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창호 인권위, 정의연 판결 뒤집기…또 ‘소위 의결방식’ 소송

고경태 기자 2024. 12. 2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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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기억연대와의 행정소송에서 "소위원회 의결방식을 변경해 사건을 기각한 게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안창호 위원장 취임 이후 똑같은 내용의 별개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소송 판결이 나온 뒤에도 그 취지를 거스르며 소위원회 의결 방식 변경을 의결했던 인권위가, 관련된 판결 내용까지 뒤집기 위해 무리한 소송을 이어간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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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열린 인권위 상임위원회에서 안창호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정의기억연대와의 행정소송에서 “소위원회 의결방식을 변경해 사건을 기각한 게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안창호 위원장 취임 이후 똑같은 내용의 별개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소송 판결이 나온 뒤에도 그 취지를 거스르며 소위원회 의결 방식 변경을 의결했던 인권위가, 관련된 판결 내용까지 뒤집기 위해 무리한 소송을 이어간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20일 소송을 제기한 진정인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과 인권위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12월29일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침해1소위, 소위원장 김용원 위원)에서 인용에 필요한 의결정족수(위원 3인 찬성)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사유로 기각 결정을 받은 진정인 ㄱ씨 부부는 올해 5월 이 사건 결정에 불복하여 인권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2022년 12월 “20여명의 국가정보원과 경찰 수사관들로부터 주거지 압수수색을 당하는 과정에서 용변과 탈의 감시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무려 1년 만인 지난해 12월 침해1소위에 진정 건이 상정됐으나 3인 위원 간 인용1, 기각1, 기권1로 의견이 갈리면서 기각됐다. 소위원장인 김용원 위원의 개최 거부로 한동안 열리지 못하던 소위가 4개월 만에 열려 안건이 무더기로 상정돼 역시 무더기로 기각되던 시점이었다. 원고 쪽은 “인용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진정을 기각했으나, 이는 법적 근거가 없다. 소위에 재상정하거나 전원위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앞서 정의기억연대가 제기한 수요집회 보호 진정 관련 소위 기각결정 취소소송의 쟁점과 판박이다. 지난 7월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나진이)는 이에 대해 “(정의기억연대 보호 진정 관련 기각) 처분은 법률조항에서 정한 의결정족수인 위원 3명의 찬성 없이 이루어져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또한 “이 사건 처분 전까지 20년이 넘는 기간 진정인 측의 권리 보호를 위하여 위원 3명의 의견이 일치된 경우에야 진정을 기각하여 오다가, 이에 대한 아무런 공론화 및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심지어 이 사건 소위원회 위원의 이의제기가 있음에도, 종전과 같은 해석과 관행을 뒤집고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했다.

판결이 나온 뒤에도 지난 10월28일 인권위 전원위는 1년간 안건으로 14번이나 재상정되며 논란을 겪은 ‘소위원회에서 의견불일치때의 처리’건 의결을 강행했다. 인권위원 중 1명만 반대해도 기각·각하가 가능한 걸로 인권위법을 해석하는, 판결에 반하는 내용이었다. 인권위는 2001년 출범 이후 줄곧 권고·기각·각하 등 소위에서의 모든 결정을 만장일치로 의결하고, 의결이 안 될 경우 위원 전원(11명)이 참여하는 전원위에 안건을 올려 심의했는데 기존에 김용원 위원이 소위에서 독단적으로 해석해 물의를 빚은 ‘자동 기각’ 결정을 정당화하도록 방식을 바꾼 것이다. 당시 안창호 위원장은 “내가 법조인 경력이 40년”이라며 법원 판결을 깎아내리듯 말했고 김용원·이충상 위원도 “(법원 판결을) 굳이 따라야 할 필요가 없다”, “1심 판결은 엉터리”라면서 행정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소위 의결방식을 변경하는 데 참여했다. 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위원도 여기에 가세해 안건이 통과됐다.

소송을 담당할 재판부는 앞선 판결을 참고하여 9월 변론을 종결하고 곧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으나, 인권위는 전원위원회에서 의결정족수 안건이 의결되었으므로 변론을 다시 열어달라는 변론 재개 신청서를 지난 11월18일 제출했다. 원고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동화의 신윤경 변호사는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원위 의결은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좁힌 것으로 인권위의 존재 의의에 정면으로 반한다. 인권위의 의미가 무엇인지, 인권위원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 자리인지에 대해 전혀 아무런 이해도 없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앉아있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당장 사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권위는 이 소송과 관련해 3명의 변호사를 새로 선임했다. 정의연 소송 때는 1명이었다. 김용원·이충상 위원은 서로 이 사건 소송을 지휘하겠다고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개된 재판 변론 기일은 내년 3월4일로 잡혔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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