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의회 "크레디트스위스 몰락, 부실경영 때문…당국 잘못은 없어"

김지완 기자 2024. 12. 20.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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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의회가 크레디트스위스(CS)의 몰락으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촉발될 뻔했던 것이 부실한 경영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스위스 의회 조사위원회(조사위)는 18개월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CS의 이사회와 경영진은 은행에 대한 신뢰 상실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때 스위스 정부는 CS가 채무 불이행을 일으켜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하고 스위스 은행의 명성을 훼손할 것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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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경영진에 책임 물어…당국 책임 관해선 "부분적으로 비효율적"
"정부·의회가 대형 은행 요구를 너무 중시"…규제 강화 움직임에 우려도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크레디트 스위스 본사 건물. 은행 로고가 뚜렸하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스위스 의회가 크레디트스위스(CS)의 몰락으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촉발될 뻔했던 것이 부실한 경영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스위스 의회 조사위원회(조사위)는 18개월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CS의 이사회와 경영진은 은행에 대한 신뢰 상실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1856년 설립된 CS는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선정하는 '글로벌 시스템에 중요한 은행'(G-SIB)에 선정될 정도로 국제 금융계에서 그 위상이 높았다.

그러나 CS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 실패와 대규모 인출 사태, 돈세탁 혐의 등의 스캔으로 위기를 겪고 2021년부터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3월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CS는 스위스 금융당국의 감독하에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IB) UBS로 인수되는 32억 5000만 달러(약 4조 23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6월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때 스위스 정부는 CS가 채무 불이행을 일으켜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하고 스위스 은행의 명성을 훼손할 것을 우려했다.

이후 스위스 의회는 지난해 6월 조사위를 출범시켰다. 조사위에는 모든 주요 정당이 참여했으며 14명의 의원으로 구성됐다. 의회 조사위가 꾸려진 것은 이번이 5번째고 1995년 이후 처음이다. 조사위는 2015년 이후 CS의 몰락으로 이어진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3만 페이지가 넘는 자료를 검토한 다음, 그 결과를 500페이지짜리 보고서로 정리했다.

조사위는 스위스 금융 당국의 조치에 대해 "세계적 금융 위기를 피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금융감독청(FINMA)의 감독 활동이 부분적으로 비효율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조사위는 2017년 FINMA가 CS에 엄청난 자금 지원을 해준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당시 자금 지원이 없었다면 CS가 "4년 뒤 규제 요건을 충족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을 것"이라며 "2022년부터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FINMA가 스위스에서 은행 운영을 위해 필요한 인가를 철회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너무 커서 파산할 수 없는 은행에 적용되는 규칙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조사위는 정부와 의회가 대형 은행의 요구를 "너무 중요하게 여겼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조사위는 "CS 위기를 촉발한 당국의 어떠한 위법 행위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위에 따르면, FINMA는 여러 차례에 걸쳐 CS에 경고를 보냈고 관련 절차를 개시했으나, 규제 기관의 개입에 대해 CS 경영진은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이어 조사위는 정부에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20가지 권고안을 제출했다. 조사위는 "너무 커서 실패할 수 없는" 은행에 대한 규정을 국제적인 틀 안에 두어 스위스 금융 안정성을 담당하는 당국 간의 협력 규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은행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이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UBS의 콜름 켈러허 회장은 지난 4월 규제 강화로 인해 은행이 해외 경쟁사에 비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CS의 몰락은 신뢰의 위기로 인한 것이며, 은행에 대한 신뢰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반면 스위스 은행 직원 협회는 CS의 몰락이 몇몇 부도덕한 고위 경영진 때문이고 하급 직원들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은행을 감독할 더 많은 자원을 요구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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