리로 대결을 펼쳤지요. 해남 고구마 맛이 잊히지 않아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10월에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척 맥주’ 팝업스토어에도 참여했어요. 대기업 케이터링 요청도 들어와 제 솜씨를 펼쳤지요. 방송, 유튜브 출연 요청도 쇄도해요. 10월 말 업로드된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 콘텐츠에도 등장합니다. 이 채널은 구독자가 60만명이 넘는, 최화정 배우가 자신의 일상을 소개하는 영상 콘텐츠 채널이죠. 10월26일 방송된 ‘가보자고(GO)’(MBN) 시즌3에도 출연했는데요, 안정환 사회자가 제가 만든 동파육을 맛보고 “이연복 셰프님보다 더 나은데”라고 해서 당황했어요. 이연복 셰프님은 제가 존경하는 요리사이거든요. 셰프님이 운영하는 유튜브 ‘이연복의 복주머니’에서 출연 요청이 왔을 때 정말 기뻤어요. 구독자 수가 84.9만명(12월12일 기준)이나 되는 채널이죠. 만화 ‘철냄비 짱’에 나오는 춘권에서 영감을 얻어 ‘페타치즈 게살춘권’을 만들었습니다.
‘철냄비 짱’은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일본 ‘주간 소년 챔피언’에 연재된 요리 판타지 만화예요. 전문 요리연구가가 결합해 요리 콘텐츠 질이 높은 만화죠. 주인공이 요리 대결을 통해 실력을 키우는 내용입니다. 이날 셰프님은 감사하게도 제 칼질을 수정해주셨어요. 그동안 제가 한 칼질로는 오랫동안 요리를 할 수 없겠더라고요. 손목 통증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방법이었죠. 이날 제 닉네임 ‘만찢남’의 의미도 확실히 밝혔어요. ‘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가 아니고, ‘만화책을 찢어서 요리하는 남자’가 맞습니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매우 기뻐하셔서 행복합니다. 어머니는 남대문시장에서 장사를 오랫동안 하시며 저와 누나를 홀로 키우셨지요. 가세가 기울어 기초생활수급자 생활을 한 적도 있어요. 태어나 36년 사는 동안 지금 가장 큰 효도를 하는 것 같아 기쁩니다. 아내는 농담 삼아 “장기 투자한 보람이 있다”고 하죠. 하늘이 제게 보낸 선물 같은 사람입니다. 아내 얘기는 다음에 할게요.
유명해져서 마치 연예인처럼 어깨에 힘 들어갈까 걱정하시는 분도 있는데요, 사실 제 하루는 달라진 게 없어요. 그래서 전 바뀐 게 없죠. ‘조광효’는 ‘조광효’인 거죠. 아침 7시에 일어나 6살배기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매장 와서 식재료 밑작업을 해요. 인터뷰나 방송 출연 등 외부 일정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다 끝냅니다. 밥을 간단히 먹고 한 30분쯤 쪽잠을 자요. 그런 다음 다시 일을 시작합니다. ‘조광201’은 본래 2019년 술집을 하려고 연 가게라서 점심 장사는 안 해요. 한창 바쁠 때는 하루 2~3시간만 잔 적도 많아요. 저녁에 일 마치고 집에 들어갈 때 순댓국으로 허기를 채울 때도 잦죠. 제 목표에, 제 꿈에 조금은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힘들지 않아요.
제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하시죠? ‘미쉐린 가이드’의 ‘빕 구르망’(가성비 좋은 식당) 목록에 ‘조광201’이 오르는 겁니다. ‘흑백요리사’ 출연도 이 목표 때문에 한 겁니다. 다들 유명해져야 ‘미쉐린 가이드’에 오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섭외 연락이 와서 출연한 요리사가 아닙니다. 제가 지원했어요. 제 요리 철학과 솜씨,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쓴 지원서를 냈죠. 사실 ‘되면 좋고, 떨어져도 그만’이라는 생각이었어요. 덜컥 출연이 확정되자 겁이 났어요. 대결 상대들이 모두 유명하신 분들이었거든요. 지금도 기억이 또렷합니다. 첫 촬영을 위해서 파주에 있는 스튜디오로 향했던 그날을요. 차가 없는 저는 50㎏도 넘는 조리 장비와 재료들을 커다란 트렁크 몇개에 나눠 지하철을 몇번이나 갈아타며 갔어요.
최근엔 요리 말고 새 일도 구상 중입니다. 어릴 때부터 만화 그리는 일을 좋아했어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것도 그 영향이 컸죠. 친구와 함께 판타지 요리 웹툰을 그릴 계획입니다. 50회 정도로 생각해요. 올리는 채널도 여러곳 두들겨볼까 합니다. 재밌는 판타지 요리 웹툰이 될 거예요. 요리책은 제겐 스승이죠. 수많은 요리 만화와 요리책을 읽고 직접 해보면서 공부했어요. 요리학교에 다니는 일은 생각도 못 했어요. 돈도 없고, 업장을 운영하며 생계도 유지해야 했으니까요. 저는 아직도 종이책이 좋습니다. 책이 좋은지는 군대에서 처음 알았어요. 고등학교 선배가 군대에서 심심하다는 제게 독서를 권했어요. 한권씩 읽다 보니 너무 재밌고 좋은 거예요. 그래서 군대에서 책 100권을 읽고 100개 독후감을 쓰고 제대했어요. 언뜻 보면 30대 중반 어린 나이에 성공한 것 같지만, 실패도 많이 했어요. 제 이야기가 지금 창업 준비 중인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창업 과정도 다음에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이번에 제가 소개할 음식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좀 특이한 음식입니다. 만화책 ‘미스터 맛짱’과 ‘라멘 너무 좋아 코이즈미씨’에서 골랐어요. ‘미스터 맛짱 카레’와 ‘코이즈미 이탈리아풍 라면’입니다. 전자는 쌍화탕과 밀크캐러멜이 들어가 독특한 풍미를 풍기는 카레고요, 후자는 토마토주스만으로도 근사한 파스타 맛이 나는 라면입니다. 쌍화탕을 넣으면 약재 향이 거슬릴 것 같지만 끓이는 동안 그 향은 날아가고 독특한 단맛만 남아요.
미스터 맛짱 카레
재료: 카레 가루 100g, 쌍화탕 100㎖, 밀크캐러멜 2~3개, 닭고기 150g, 물 적당량
① 쌍화탕에 카레 가루를 넣어 푼 뒤 밀크캐러멜을 마저 넣어 녹인다. ② 팬에 닭고기를 노릇노릇하게 익힌다. ③ ②에 준비한 ①을 넣고 물 200㎖를 넣고 농도를 봐가며 젓는다. ④ 원하는 농도가 됐을 때 불을 끄고 밥에 부어 먹는다.
코이즈미 이탈리아풍 라면
재료: 라면 1봉지, 토마토주스 500㎖(시판 제품 주스나 직접 만든 주스 모두 가능),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 약간, 바질이나 페페론치노 약간
① 토마토주스에 라면 수프를 기호에 맞게 넣고 끓인다. ② 물이 끓으면 면을 넣고 3~4분간 더 끓인 다음 치즈와 바질을 올린다. 페페론치노는 ① 과정 중에 기호에 맞게 추가하면 된다.
정리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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