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1순위’ 루키 정현우 “류현진 선배 잇는 왼손 투수가 최종 목표”

임보미 기자 2024. 12. 2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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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2025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키움의 지명을 받은 정현우가 17일 팀의 퓨처스리그(2군) 팀 안방인 경기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입단 후 줄곧 2군 팀 고양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고 있던 정현우는 이날 촬영 때문에 1군 유니폼을 빌려 입었다. 고양=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고척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어요.”

프로야구 2025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많은 관심 속 키움 유니폼을 입었지만 정작 정현우(18)는 아직 진짜 키움 유니폼을 입어본 적이 없다. 지난달 대만 가오슝에 루키 캠프는 물론 요즘에도 정현우는 키움의 퓨처스리그(2군) 팀 안방인 경기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으로 주 5일 출근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17일 만난 정현우는 “입단하고 계속 고양 유니폼을 입고 훈련했다. 구단 행사 말고는 (1군 팀 안방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도 몇 번 못 가봤다”며 웃었다. 아직 공식적으로 받은 1군 유니폼이 없는 정현우는 이날 사진 촬영 때는 구단 직원이 고척에서 공수해 온 키움 유니폼을 빌려 입었다.

정현우는 덕수고 시절부터 최고 시속 152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올해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도 3경기 동안 11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1실점만 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82로 우수투수상을 받고 덕수고의 우승을 이끌었다.

키움은 구단 창단 이래 올해 처음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얻었는데 그 귀한 카드를 정현우에게 썼다. 특히 키움은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를 투수 1명, 야수 2명으로 구성했다. 외국인 선수가 팀당 2명으로 제한됐던 시절을 제외하면 외국인 선수 3인 체제에서 외국인 투수 1명으로 시즌을 시작하는 팀은 키움이 최초다.

외국인 선발투수 한자리가 비어 있으니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정현우에게도 당연히 더 많은 기회가 올 수밖에 없다. 대만 루키 캠프 도중 팀의 외국인 선수 구성 소식을 정현우는 “아무래도 신인에게 기회 주시고 육성하려고 하는 것 같으니 기회를 잡으려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정현우가 루키 캠프를 치르던 사이 같은 대만에서 한국 야구 국가대표 형들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를 치렀다. 정현우는 키움뿐 아니라 10개 구단 팬도 차세대 국가대표를 이끌 ‘좌완 에이스’의 계보를 이어주길 기대받고 있다.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프리미어 12를) 봤다”는 정현우는 “저도 일단 큰 목표는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선배의 길을 잇는 그런 왼손 투수가 되고 싶은데 당장은 내년 시즌이 눈앞에 있으니 먼 미래보다는 내년 시즌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키움은 토종 에이스로 활약한 안우진(25)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2026시즌부터 정현우가 안우진과 좌·우 원투펀치로 활약하는 미래를 그린다.

“기대와 설렘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는 정현우는 “자신감은 있는데 아직 144경기를 다 뛰어본 적이 없고 상상도 안 돼 잘 모르겠다”고 했다. ‘아직 안 해봐서 모르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정현우는 “늘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전력 분석에 많은 시간을 쏟는 편이다. 데이터가 쌓여야 분석할 것도 생기니 프로에서도 빨리 많은 선수를 상대하고 싶다”고 했다.

정현우는 스프링캠프 출국 전까지 2군 안방인 고양 국가대표 야구장에서 훈련하며 1군 팀 안방 경기장 고척 마운드에 설 날을 준비하고 있다. 고양=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고척 마운드에 설 날을 꿈꾸며 고양에서 땀 흘리는 정현우는 자신보다 한 해 먼저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선배 김윤하(19)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며 1군 생활을 ‘이미지 트레이닝’ 하고 있다.

정현우는 “루키 캠프 때 윤하 형이랑 룸메이트였다. 운동이 워낙 힘들어서 일찍 잘 수밖에 없었는데 자기 전 누우면 생각나는 것들을 다 물어봤다. 질문을 좀 많이 했더니 형이 나중엔 ‘자기 30분 전에는 입 열지 말라’고 했다(웃음). 지금은 (궁금증이) 좀 많이 해소됐는데 그래도 궁금한 게 계속 생긴다. 미리 대비를 하고 생각해 놓으려는 ‘파워 J(계획형)’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인터뷰 다음 날인 18일 정현우는 오랜만에 그렇게 그리던 고척을 찾았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선배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가 신인들을 위해 특별 강연에 나섰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정현우는 신인 오리엔테이션 교육 때 이정후의 신인 시절 몸과 올해 초 몸의 체성분 측정 결과를 비교한 자료를 보고 “자극을 받았다”며 식단 조절을 열심히 하고 있던 차였다.

이정후의 경험담을 전해 들은 소감을 묻자 정현우는 “신인 시절 경험담과 루틴의 중요성을 말씀하신 게 특히 기억에 남는다. 시즌을 준비하는 저희 신인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했다.

빅리그 무대에 관심이 있을 테니 물어볼 게 많지 않았을까 했지만 정현우는 “저는 굉장히 현실적이다. 일단 여기(키움)에서 내년에 잘하는 게 목표”라며 “내년에는 키움 팬분 중 제 이름을 모르시는 분이 없도록 해보겠다”는 ‘현실적’인 각오를 밝혔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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