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성했다고 시각장애 국회의원을 '인간성 장애'로 공격하는 국민의힘

최인 기자 2024. 12. 2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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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의원, 장애인·여성 등 소수자 문제에 '당론 얽매이지 않고' 적극적 대변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이후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배신자 공격'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의정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던 날, 김예지 의원은 계엄해제 의결에 참여하기 위해 국회 담장을 넘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 가려 했으나 한동훈 대표가 위험하다고 전화로 만류해 담을 넘지 않고 국회 담장 주변에 머물렀다고 이미 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이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이 당론과 반대되는 행동을 감행해 당원들으로부터 '배신자' 취급을 받았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소수자 문제를 부각하는 데 앞장서며 당내 다수 의견과 반대되는 소신을 지켜왔다

재선의원이며 시각장애인인 그는 주로 장애인·여성 이슈 등에서 소수자의 의견을 당론에 얽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변해 왔다.

21대 국회에서는 장애인의 문화·예술·체육 향유권 증진을 위한 의정 활동에 집중했으며, 22대 국회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장애인 정책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김예지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그동안 그가 당론에 관계없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온 몸으로 함께 했던 일이 잘 정리돼 올려져 있다.

2022년 3월 그는 전장연 시위에 함께 해 무릎 꿇고 사과하면서 "장애인이 편해야 모든 시민이 편해진다"고 말하면서 "유아차, 휠체어, 어르신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교통약자 편의시설에 대해 더 넓게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이후 김 의원은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시민들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4월 김 의원은 간호법 제정 표결에서 당론을 거스르고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당시 의사 단체들은 간호법이 규정하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 중 ‘진료의 보조’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것에 강하게 반발했고 국민의힘은 이와 같은 반대 의견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그는 "관련 단체들 사이에 분쟁이 있다고 해서 옳은 일을 미루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2024년 11월 김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임신 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을 위한 의료기관 정보 제공 및 임신중단 약물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 때도 김 의원은 '당의 기조에 이견을 내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나는 소수자 인권을 위해 이 자리에 앉게 됐다. 사회에서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는 사람, 노력해도 주류에 들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의제를 이야기하라고 만든 자리가 비례대표"라며 "그런데도 소수자를 위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24년 12월 김 의원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밤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도 참여하려 했지만 한동훈 대표가 전화해 위험하다고 만하면서 담을 넘지 않고 담장 주변에 머물렀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시 상황에 대해 "늘 배리어프리(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시설 이용 장벽을 없애는 일)의 중요성을 외쳤던 제가 물리적 ‘배리어’를 느끼는 암담하고 절박한 순간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회 표결에 참여한 이후 가진 BBC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의) 혼란을 막는 방법이 '탄핵 부결'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 후에도 김 의원은 지난 19일 중증장애인이 노령연금을 조기 수령하도록 하는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고 또 내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장애 학생들의 활용도와 학습 효과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장애학생들의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접근성 보장을 위한 개선사항, 장애 학생들의 학습 완성도를 위한 요구사항 등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긴급간담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같은 김예지 의원에 대해서 박진용 장애인법연구소 소장은 "항상 정제된 언어와 차분하고 논리적 언변으로 정부를 설득하고 장애인이 있는 현장을 찾아가면서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우리나라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했고 장애인의 존엄과 장애인 의원의 가치를 직접 증명해 보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김예지 의원의 '소신있는 의정활동'에 대해 국민의힘 충북도당의 한 간부는 김 의원에게 "배려했더니, 배신으로. 인간성 장애는 답이 없다"는 비인격적 표현으로 공격했고 해당 도당 도당위원장은 "수많은 공직자 중 한 명이 개인적으로 SNS에 올린 내용을 도당 차원에서 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뭉갰다.

시각장애를 안고 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본회의장에 들어가 계엄해제의결에 참여하려고 했던 김예지 의원의 행동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국회 경내를 모두 포위해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주장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입장이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김예지 의원은 탄핵소추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이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의원총회 자리에서도 당론을 따를 수 없다고 말했다. 탄핵에 찬성한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기 때문에 많은 의원님들께서 설득하려고 노력을 하셨고 또 이번엔 따라주었으면 한다라는 말씀하셨을 때도 노력해 보려고 했고 또 대통령 담화를 굉장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날 담화를 보고 혼란을 막는 방법이 탄핵을 부결시키는 방법만 있지는 않겠다.무엇보다 또 제 주변에 계시는 국민 여러분들 시민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저는 그냥 간과할 수가 없었습니다."

"청각장애인 분들 같은 경우에는 계엄 선포하는 것조차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것조차 (알지)못하시는 분들을 저는 대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습니다. 혼자 만으로의 힘으로는 부족할 수 있겠지만 정말 국민만 바라보면서 일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싶고요. 저는 단지 말씀드릴 것은 국회의원의 책무에만 신경 쓰겠습니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3명 중 1명인 김예지 의원. ⓒ연합뉴스

[최인 기자(chin5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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