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xG’의 기적... 손흥민의 코너킥 골 보셨습니까
20일(한국 시각)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카라바오컵(잉글랜드 1~4부 리그 팀이 참가하는 컵대회) 8강전이 열린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토트넘이 3-2로 앞선 후반 43분 손흥민(32)이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키커로 나섰다.
손흥민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크게 휘면서 오른쪽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맨유 골키퍼 알타이 바이은르(튀르키예)는 자신이 손흥민의 킥을 막는 과정에서 토트넘 루카스 베리발에게 방해를 받았다고 항의했지만, 주심은 베리발의 동작이 반칙이 아니라는 입장. 이날 경기엔 VAR(비디오 판독)이 가동되지 않았다.
맨유는 후반 추가 시간 조니 에반스가 한 골을 만회하긴 했지만, 토트넘은 손흥민의 결승 골에 힘입어 맨유를 4대3으로 꺾고 카라바오컵 4강에 올랐다.
2007-2008시즌 이후 17년 만에 리그컵 우승에 도전하는 토트넘은 4강에서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두를 달리는 리버풀을 만난다. 홈앤드어웨이로 내년 1월과 2월, 4강 1~2차전을 치를 예정이다.
반대편 4강 대진에선 아스널과 뉴캐슬이 맞붙는다. 결승전은 내년 3월 16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이날 코너킥이 그대로 골로 연결된 손흥민의 득점 장면은 축구 경기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때 넣어보고 처음 코너킥으로 직접 득점에 성공했다”며 “공을 상대 골문에 최대한 붙여서 (헤더 등으로) 골을 노리는 전술이었다. 공을 차고 너무 붙였다 싶었는데 운이 좋게 들어갔다”고 말했다.
축구에선 공을 받은 위치와 골대 각도 등을 환산해 슈팅의 기대 득점 확률을 수치화한 기록을 ‘xG(Expected Goals)’라 한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이 분석한 이 코너킥 득점 장면의 xG는 0.01이었다. xG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xG 필로소피’는 이 장면의 xG 값을 0.00으로 산출했다.
지난 시즌 EPL에서 코너킥을 찼을 때 득점이 나온 확률은 약 3%였다. 하지만 이 중 코너킥이 다른 선수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골이 된 경우는 한두 시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아주 드물게 나온다.
2023-2024시즌엔 지난 4월 웨스트햄의 제임스 워드프라우스(현 노팅엄 포리스트)가 기록한 바 있다. 해외에선 코너킥 다이렉트 득점을 ‘올림피코(Olimpico·스페인어로 올림픽) 골’이란 별칭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1924년 아르헨티나의 세사레오 온자리가 그해 파리 올림픽 챔피언 우루과이를 맞아 코너킥으로 직접 골망을 흔든 장면에서 유래됐다.
2022년 8월 애스턴 빌라의 더글러스 루이스가 1주일 간격으로 두 차례 코너킥 다이렉트 골을 성공한 것이 큰 화제가 될 만큼 ‘올림피코 골’은 희귀한 장면이다.
그런데 같은 날 이 장면이 다른 경기에서 또 나왔다. 인테르와 우디네세가 맞붙은 코파 이탈리아 16강전에서 1-0으로 앞선 전반 추가 시간, 크리스티안 아슬라니의 오른발 코너킥이 크게 바운드된 후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인테르는 아슬라니의 쐐기 골에 힘입어 2대0으로 이겼다.
이날 손흥민은 행운이 깃든 득점으로 시즌 7호 골(EPL 5골 포함)을 기록했다. 몰아치기에 능한 손흥민은 최근 4경기에서 3골 2도움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시즌 도움은 6개로, EPL 공동 3위. 토트넘이 카라바오컵 4강에 오르면서 손흥민은 프로 무대 첫 우승에 한 발짝 다가섰다. 2015-2016시즌부터 10시즌째 토트넘에서 뛰는 그는 두 차례 토너먼트 대회 결승에 올랐지만, 정상 등극엔 실패했다.
2019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리버풀에 0대2로 무릎을 꿇었고, 2021년 카라바오컵 결승에선 맨체스터 시티에 0대1로 패했다. 2016-2017시즌 EPL에서는 첼시(승점 93)에 밀려 준우승(승점 86)을 차지한 바 있다.
손흥민은 지난 8월 BBC 인터뷰에서 “나는 아직 토트넘 레전드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런 위상을 얻기 위해선 토트넘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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