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l 안중근의 숭고한 외침 "코레아 우라!"
아이즈 ize 이경호 기자
하얼빈에서 안중근 장군이 "코레아 우라!"(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바로 그 순간을 향해 달려간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세 발의 총성이 울렸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처단이다. 이날 안중근 의사는 한민족 역사에서 결코 지워질 수 없는, 의거를 오롯이 새겼다.
영화 '하얼빈'이 역사에 남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이 역사의 현장으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하얼빈'(감독 우민호)은 화려한 미사여구가 붙을 필요가 없는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대한 독립을 위해 일본군에 맞선 안중근이 이뤄낸 숭고한 의거에 미사여구는 사족이다. 그렇다고 '하얼빈'이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정교한 내러티브, 방대한 스펙터클, 선굵은 연출이 주는 영화적 재미가 쏠쏠하다. 시각적 효과, 음악적 효과가 조화를 이뤄 하얼빈으로 향한 안중근과 독립군의 여정에 관객을 동참시킨다. 2024년, 현시점에서 관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존재한다. 전투신, 추격전, 심리전 등 1909년 10월 26일 그 날을 향한 눈물겨운 여정은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스크린에 고정시킨다.
'하얼빈'은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패배, 독립군 동지 대부분을 잃은 안중근(현빈)이 독립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그려진다.
독립군의 일부 동지들이 안중근을 향한 의심을 거두지 않는 장면이 영화 초반 전개다. '아니 안중근을?'이라 되묻겠지만, 이유가 있다. 1908년 안중근이 이끄는 독립군이 함경북도 신아산에서 벌어진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둔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은 만국공법에 따라 전쟁포로인 일본군을 풀어준다. 그러나 대한의군 숙영지를 알게 된 일본군의 기습으로 인해 대한의군 동지 대부분을 잃게 된다.
이런 일련의 사건으로 안중근은 뜻을 함께 했던 동지들에게 신임을 잃게 된다. 1년 후, 블라디보스토크에 안중근과 우덕순(박정민), 김상현(조우진), 최재형(유재명), 이창섭(이동욱) 등이 모였다. 독립을 위해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이 다시 모인 것. 이들은 러시아와 협상을 위해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가 하얼빈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하얼빈으로 향한다.
하얼빈으로 향하는 안중근과 독립군의 여정은 모든 게 쉽지 않다. 작전 내용이 일본군에 들어갔고, 일본군의 추격이 시작된다. 위기다. 일본군의 추격에 하얼빈으로 향하는 독립군이 모두 죽을 수도 있는 상황. 안중근과 독립군을 향해 위기의 칼날이 겨눠진다. 작전 실행이냐, 중단이냐는 의견 갈림에도 안중근의 뜻은 꺾이지 않는다. "늙은 늑대 처단". 이와 함께 극중 대사로 나오는 안중근의 어록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그 의미를 곱씹게 한다. 안중근 장군이 생전 했던 말로 전해지는 "우리들의 소원은 단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하면, 두 번 세 번 열번 백번이라도 해보고 올해 안되면, 내년에 해보고 십년 백년이 걸려도 좋다. 우리대에 안되면, 아들대 또 손자대까지 가서라도 대한독립을 되찾고야 말 것이다"는 외침은 가슴을 울리며 절절한 감동을 선사한다.
자신을 향한 의심, 동지를 잃었다는 죄책감에 홀로 괴로워하는 극 중 안중근의 고독한 모습도 몰입감이 높다. 이전 안중근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이다. 안중근의 역사를 알고 있는 관객, 아니 모르는 관객이라도 충분히 몰입하며 공감할 시간이 펼쳐진다. 안중근의 그 순간을 상상했을 관객들에게는 공감,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관객들에게는 파장을 일으킬 듯하다. 냉기 가득한 방에서 벽에 기댄, 고독한 안중근이 대한의군이 아닌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낼 때는 숨 죽이게 된다. 역사, 스크린 속에 담긴 배경, 그리고 배우의 생생한 연기가 어우러져 고독했을 안중근에게 몰입하게 한다. 또한 홀로 꽁꽁 언 강을 건너고, 독립군 동지들 앞에 나서 늙은 늑대 처단을 얘기하는 모습에서는 '대한의군 중장 안중근'의 비장함을 느끼게 한다.
'하얼빈'은 극 중반을 넘어서부터는 안중근과 함께 한 동지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때로 다른 뜻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독립'이란 목표를 향해 목숨을 내건 필사의 질주는 영화에 동력을 더한다. 독립이란 뜻을 품은 이들이 일제 강점기에 맞선, 각자의 신념과 사명을 품고 사는 삶의 방식은 오만가지 생각을 갖게 한다. 극에 등장하는 일부 허구의 인물은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장치로 탁월하게 쓰인다. 그리고 여기에 몰입 포인트가 있다. 1909년과 2024년 오늘의 현실이 오버랩된다. 한일 관계, 역사 의식 그리고 2024년 12월의 탄핵 정국까지 하나, 둘. 그래서 '하얼빈'은 이전에 안중근을 소재로 한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 격동의 순간, 탕, 탕, 탕이란 짜릿한 한방을 쫓지 않는다. 거사를 위해 달린 안중근과 독립군의 여정이 주는 고독함에 대한 공감이다.
'하얼빈', 관객이 어떤 시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여러 의미를 나뉠 수 있는 안중근의 삶을 담았다. 영웅 안중근의 고뇌, 고독함, 숭고함, 의로움 그리고 한민족 혼에 새겨진 아픔이 스크린을 통해 쏟아져 나온다. 또한 2024년의 12·3 사태를 두고 절묘하게 우리 역사를 돌아보는 순간까지 선사한다. 그리고 영화 속 엔딩의 순간, 관객들은 이런 생각을 해볼 법하다. '나는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러 나갈 수 있을까, 나라면 하얼빈으로 갈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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