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합쳐도 17%…여권 주자들 몰락

손국희 2024. 12. 2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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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씨가 말랐다’고 해도 될 법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이후 2주 만에 여권 차기 주자들의 지지율이 폭삭 주저앉았다. 지지율 5%를 넘은 이는 전무했다. 여권 주자 모두의 지지율을 더해도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지지율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20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여당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17~19일 한국갤럽의 전화면접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계열(이재명·조국·우원식)은 41%를 기록했다. 이 대표가 37%로 가장 높고 우원식 국회의장(1%)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에선 6명(한동훈·홍준표·오세훈·김문수·유승민·안철수)을 모두 더해야 17%였다. 한동훈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둘 다 5%에 그쳤다. 〈그래픽 참조〉

그래픽=이현민 기자 dcdcdc@joongang.co.kr
세부지표도 일제히 ‘여권 주자의 몰락’을 가리켰다. 모든 지역·세대에서 지지율 1위는 이 대표였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에서도 이 대표(19%)가 1위였고 한 전 대표(9%), 홍 시장(8%) 순이었다. 70대 이상에서도 이 대표가 21%, 한 전 대표는 10%였다. 여권 관계자는 “계엄 사태가 폭탄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각오했지만, 핵심 지지층마저 싸늘하게 등을 돌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계엄 사태 전엔 그나마 한 전 대표가 두 자릿수대를 기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차 원인은 본인뿐 아니라 여권 전체를 수렁으로 몰아넣은 윤 대통령의 자폭에 가까운 계엄 선포”라며 “하지만 이후 여권에서 벌어진 탄핵 찬반을 둘러싼 내분 양상에 피로감을 느낀 보수 지지층 이탈도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권의 현 상황이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을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탄핵안 가결 뒤인 2017년 1월 12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31%로 가장 높았지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20%를 기록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이 대표의 약점이 명확하지만, 이를 파고들 만한 대항마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비상대책위원장 혼선은 이어지고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뼈를 깎는 쇄신을 해도 될까 말까인데, 현 사태에 책임이 큰 중진들이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는 건 보수 정치의 퇴행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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