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한 해 보내세요”…25년 동안 10억 기부 ‘얼굴 없는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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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닷새 앞둔 금요일, 주민센터가 문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은 오전 9시 26분.
기부금 상자를 직접 수거한 황세연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복지팀장은 "모든 국민이 어려운 상황이라 천사가 오실지 기대 반, 의심 반이었다"면서 " 그래도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천사의 기부는 2000년, 초등학교 3학년 남학생을 통해 58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 하나를 주민센터에 전하면서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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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는데 역시나"…25년째 '몰래 온 손님'
크리스마스를 닷새 앞둔 금요일, 주민센터가 문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은 오전 9시 26분.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전화기에 뜬 문구는 '발신 번호 표시 제한'. 중년 남성으로 추정되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식당 맞은편 화물차 아래 놓았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말했습니다. 뭘 놓아뒀다는 건지, 그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민센터 직원들은 알 수 있었습니다. '천사가 나타났구나!'
그가 말한 곳을 찾아간 직원들은 도로 한 쪽에 세워진 화물차 옆 좁은 틈에서 종이 상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 안에는 돼지저금통과 돈다발이 들어있었습니다. 5만 원권 1,600장 등 금액은 모두 80,038,850원.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짧은 편지도 함께였습니다.
천사가 오늘(20일) 나타난 건 사실 이례적입니다. 2000년 기부를 시작한 이래로, 천사가 금요일에 온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또, 2011년 이후 13년 동안은 크리스마스가 지난 뒤 등장했습니다.

계엄 여파와 탄핵 정국으로 어수선한 상황이어서 전주시에서는 '천사가 과연 올해도 올까?'라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기부금 상자를 직접 수거한 황세연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복지팀장은 "모든 국민이 어려운 상황이라 천사가 오실지 기대 반, 의심 반이었다"면서 " 그래도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누적 10억 4천여만원…'천사 장학금'까지
천사의 기부는 2000년, 초등학교 3학년 남학생을 통해 58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 하나를 주민센터에 전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 이후로 25년째,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누적 금액은 1,044,836,520원으로 10억 원을 훌쩍 넘습니다.
전주시는 천사의 기부금으로 소년·소녀 가장과 홀로 사는 노인 등 6,937가구에 도움을 줬습니다. 현금을 지원하거나 쌀, 연탄, 난방용 기름 등을 지급했습니다. '천사장학금'을 마련해 주민센터 인근 학교에 다니는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도 합니다.

■"몰라도 괜찮아요. 굳이 찾지 않을게요."
천사의 정체를 두고 확인되지 않은 여러 소문이 있습니다. 신원을 밝히지 않고 기부를 하는 탓에 '출처를 밝히기 어려운 돈이 아니냐'하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25년째 이어지는 거라면, 2대 혹은 3대를 거쳤을 것이라는 경외심 담긴 추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 굳이 나서지 않고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천사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에, 사람들은 이제 "몰라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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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thiswe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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